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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 출간

책/학술

    '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 출간

    [신간]윤병대 전 CBS방송본부장 장편소설

     

    CBS에서 PD로 출발, 지난해 방송생활 30년을 마무리하고 작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늦깎이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작가 윤병대가 장편소설『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윤병대 지음·생각을 담는집·신국판변형 280쪽·1만 3800원)를 출간했다.

    윤 작가는 오랜 세월 방송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의 갈등구조'에 주목하게 되었고,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구조도 결국 '나 혹은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한 적의와 배타성'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연장선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는 주인공 성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삶과 내면을 통해 상대방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조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시대의 근원적 아픔을 그려내는 소설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출세로 대변되는 인간의 권력의지와 관습처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남녀 간의 사랑 행위, 그리고 끊임없이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막연한 꿈들이 소설 제목처럼 비슷한 모습으로 때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향한 거대한 욕구를 갖고 있지만 서로 그 목적이 불분명해서 각자 다른 시선과 방향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작가는 주인공 성빈을 통해 그 과정에서 갈등하고 아파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지방대학 사립대학 교수로 있는 주인공 성빈이 몸담고 있는 대학 총장 선거이며, 또 다른 한 축은 성빈이 아내와의 갈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주변 인물들 간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성빈은 10년 전 불거진 아내와의 갈등으로 서울의 명문대학 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지방대학으로 옮겨 혼자 살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부터 그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 사학 분규에 휩싸이자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평교수들이 조직한 대책위원회 간사와 위원장을 역임하며 사학 분쟁의 중심인물이 되고, 마침내 교수들이 내세운 총장 후보로 사학재단과 결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총장이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대학 구성원들의 권력 다툼은 인간 내면에 자리한 왜곡된 권력욕을 적나라하게 표출시키는데, 작가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선까지 그려내고 있다.

    또 다른 소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주인공 성빈과 아내와의 갈등 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빚어지는 주변 인물들 간의 엇갈린 사랑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정을 이룬 것만으로 사랑이 완결된 것으로 보는 무심한 주인공 성빈과, 섬세한 감정의 교류를 통해 일상에서 사랑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성빈의 아내는 결국 서로가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주인공과 작가가 그려내는 그 주변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 묘사가 꽤 흥미롭다.

    특히 한때는 젊었으나 지금은 중년이 된 부부와 지금 젊은 연인 관계인 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은 상황에 따라, 혹은 환경에 따라 어떻게 사람의 감정이 움직이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제목 『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에서도 알 수 있듯 소설 속에서는 바흐 음악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바흐'는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나 꿈일 수도 있고, 생활 속 아주 사소한 취향이나 관심사일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의 20대 청춘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현실을 딛고 살아야 하는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세대에 관계없이 인간은 누구나 고달픈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막연한 꿈을 꾼다.

    그래서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전혀 다른 반응을 하고, 다른 기억을 갖게 되며, 그럼으로써 갈등하고 방황하고 마침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작가는 소설 속 음악 이야기를 통해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덕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구원의 대상으로 또다시 사랑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독일 뮌헨 슈바빙 거리의 한 카페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에서 온기를 느끼는 이유다.

    윤병대 작가는 고려대 영문과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CBS 라디오 PD로 방송생활을 시작, CBS 편성국장과 방송본부장, 대구CBS 본부장을 마지막으로 방송생활을 마감했다.

    PD 시절, CBS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시사자키'를 비롯해 수많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을 제작했으며, 두 번의 한국방송대상 작품상과 라디오 PD상, 그리고 한국방송 80주년 기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격변기의 한국 사회를 살아오면서 사회적 관점에서는 '정의로운 분노'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개인적 관점에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고 믿고 있고, 지금은 그것을 글쓰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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