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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흔드는 국회 정보위…"정보갑질로 기밀 누출 다반사"

국회/정당

    국가안보 흔드는 국회 정보위…"정보갑질로 기밀 누출 다반사"

    野,기밀누출 관행에 메스…보안강화 제도 마련

    국가 안보 강화에 기여해야 할 국회 정보위가 오히려 안보를 흔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보위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민감한 간첩 수사 정보가 그대로 언론에 유출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1일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브리핑에서 취재기자들에게 "현재 군 장병 포섭을 기도하는 간첩 용의자 4명을 수사 중이다. 기무사발"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군 정보나 자료를 빼서 북으로 보내자는 목적으로 (군 관계자들에게) 접근했다"며 "(수사 대상은) 다 민간인"이라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여야 합의 없는 민감한 대공 사건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적절치 못한 처사인데다가 브리핑 시점에서 정보 당국이 피의자들의 신병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파문은 확산됐다.

    국정원이 최근 서울시내 한 PC방에서 북한에 국내 정세를 보고하던 남성 1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보도는 국정원이 2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여야 3당 간사가 언론에 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도 아니었다.

    ◇ 정보위 회의 끝나기도 전, 페이스북에 회의 내용이 버젓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4일 "국정원과 기무사가 정보위에 보고한 고급 정보가 정보위원장과 여당 정보위원을 통해 유출되는 이상한 사례를 또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국회에 정보위원회가 상임위로 신설된 이래 정보위원들에 의한 정보 유출 의혹이나 사건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지난 2013년 12월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북한의 장성택 '처형'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대북휴민트에 의해 장성택 처형 정보를 수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기자들이 '스파이(대북 휴민트)를 지금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자 "휴민트라는 건 북한 주변국가가 될 수 있고 하기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돌렸다.

    정보위원들의 정보유출이 빈번해지자 정치권에서는 "정보위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회의 내용이 정보위원들 페이스북에 올라간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될 정도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보당국이 고의적으로 정보를 유출하는 행태도 문제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012년 말 미국 정부가 북한 로켓 발사 최종 단계에서 한국 정부에 위성사진 등 기밀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보기관이 기밀정보를 정치적 목적으로 국내 언론에 흘려주는 것에 불만을 품은 미국 정부가 한국을 따돌렸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도 정보기관에 의한 정보유출 의혹의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 김무성·정문헌·서상기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유출·공개하면서 대선 정국을 안보 이슈로 몰고 가는데 성공했다.

    여당 의원들이 비밀 문건의 내용을 숙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국정원의 방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수의 야당 정보위원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PC방 간첩 용의자 검거' 정보 유출 배경에도 국정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당 정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태규 의원은 "국정원이 문제의 사건을 정보위에 보고 하기 몇 개월 전에 이미 검거 장면이 담긴 CCTV가 TV뉴스에 방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정보위원들의 자료 요구에는 무조건 국가기밀이라며 제출을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위해서는 언론에 배포하는 '갑질'의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野, 정보위 위상 재정립과 정보유출 처벌 강화 투트랙 전략

    20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회 정보위 개혁은 국회 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몇 차례나 논의가 있어왔다.

    여야는 19대 국회 때인 2014년, 국정원 개혁특위를 통해 국정원의 국회 보고 때 언론 브리핑을 제한하고, 국회의원이 기밀을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개혁안에 잠정 합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권리가 제한된다는 야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으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앞서 2013년 말에는 국회의 국가정보원 개혁특위가 한정된 인원에게 비밀열람권을 허용하는 쪽으로 여야 의견의 접근을 봤지만, 정보유출 우려에 대한 반발로 법통과에는 실패했다.

    더민주 등 야당에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또다시 정보위의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보를 흘리는 정보위가 아니고 정보를 모으고 지키는 정보위가 돼야 한다"며 정보위 보안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이 기회에 정보위가 설립 목적에 부합하게 국정원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민주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정보위에서 비밀 누설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정보기관을 견제하는 기능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누설했을 경우 처벌 조항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보 누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처벌이 강화될 만큼의 권한이 우선 부여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보위원들이 요구하는 정보의 경우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는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법제화 하는 것과 정보위원 뿐만 아니라 정보기관이 정보를 유출 했을 경우도 처벌하는 쪽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정보기관들의 정보위 보고 수준을 높여 언론 브리핑 횟수를 가급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지만 정보위의 위상 재고와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더민주는 당장은 정보위의 보안유지를 위한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정보위 권한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 등 투트랙 전략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은 정보위 위상 강화가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정보위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20대 국회에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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