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4강에 진출한 웨일스 (사진=유로 2016 홈페이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문성(축구 해설위원)
인구 33만명.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경남 진주시보다도 인구가 적은 나라. 아이슬란드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이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쓴 기적에 축구 팬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유럽 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16 얘기죠. 아이슬란드뿐만이 아닙니다. 인구 300만 명의 영국의 자치주 ‘웨일즈’ 역시 지금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유로 2016 얘기 좀 해보죠.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문성 위원님 안녕하세요.
◆ 박문성> 안녕하세요.
◇ 김현정> 먼저 아이슬란드. 비록 프랑스에 져서 4강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마는, 8강까지 간 거예요.
◆ 박문성>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 김현정> 대단해요.
◆ 박문성> 사실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가 어디 있는 나라냐 하실 것 같은데, 사실 우리가 아일랜드는 좀 들어봤지만 아이슬란드는 거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일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 박문성> 아이슬란드가 북극 아래에 있는 나라입니다. 이름에서도 약간 춥다는 게 느껴질 정도인데, 전체 인구가 아까 말씀해 주셨지만 33만 명. 아까 진주도 말씀해 주셨지만 서울시에 있는 자치구 하나 정도 인구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조그만 나라죠.
◇ 김현정> 어떻게 이런 나라에서 그렇게 잘할 수가 있습니까?
◆ 박문성> 그러니까 지금 몇 가지 좀 봐야 될 것 같은데요. 큰 틀에 보면 세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첫 번째는 전술적인 이유가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강한 동기부여. 세 번째는 15년의 준비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우연히 이루어진 어떤 돌풍이 아니고 15년 동안 준비를 한 돌풍입니다.
◇ 김현정> 15년간의 준비라는 건 무슨 말씀이세요.
◆ 박문성> 15년간의 준비 말씀을 좀 드리면, 인구가 사실 33만 명인데요. 그중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남자 중에 프로축구 선수를 하는 사람이 100명밖에 안 됩니다.
◇ 김현정> 다 통틀어서 100명.
◆ 박문성> 그러니까 아마 이걸 들으시면 말이 돼, 이러실 것 같은데.
◇ 김현정> 그러니까요.
◆ 박문성> 그런데 사실 전체 인구가 33만 명이니까 프로축구 선수가 100명인 게 이해가 되죠.
◇ 김현정> 그럴 수 있네요.
◆ 박문성> 프로축구 선수가 100명인데 그러면 아이슬란드가 고민을 좀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100명밖에 없는데 그동안 월드컵이나 유럽대회 이런 데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 그래도 우리가 좀 한번 해봐야 되지 않겠어’ 이런 생각을 한 거죠. 아이슬란드가 북극 근처에 있다 보니까 잔디가 제대로 잘 자라지도 않아요.
◇ 김현정> 잔디가.
◆ 박문성> 그러니까 축구를 제대로 할 수도 없죠. 그러니까 또 바람도 굉장히 강하게 분다고 하고요. 화산 때문에 몇 년 전에는 유럽 전체 공항들이 비행기가 뜨지 않는 그런 사태도 있었죠. 그러니까 화산활동도 상당히 심한 곳이고. 이게 밖에서 축구를 할 수 없으니까 15년 전부터 실내 축구장 같은 걸 만들기 시작했어요. 우리한테는 사실 좀 어색하죠. 축구를 실내에서 한다는 게.
◇ 김현정> 그러네요.
◆ 박문성> 하지만 여기는 예를 들면 그런 준비를 하기 시작한 거죠. 우리가 이제 실내에서 이런 걸 만들어서 우리 선수들 키워보자 이런 생각을 했었고. 좋은 선수만 있다고 해서 또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좋은 지도자가 있어야 되니까. 지도자를 키우기 시작하는데 정말 무서운 나라예요. 뭐냐 하면, 전체 인구의 0.2%가 축구 지도자입니다.
◇ 김현정> 전체 인구의 0.2%가 축구지도자라고요?
◆ 박문성> 네. 그러니까 33만 명이 전체 인구이라고 했는데 유럽 지도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라이센스의 상당히 윗부분, A와 B급이라고 하는 아주 높은 수준의 자격증이 있는데, 그걸 갖고 있는 지도자가 350명이에요. 그러니까 1인당 축구 선수를 가르칠 수 있는 게 10명에서 12명. 이게 굉장히 압축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아까 전에 프로 선수가 100명이라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도
◆ 박문성> 프로 축구선수가 100명인 거고요. 여기서 축구를 그냥 즐기는 사람도 있잖아요. 우리로 얘기하면 조기축구회, 어린이들, 프로축구 선수와 이렇게 아마추어 등록 선수는 다르니까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문성> 여기도 한 3만 명 정도가 돼요.
◇ 김현정> 15년을 그렇게 준비해서 맺은 결실이 아이슬란드. 그렇다면 아이슬란드보다 지금 더 잘하고 있는 곳, 4강까지 올라가 있는 웨일즈. 여기는 이제 영국의 4개 자치주 중에 하나예요. 여기도 인구가 300만 명밖에 안 됩니다. 여기는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 거예요?
◆ 박문성> 일단은 아이슬란드와 닮은 부분이 있고요.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닮은 부분은 이제 아이슬란드는 그렇게 좀 작다 보니까 예를 들어서 어제 있었던 8강 프랑스와 아이슬란드 선수 몸값. 이적 시장할 때 선수들의 가치를 한번 따져보면, 프랑스가 4000억 정도가 됐으면 아이슬란드가 한 280억 정도가 돼서 한 15배 정도 차이가 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약한 팀이 강팀을 잡을 때. 웨일즈도 마찬가지지만 그건 어떻게 해야 되냐 하면, 수비를 강하게 하다가 빠르게 공격으로 가는. 이게 아주 기본적인 어떤 전술적인 특기라고 볼 수 있겠죠. 웨일즈가 이걸 되게 잘해요. 수비를 굉장히 잘하다가 공격으로 가레스 베일이라고 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세계적인 선수, 가레스 베일을 활용을 해서 이런 공격을 잘합니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 하나의 개인 플레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같이 조직적으로 맞물려서 강력히 한 팀을 이룹니다. 아이슬란드도 바로 이런 약체팀의 강팀 극복 전략을 단일 선발 구성원의 원팀 체제로 이뤄냈죠. 바로 아까 처음 말씀드린 전술적인 이유가 이겁니다.
◇ 김현정> 그게 아이슬란드와 웨일즈의 닮은 부분.
◆ 박문성> 그런데 다른 부분은 뭐냐 하면, 사실 우리가 이제 웨일즈는 인구가 그렇게 30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웨일즈는 어쨌든 영국 내에 있는 그런 자치국이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대다수 선수들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 뛰고 있어요. 사실 선수 면면을 놓고 보면 아주 훌륭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이슬란드처럼 조그만 지역에서 나온 돌풍이고 지금도 현재 4강 가 있고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 면면을 놓고 보면 좋은 팀입니다.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봐야 되겠죠.
◇ 김현정> 저는 이제 보면서, 이 나라들이 돌아오는 월드컵에서도 이런 식의 기적을 그럼 또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것도 궁금해지더라고요.
◆ 박문성> 기적을 또 한번 일으킬지는 제가 잘 모르겠고요 (웃음). 그런데 이제 예를 들어서 지금 보여주고 있는 어떤 집중력이나, 또 이게 경험이라고 하는 게 상당히 무서운데요. 우리도 예를 들면 2002년 월드컵 때 한번 4강한 다음에 우리 선수들이 어떤 게 생겼냐 하면, 어떤 팀, 어떤 상대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사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 전에는 선수들이 만약에 98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선수들 만나면 선수들이 무서워해요, 약간.
◇ 김현정> 무서워해요. 경험이 없으니까, 이겨본 경험이 없으니까.
◆ 박문성> 그러니까 TV에서 봤던 선수고 TV에서 봤던 팀인데 우리가 싸우면 당연히 지겠지 하는 생각, 이게 영향이 굉장히 큰데요. 우리도 2002년 월드컵 때 그런 이탈리아도 이기고 스페인도 이기고 그러면서, 또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도 가고 그러면서 ‘어, 루니도 그냥 우리 선배랑 뛰는 선수네. 잉글랜드도 그냥 우리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는 그런 나라네’ 이러면서 최소한 우리 선수들이 실력차는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먼저 이렇게 두려워해서 접고 들어가는 게 없다는 거죠. 저는 아이슬란드와 이번에 웨일즈의 이런 돌풍은 선수들에게 그런 효과를 줄 거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사실 이 나라들이 그동안 웨일즈는 58년 전에 월드컵 한 번 나간 적이 있지만 유럽 대회라든지 근래 월드컵 혹은. 아이슬란드는 아예 그런 거 나온 적이 없어요.
◇ 김현정> 나온 적이 없고 웨일즈도 58년이 마지막이고.
◆ 박문성> 그러니까 이런 선수들의 이번 경험은 아마 다음 월드컵이나 또 다른 유럽 선수권대회에 나갈 때 최소한 두려워하지는 않겠죠. ‘우리가 4년 전에 2년 전에 이렇게 했던 나라인데 한번 붙어보지, 뭐’ 이게 저는 굉장히 무서운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지금 독일, 프랑스, 웨일즈, 포르투갈 4개 나라가 4강 올라가 있잖아요. 웨일즈
가 우승할 가능성. 얼마나 보세요?
◆ 박문성> 우승까지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보는데요.
◇ 김현정> 그래도 축구공은 둥글잖아요. 아무도 모르잖아요.
◆ 박문성> 둥글기는 한데 또 골키퍼도 많고 수비수도 많으니까. 그런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와 웨일즈의 돌풍을 보는 건 결과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약한 팀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땀을 흘리고 노력하고 싸우고 이런 눈물이나 감동 아니면 이런 어떤 반전 같은 거가 또 매력이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박문성 위원 고맙습니다.
◆ 박문성>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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