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헬로비전 홈페이지 캡처)
국어사전은 '진퇴양난'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라고 풀이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발송한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받아든 SKT의 처지가 바로 이렇다.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많은 돈을 들여 CJ헬로비전을 사들일 이유가 없고 이미 CJ헬로비전과 맺은 계약때문에 합병을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지난해 12월 1일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겠다며 낸 '인수합병신청서'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가 이날 발송한 심사보고서에는 '조건부 승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SKT가 선뜻 받기에는 곤란한 엄격한 조건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사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공정위나 SKT 모두 굳게 입을 닫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조건을 붙인 승인'에 무게를 싣고 있다.
SK 그룹의 한 관계자는 " 4일 오후 들어 그룹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서 공정위가 내놓은 심사보고서가 그룹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음을 시사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합병으로 생길 법인의 사업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성격상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와 케이블 TV업계 1위 사업자의 합병에 대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데 이번 판단의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 함으로써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 시장효과를 반감시킬 조건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KT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읠 가입자를 합산해 지역가입자 점유율이 60%를 넘는 지역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렸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초과부분을 매각 할 경우 SKT로서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의미가 반감할 수 밖에 없고 매각에 나선다 해도 이를 사들일 곳이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인수합병의 의미가 반감한다면 거액을 들여 CJ헬로비전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야 하지만 CJ헬로비전과의 계약내용 때문에 스스로 포기선언을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SKT로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데 해서 심사숙고할 시간이 무한정 제공된 것도 아니다.
공정위는 보통 심사보고서를 발송 한 뒤 2주 정도의 시간을 주고 해당 업체의 의견을 듣은 뒤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일 수요일을 전체회의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전체회의를 통해 최종안을 결정하면 공은 미래부로 넘어가는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받아 미래부가 결정한다.
미래부에서는 이번 사안이 보안이 생명이라고 보고 '통신정책국장'이 '장관'에게 직보하는 체제를 가동하는 것으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미래부가 장고끝에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쪽으로 결정을 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