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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억' 투자한 인천글로벌캠퍼스…왜 텅 비었을까?

교육

    '5천억' 투자한 인천글로벌캠퍼스…왜 텅 비었을까?

    학생 수, 정원 대비 27%…"선발기준 엄격, 마구잡이 선발 없다"

    5,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인천글로벌캠퍼스(IGC)’가 아직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정원 대비 약 27%로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IGC의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5년 차에 접어든 IGC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외국 명문대학 10개교의 공동캠퍼스를 조성해 동북아 최고의 글로벌 교육 허브를 꿈꾼다”

    "새로운 글로벌 유학모델을 창출해 창조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

    정부와 인천시가 ‘인천글로벌캠퍼스(IGC)사업’을 시작하며 내건 야심 찬 목표다. 오랜 기간 막대한 예산 지원도 뒤따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조성된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IGC재단 제공)

     

    ◇ 사업비 5,262억 투입…뉴욕주립대와 겐트대 등 4개 대학 입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17만9,000㎡(약 5만4,000평) 부지에 캠퍼스 조성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총 5,262억 원의 사업비(국·시비 각 25%, 민간투자 50%)가 투입됐다.

    현재 IGC에는 뉴욕주립대와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겐트대 등 4개 대학 12개 학과와 2개 대학원이 개설돼 있다.

    IGC의 강의연구동과 중앙도서관은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또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2,000석 규모의 대강당과 500석 규모의 공연장, 국제규격 코트와 수영장을 갖춘 체육관도 들어섰다.

    여기에다 대학교수의 연구, 교수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교수아파트와 게스트하우스, 기숙사, 학생식당, 학생회관 등 다양한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서 아직 활력을 찾기는 힘들다. 전체 학생 수가 정원 대비 약 27%인 1,144명으로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대학별 재학생 수를 살펴보면, 2012년 3월 가장 먼저 개교한 뉴욕주립대는 정원 1,207명에 재학생 484명(40.0%)을 기록하고 있다.

    또 2014년 3월 개교한 조지메이슨대학은 정원 1,100명 중 332명(30.1%), 2014년 9월에 문을 연 겐트대학교는 정원 900명 중 147명(16.3%)을 기록 중이다.

    겐트대학교와 같은 시기에 개교한 유타대학교 역시 정원 1,000명 중 183명(18.3%)으로 재학생 수가 많지 않다.

    4개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도 미국인 43명, 중국인 12명 등 110명(9.2%)에 그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조성된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IGC재단 제공)

     

    ◇ 선발과정 '엄격'…상당수 학생 '탈락'

    그렇다면 IGC에 입주한 외국 대학들의 정원 대비 재학생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원자들이 이들 외국대학의 엄격한 선발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외국대학은 분교가 아닌 글로벌 캠퍼스로 교수진은 본교에서 직접 파견한다. 또 학생은 졸업 후 본교와 똑같은 학위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입학 사정도 본교가 직접 수행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영어능력이다.

    대학 측은 토플 80점 이상이나 IELTS 6.5점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고교 내신 성적도 2등급 이상의 학생을 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쟁률은 평균 3 대 1 ~ 5 대 1에 이르지만, 선발과정에서 상당수 학생이 탈락하고 있다.

    한국뉴욕주립대 최한나 홍보담당자는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선발해 정원을 채우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나가겠다는 것이 본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이들 외국대학보다는 수도권 주요 대학을 선호하는 편이다.

    첫 학부 졸업생들이 나오지 않아 이들 외국대학이 향후 취업 등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출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해외 유학을 생각 중인 이들은 이왕이면 한국을 떠나 본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기류도 강하다.

    한국뉴욕주립대 내부 모습(변이철 기자)

     

    ◇ 저렴한 학비와 외국어 경쟁력…"향후 전망은 긍정적"

    하지만, IGC의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데다 재학 중 1년간 본교에서 수업을 이수하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또 교육환경과 교육서비스에 대한 학생 만족도도 높다. 여기에다 해외 유학보다 저렴한 학비(연간 약 2만 달러)와 기숙사비(학기당 95만 원)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이런 이유로 특히 해외 고교를 졸업하고 IGC 입주 대학에 입학하거나 해외 대학을 다니다 편입한 한국 학생의 비율이 43.8%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IGC재단 김주용 차장은 “해외 유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외로움 등을 견디지 못하고 탈선하고 있다”며 “IGC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유학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기덕 유학컨설턴트도 “해외 유명대학이라는 지명도가 있고 정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졸업생의 취업과 사회 진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와 인천시 등은 IGC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IGC에 개교가 확정된 외국 대학에 대해서는 개교일까지 약 100만 달러를 설립준비금으로 지원한다.

    또 개교 후 4년간(심사 후 3년 연장 가능) 초기대학 운영비로 학과의 특성과 학생 수에 따라 학교별로 12억 원에서 27억 원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특히 세계 대학순위 50위 안의 대학이 입주를 희망할 경우, 지원규모를 5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내놓고 있다.

    IGC재단도 개교 후 5년간(3년 연장 가능) 교육시설과 각종 부대시설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면제하고 외국인 교수 아파트 70여 채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육용·연구용·행정용 컴퓨터와 도서관 도서 지원도 무상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조성된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IGC재단 제공)

     

    ◇ "공격적 홍보로 학생 수 늘리고 기업 투자도 적극 유치해야"

    이처럼 파격적인 지원 등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패션스쿨 중 하나인 뉴욕패션기술대학교(FIT)가 내년 9월 IGC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밖에 미국 네바다주립대 라스베이거스캠퍼스 호텔경영대와 존스홉킨스 SAIS 국제대학원, 케임브리지 나노과학센터 PEDAL연구소, 프랑스 남파리대학교 등과도 유치를 협의 중이다.

    하지만 IGC가 애초 목표대로 ‘동북아 최고의 글로벌 교육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신규 유치 대학을 위해서는 11만5,700㎡(약 3만5,000평) 부지에 약 4,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단계 캠퍼스 조성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또 기존에 입주한 뉴욕주립대와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겐트대 등 4개 대학이 안정적으로 한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기에 드는 예산은 모두 국비와 시비로 충당되는 만큼 IGC에 대한 홍보 강화와 산학 협력시스템 구축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IGC재단 성귀석 운영팀장은 “IGC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의 핵심 기반시설 중 하나인 만큼 입주 대학들이 완전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헌 인천시 시의원도 “당장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고 해서 바로 지원을 끊을 수는 없다”면서도 “심각한 학생 수 부족 현상은 정부와 인천시의 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만큼 보다 공격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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