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울산과 월성 등지에는 원자력발전소 27기가 가동돼 시민 불안이 크다. 중화학공장 1천100여 곳도 밀집해 대형 재앙도 우려된다.
이들 지역에서 지진 빈도가 잦아진 데다 강도도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규모 2.2∼5 지진이 5차례 발생했다. 첫 지진은 3월 5일 울산시 동구 동북동쪽 38㎞ 해역에서 발생했다. 규모는 3.3이었다. 이후 3월 27일, 6월 5일과 15일, 7월 5일 등 4차례 지진이 뒤따랐다.
이날 오후 8시 33분께 울산 동구 동쪽 52㎞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0으로 역대 5번째로 크다.
대다수 울산 시민이 진동을 느낄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시민들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묻기 바빴다.
고층 아파트 주민은 심한 흔들림에 놀라 지상으로 서둘러 대피했고 식당 손님들도 불안을 느껴 밖으로 나왔다.
찬장에서 그릇이 쏟아졌다는 사례도 신고됐다.
울산은 석유화학공단과 원전이 몰린 곳이어서 지진으로 인한 2차 재난 우려가 크다.
다행히 고리원전 측은 "진동이 심하면 원전 가동이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오후 9시 13분까지 남구 석유화학공단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울산소방본부가 발표했다.
울산은 2014년 7월 3일 동구 동북동쪽 38㎞ 해역에서 규모 3.8, 1994년 4월 5일과 6일에는 울산 남동쪽 175㎞ 해역에서 규모 4.5∼4.6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지진관측 현황을 보면 울산 지진은 1980년대에 거의 없었으나 1991년부터 연간 2.4회꼴로 발생했다.
울산 부근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과 울산에 활성단층대가 있다는 사실이 1980년대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이란 지각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지진이 일어났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단층이 가장 크고 위험한 양산 활성단층대는 부산∼양산∼경주∼울진으로 이어진다. 울산 남쪽에서 남동북쪽을 연결하는 단층이다.
울산단층은 울산∼경주에 깔린 단층이다.
경주에는 국보급 문화재가 몰려 있어 지진이 생기면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
양산과 울산단층을 지나는 도시 인구 밀집도도 높다. 부산·울산·양산·경주 인구는 총 500만 명이다.
울산과 부산 경계의 고리원전은 총 6기 중 5기가 가동 중이다. 2기가 내년부터 추가로 가동되고, 2기는 향후 건립될 예정이다. 총 10기의 원전이 몰려 있는 셈이다.
양산단층대의 끝 부분인 경주 월성에도 원전 6기가 가동 중이다. 울산은 고리와 월성원전 중간, 16기의 원전에 끼어 있다.
울산국가산업단지에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화학업체 1천100여 곳이 가동 중이다. 근로자 35만 명이 일한다.
석유화학단지에는 20여 개의 대규모 석유화학업체가 있고, 항만을 따라 액체 화합물과 기름, 가스가 든 탱크가 즐비하다.
시민 홍모(35·여)씨는 "그동안 지진 걱정이 막연했는데 이번 진동을 느끼고서 걱정이 커졌다"면서 "지진이 원전이나 공단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