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4일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신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을 비롯한 일부 화장품 업체와 요식업체 G사 등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들로부터 입점과 점포 위치 조정 등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30억여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전 대표가 신 이사장에게 입점과 점포 위치 조정 등을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신 이사장이 직접 입점 특혜를 지시한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 모 씨 명의로 운영하는 B 사가 당시 롯데면세점 입점 컨설팅 및 매장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정 전 대표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신 이사장에 대해 B 사를 통해 40억여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적용했다.
신 이사장의 세 딸들이 2010년까지 B 사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배당금이 아닌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긴 부분, 다른 직원들의 명의를 허위로 등록해 놓고 신 이사장이 급여를 챙겨온 부분 모두 '횡령'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B 사가 수사를 앞두고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한 정황에 대해서는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B 사에서 경영할 능력이 없던 아들 장 씨의 급여 명목으로 수 년 동안 100억여 원이 지급된 부분은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B 사는 사실상 신 이사장이 운영해온 업체다.
검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차명으로 급여를 받아간, 본인 급여 성격이라는 주장이 있어 조금 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정 전 대표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 이사장이 입점 편의 청탁 대가로 금품 로비를 받은 다른 업체들이 있다는 정황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검찰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이사장은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착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 오너가(家) 인물로는 처음이다.
특히 검찰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기이사와 계열사 이사 등 경영 일선에서 활약해왔고 현재도 관여하고 있는 신 이사장이 그룹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이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로 롯데그룹에 입사해 30년 넘게 신 회장의 총애를 받으면서 경영 활동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