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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재파탈' 조진웅, 이 배우가 사는 법

    [노컷 인터뷰] "나도 실수할 수 있어…다만 솔직하게 인정하고파"

    영화 '사냥'의 배우 조진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술'과 '솔직함'을 빼고는 이 배우를 논할 수 없다. 현장은 즐겁게, 연기는 치열하게. 영화 '사냥'으로 돌아 온 배우 조진웅의 이야기다.

    조진웅은 '사냥'에서 금맥이 발견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엽사 동근과 그 쌍둥이 형제 명근 역을 연기했다. 영화 속에서 동근은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냥꾼 기성(안성기 분)과 대립하게 된다.

    산 속 촬영이기에 불편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조진웅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현장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돌 던져서 물건 맞추기 놀이를 실감나게 재현하는 얼굴은 그저 개구지기만 했다.

    "어떤 작업이 힘들지 않겠어요. 저는 원래 산을 싫어하는데 이번 계기로 더 싫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끼리 작은 것에 서로 즐거워하고, 재밌어하고 그랬죠.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버티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자가 부족하니까 간식 나눠 먹고, 담배 나눠 피고, 난로에 음식 데워서 맥주 남은 걸로 같이 먹고. 그런 재미가 있었어요."

    쌍둥이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진웅은 굳이 다르게 구분을 두는 연기를 피했다. 배우 톰 하디가 주연한 영화 '레전드'를 보며 참고를 하기도 했다.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느꼈어요. 일단 외적으로 충분히 다르니까 연기 톤을 똑같이 해버리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레전드'를 봤는데 차이점이 없는 쌍둥이 연기가 매력적이었어요. 일단 연기를 똑같이 해도, 캐릭터들을 쌓아 나가면 분명하게 관객들이 느끼는 다른 지점들이 있거든요."

    영화 '사냥'의 배우 조진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약 '사냥'처럼 거대한 금맥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떨까. 조진웅은 잠시 꿈꾸는 소년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갔다.

    "일단 아무도 안 데리고 저 혼자 가겠죠? 그리고 탐지기에서 그 정도 수치가 나오면 양이 엄청나다고 하더라고요. 상상도 못하는 양이고, 몇백억은 된다고. 아마 그 구역을 매입해서 자연스럽게 개발할 것 같아요. 평생 요트나 타면서 돌아다니든가, 영화에 투자를 하든가. 보물선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미친 것 같아도 평생 그거 하나만 발견하면 된다니까요. '인디아나 존스'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tvN 드라마 '시그널'부터 '사냥' 촬영까지. 조진웅은 제대로 연기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저는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을 가는 게 두려워서 그렇게는 못가요. '시그널' 같은 경우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골이 깊은 연기를 하게 되죠. 그렇지만 준비할 시간이나 리허설 할 시간은 많이 없었어요. 아무튼 그 무게감을 촬영해서 빨리 털고 싶은 마음이 있죠."

    촬영 현장에서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조진웅은 아무리 피곤해도 스태프들과의 친목 다지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사람을 모아서 술 한 잔과 함께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연기를 제정신으로 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스태프들이 100명이면 그 중의 한 명은 술 마실 구실이 있거든요. 딱 두 시간 반만 먹고 일어나요. 그렇게 해서 사실 있었던 많은 것들을 털어버리는 거죠. 그래야 또 다음을 할 수 있으니까요. 집에서 잠을 한 시간 자더라도 그런 자리는 가지는 편이에요."

    영화 '사냥'의 배우 조진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첫 주연작인 '시그널'은 성황리에 끝났다. 주인공 조진웅의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조진웅은 '너무 많이 놓쳤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드라마는 마치 막차가 오는 느낌이에요. 난 아직 역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막차의 기적소리를 들은 것 같은. 호흡이 가쁘기 때문에 더 철두철미하게, 빨리 비워버리지 않으면 힘들더라고요. 영화는 정확히 집중하고 조망한다면 드라마는 어느 지점에서나 힘을 주지는 않아요. 저는 준비를 다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1분 30초가 아니라 20초 밖에 서지 않더라고요. 강약이 아주 조화롭게 흘러갔어요. 그 흐름을 가진 맥락이나 연출성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아가씨'에서는 후견인 코우즈키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아가씨'가 초청 받은 이야기가 나오니 '사람 사는데는 다 비슷하던데요'라며 수더분하게 웃었다.

    "박찬욱 감독님에게 코우즈키 번외편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요. 그 캐릭터로 관객들과 놀고 싶은 거죠. 그런데 너무 과하면 주인공들이 가져야 할 트라우마가 침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는 '아재파탈'에 속하는 중년 남성 배우들 중 하나다. '아재'(아저씨의 낮춤말)와 '옴므파탈'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남성들을 칭할 때 사용된다. 이야기를 듣고는 멋쩍게 웃더니 처음에는 놀리는 말인 줄 알았단다.

    "처음에는 놀리는 건 줄 알았죠. 중년이 막 꽃이라고 하니까. 최근에 무대 인사를 갔는데 누가 (엄지와 검지를 교차한) 손하트를 날리더라고요. 딱 봐도 20대 중반 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욕하는 줄 알고 나중에 응징하려고 했어요. 21세기 형 욕인가 싶더라고요. (김)태리한테 물어보니까 손하트라고 가르쳐줘서 그 때 알았네요."

    영화 '사냥'의 배우 조진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변함없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팬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 뿐이다. 조진웅은 친근한 옆집 아저씨처럼 팬들을 챙기곤 한다. 자신을 쫓아 다니느라 너무 돈을 많이 들이면 걱정하기도 하고, 공부 때문에 보러 오지 못한다는 팬이 있으면 진심으로 응원한다.

    "저를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죠. 극장마다 쫓아 오는 팬들한테는 '다음 극장에서 보면 죽는다'고 막 그래요. 아무래도 그렇게 오려면 돈을 많이 써야 되거든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이후에 커뮤니티가 생겼는데 부산에서 제가 시구할 때 팬들이 온 거예요. 그 때도 '왜 부산까지 쫓아와. 안 가?' 이랬더니 '갈 거예요, 형' 이러더라고요. 우리 애들이 정말 수줍고 착해요. 국가고시 시험 본다고 6개월 동안 못 온다는 애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빨리 온 적이 있었어요. 내년에 다시 한다고 그러길래 그냥 어깨 한 번 툭툭 쳐줬죠."

    처음부터 조진웅이 굵직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해 온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바쁘게 누비며 지금의 자리까지 우뚝 섰다. 웃음이 많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가 없을까. 체중이 더 나가던 시절에는 여기저기에서 악성 댓글과 마주했었다.

    "(다이어트 생각하면) 괴롭죠. 아무래도 배우가 오래할 짓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 하기도 해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손)현주 형이 저보고 시청자 게시판 글을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제 몸집을 가지고 비하하는 이야기나 욕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냥 저는 보고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관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어요. 대박날 것 같다고. 그 이후부터는 댓글을 잘 보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제 발언이나 이야기가 거슬렸던 분들도 있겠죠. 현장에서 들려오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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