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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청와대 가는 유승민,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정치 일반

    [행간] "청와대 가는 유승민,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모레 그러니까 8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점심을 같이 할 예정입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 모두를 청와대로 부르는 건, 작년 8월 26일 이후 1년만의 일이고, 대통령 취임 이후론 3번째인데요. 20대 국회기 시작된 이후 첫 만남이기 때문에, 129명 의원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참석자들이 있는데요. '대통령 오찬에 초대된 사람들',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대통령 오찬에 주목할 만한 참석자, 어떤 사람들이죠?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김성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유승민 의원입니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으로 낙인 찍은 이후로 공천 탈락, 탈당, 진박 마케팅, 복당 반대까지 정말 숱한 시련들을 견디고 살아남아서 다시 박 대통령과 조우하게 되는 건데요. '옥새를 들고 나르샤'로 지난 총선 최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던 김무성 전 대표도 빼놓을 수 없죠. 불참자는 거의 없을 듯합니다. 유승민 의원은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라도 꼭 참석하겠다"고 밝혔구요.

    ◇ 김현정>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하는 대통령",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입니다.

    ◇ 김현정> 대체 뭐길래. 꿈에서도 잊히지 않는다는 거예요?

    ◆ 김성완> 박 대통령 입장에서 지난 총선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패배 경험입니다. 박 대통령이라고 하면 선거의 여왕이라고들 해왔죠. 다 진 선거도 박 대통령만 나타나면 결과가 뒤집어졌었는데요. 그런데 지난 총선에선 어땠습니까? 여소야대. 최악의 참패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보기에 그 원인이 뭐겠습니까? 박 대통령 입장에선 바로 배신의 정치 때문이었겠죠.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뜻에 반해서 국회법을 통과시키고, 헌법 1조를 거론하면서 "민주주의"를 논하지 않았습니까. 박 대통령이 얼마나 분노했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심판해달라"고 외쳤겠어요. 이 일로 배신의 정치인이 된 유승민 의원이 심지어 부친상 당했을 때 대통령이 조화도 안 보내서 화제를 모았었죠. 그리고 작년 9월 대통령이 대구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대구 지역 의원들을 한명도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총선에선 친박 핵심 실세들이 유승민 의원을 낙선시키려고 진박 마케팅까지 벌였죠.

    뿐만 아닙니다. 박 대통령과 친박 입장에서 지난 총선 참배의 또 다른 원인 제공자가 있죠? 여당 공천이 사천이라는 걸 만천하에 알린 사건, 이른바 '옥새 들고 나르샤'의 주인공 김무성 전 대표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요? 청와대가 의원 전원을 초청하는 모양새 갖췄지만. '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 기억을 대통령이 끝까지 갖고 있을 거라 저는 봅니다.

    ◇ 김현정> 청와대의 새누리당 의원 전원 초청, 또 행간이 있다면?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둘은 이미 같은 공간에 있던 적이 있었다"입니다.

    ◇ 김현정>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이요?

    ◆ 김성완> 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를 심판해달라고 한 뒤, 결국 작년 7월 8일,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죠. 이번 초청 오찬의 딱 1년 전 상황인데요. 당시 그 때로부터 50여일이 지난해 8월 26일에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이 같은 공간에 있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이 충남 천안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의원 연찬회를 열고 있던 중에 청와대가 느닷없이 오찬 일정을 잡았던 건데요. 행사 참석 의원들이 천안에서 청와대로 곧바로 이동했었습니다. 이때 유승민 의원도 있었는데요. 당연히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조우가 최대 관심거리였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단 한마디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유 의원이 속한 국방위 자리를 맨 뒷줄 가장 외곽 쪽에 배치돼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이후 박 대통령 국회연설 때 두 차례 같은 국회의사당에 있었던 적이 있는데요. 연설 끝난 대통령을 복도 중앙에서 도열해 기다린 의원들이 일일이 인사를 나눴었죠. 친박계 의원들이 "여기도 있어요" 이렇게 박 대통령을 불러 반갑게 악수를 나누던 그때, 유승민 의원은 멀찍이 서서 대통령을 바라만 봤더랬습니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은 사이' 이런 관계가 지금까지 계속돼 온 건데요. 제 생각엔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청와대 오찬에서 만나는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 행간이 더 있을까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제 예측이 빗나간다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사건이 될 것입니다"입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인가요?

    ◆ 김성완> 이번 오찬에서도 이전처럼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과 서먹서먹하게 서로 '스치듯 안녕'하며 인사만 나눌 거라고 예측들을 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만약에 이 예측이 빗나가서, 서로 격려하고 악수하고 덕담 나눈다면 어떨까요? "당 환영합니다, 과거는 잊읍시다"라고 한다면, 여당으로서는 충격적인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승민 의원은 아주 강력한 잠재적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죠. 이걸 박 대통령이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만, 분명한 것은 박근혜-유승민 두 정치인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란 사실입니다. 화해한다면, 여당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근데요. 하지만 그런 국면을 예측하는 사람들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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