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영상] 결국 '셀프 감금' 이었다…"처음부터 무리한 기소"

법조

    [영상] 결국 '셀프 감금' 이었다…"처음부터 무리한 기소"

    법원 "여직원, 대선 개입 드러날까봐 두려움에 안 나온 것"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18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문병호·강기정·김현 전 의원 등이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야권에 불리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오피스텔에는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인 김 모 씨가 불법 댓글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 의원 등은 관계당국에 신고한 후 경찰관을 대동해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노트북과 컴퓨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는 이를 거부하면서 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이른바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왼쪽 세번째)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호 전 의원, 이종걸 의원, 강기정 전 의원, 김현 전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

     

    김 씨의 부모와 오빠가 오피스텔을 찾아왔지만, 김 씨가 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하는 바람에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 씨는 12일 오후 경찰에 노트북과 컴퓨터를 넘긴 후 다음날 오전에서야 문을 열고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들과 대치한 지 35시간 만이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는 '인권 침해' 프레임으로 물타기를 시도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3차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증거도 없이 2박 3일 동안 여직원을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부모도 못 만나게 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향해서는 "문 후보가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한마디 말씀도 없고 사과도 안 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인권 침해 프레임이 부각되면서 사상 초유의 관권선거 의혹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박 후보가 문 후보에게 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이날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경찰이 보도자료를 밤 11시에 배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선거의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수사 결과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공개됐다.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긴급 보도자료 배포와 수사 축소·은폐를 지시한 인물로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목했다.

    이후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댓글을 단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 직원 김 씨는 오피스텔에서 자신을 '셀프 감금' 하는 동안 관련 증거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와 새누리당은 이 의원 등을 감금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 의원 등에게 벌금형을 내려달라며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제대로 된 심리가 필요하다며 직권으로 정신 재판에 회부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심담 부장판사)는 6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3년여 만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감금된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빼앗길 우려 때문에 스스로 밖에 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감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컴퓨터를 빼앗기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이 수사기관과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선고 직후 이 의원 등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면서 검찰이 애당초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관해 의문을 품는 국민들이 많다"며 "정치검찰의 음모와 잘못된 국가권력의 행사 때문에 참담함을 느꼈지만, 사필귀정의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문 전 의원은 "재판과정 자체가 고문이었다"며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무리한 수사·기소를 강행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1심의 무죄 선고는 감금죄의 일반적 법리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