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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아부지 뭐하시노?" 흙수저 울리는 입사요강

사회 일반

    [훅!뉴스] "아부지 뭐하시노?" 흙수저 울리는 입사요강

    '부모스펙(지위·학벌·재산)' 요구하는 입사지원서, 30대기업 전수조사결과

    -30대 대기업 중 8곳 '부모스펙' 요구
    -부모 출신학교명·월수입·재산 기입
    -중견기업은 아파트 평수까지 적어야
    -자소서에도 아버지 직업 적시하기도
    -고입, 대입원서에도 부모란 소멸추세
    -'부모스펙방지법안' 제출, 통과될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어떤 주제 가져오셨나요?

    ◆ 권민철> 오늘도 먼저 음성 준비해봤는데, 먼저 듣고 시작할까요?


    "취업준비를 하면서 다른 것을 많이 포기하게 된다. 술 마시는 것도 줄어들고, 아무래도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그냥 안 만나게 된다. 모임도 잘 안 나가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준비를 하게 되면 취업준비에 전념을 못하게 되어서 불효자식 노릇을 좀 하고 있다."

    ◇ 김현정> 취업준비생 목소리군요. 사람 앞에 나서기가 꺼려진다? 역시 많이 위축돼 있는 상태인 거 같아요.

    ◆ 권민철> 대학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겠죠. 상반기 취업은 끝나고 하반기 취업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데, 오늘 훅뉴스는 취업 뒤에 숨겨진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부모라는 배경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 김현정> 부모 배경과 자녀 진로간 상관관계라, 이 문제하면 떠오르는 게 두어 달 전에 있었던 로스쿨의 '불공정 입학'이죠?

    ◆ 권민철> 그렇죠. 집안 배경에 따라 로스쿨 입학이 좌우된 사실이 밝혀져 이게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했었죠. 법조계 고위층 자녀들이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을 기재하는 수법이 활용됐었는데, 그런데 이게 로스쿨만의 일인가? 취업 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논란으로 이어졌죠.

    ◇ 김현정>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고, 짐작일 뿐인 거 아닌가요?

    ◆ 권민철> 물론 객관적 증거로 증명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대기업들이 이른바 부모 스펙(사회적지위, 학벌, 재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걸 볼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청년들 스펙 쌓기만이라도 최소화하자는 게 최근 경향 아닌가요, 그런데 부모들의 스펙까지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다고요?

    ◆ 권민철> 상반기에 공채를 실시한 30대 대기업 계열사들의 입사지원서를 저희가 전수 조사해 봤습니다. 기업들이 부모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창구는 입사지원서잖아요? 30개 기업 가운데 3개 기업(LS,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은 공채가 없었고, 1개 기업(S오일)은 입사지원서를 공개하지 않아서 26개 기업의 지원서를 저희가 꼼꼼히 살펴봤는데, 모두 8개 기업이 부모 배경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30%나 됩니다.

      [표=스마트뉴스팀]

     

    ◇ 김현정> 부모 배경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 권민철> 학력, 직장명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에 추가해 직장에서의 직위나 직책까지 기입하도록 한 곳도 5곳(GS리테일, 현대중공업, 한화L&C, 현대H&C, 동부하이텍)이나 됐습니다. 한진물류의 경우는 부모의 출신학교까지 적도록 했습니다.

    ◇ 김현정>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물었다고요? 정말 부모의 학벌까지 따진 거네요?

    ◆ 권민철> 심지어는 학력과 직장(직위)에 더해 재산상황을 요구한 기업도 있었습니다. 부영그룹의 경우인데, 부모의 월수입, 재산 기입란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혹시나 해서 30대 대기업이 아닌 곳의 입사지원서를 봐보니까 빚(부채)은 얼마인지, 아파트는 몇 평인지를 묻는 기업도 있더군요.

    ◇ 김현정>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설마, 대기업이 아직도 그것을 보고 있다고요?

    ◆ 권민철> 단도직입적으로 저희가 그 기업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부모 배경을 적게 한 이유가 뭐냐? 대기업 2곳의 답을 들어보시죠.

    "부모님 직업이나 재산상태 뭐 이런걸 안 쓴다고 입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참고사항이다. 당락을 결정한다거나 불이익을 결정하는 것은 전혀 없고, 말 그대로 참고만 합니다."

    ◇ 김현정>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기입하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 권민철> 기업들은 이게 필수 기재 사항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취준생의 입장에선 기입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취준생 노해철씨 이야기입니다.

    "선택사항이라도 기재를 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소서라고 하면, 항목에 빈칸이 없도록 기재를 하는 게 지원자를 뽑은 회사입장에서는 성의로 표현될 것 같아서…."

    ◆ 권민철> 앞서 들으신 기업들은 부모 정보를 참고만 한다고 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선발에 반영한다는 말로도 들리죠. 때문에 부당하다고 느끼는 취준생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취준생들의 이야기 들어보죠.

    "입사하는 것은 저고, 평가를 받는 것도 저인데, 왜 그런 과정에서 부모님의 직업, 나의 뒷 배경이 굳이 필요할 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집안 배경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뒤쳐진다고 해서 제 능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받는다면 굉장히 부당함을 느낄 것 같다."

    부영그룹의 입사지원서. 재산, 주거형태, 월수입 등 빨간 박스내 가족 배경란이 눈에 띈다. (사진=부영그룹 홈페이지 캡처)

     

    ◆ 권민철> 이런 취준생들의 심리는 다른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900여명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바로 부모님의 지위, 재산 등 여건이 본인 실력보다 취업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 65%나 됐습니다.

    ◇ 김현정> 기업들도 알거에요. 취준생들의 이런 부담을 의식하지 못한 것도 아닐 텐데도….

    ◆ 권민철> 사실 지난해에도 이 문제가 한번 지적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 YMCA가 비슷한 문제 제기를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그렇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뭔지 서울 YMCA 서영진 간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개인을 본다기 보다 부모님의 재산, 가령 은행이라면, 누가 더 예금을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까 그런것들을 본다는 것이죠.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해도 모 기업에서는 부모님의 재산이 곧 실적이 되는 구조…부모의 인맥을 통해 또 다른 계약을 할 수 있다던가…."

    ◇ 김현정> 그럼 부모 재산이 많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기업들이 왜 부모배경을 버리지 못하는지 이제 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부모 배경란을 지원서에서 없앤 기업들도 있긴 있죠?

    ◆ 권민철> 30대 기업 가운데 18개 기업은 이미 부모 항목을 없앴더라고요. 입사지원서를 바꾼 LG전자 조중권 상무 이야기 들어보시죠.

    "2014년부터 입사 지원서에 직무와 관련이 없는 어학성적,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의 개인정보 입력란을 아예 없앴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불필요한 스펙보다는 지원자의 직무역량이라든가 잠재력을 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 김현정> 그런 곳이 있군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입사지원할 때 지원서만 내는 게 아니라 자기소개서도 내지 않나요?

    ◆ 권민철> 물론입니다. 설사 입사지원서에 부모 배경란을 삭제했더라도 자기소개서나 기술서에는 부모에 대해 얼마든지 기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기술하는 취준생들도 만나봤는데, 들어보시죠.

    "다른 사람과 같은 선상에 있을 때, 아무래도 저의 아버지의 직업이 좀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분야랑 저의 아버지가 일하시는 분야가 같기 때문에, 저를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 김현정> 자소서에 가이드라인 규제가 없는거니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적겠지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저번에 문제가 됐던 로스쿨 자소서는 응시원서에도 그렇고 기재해서는 안되는 항목, 위반한 경우 제재 방법 등 개선책이 이달중에 발표된다고 합니다. 로스쿨 뿐 아니라 특목고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 '부모 신상 암시'가 금지돼 있고요. 일부 대학도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부 역시 최근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은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말도록 했습니다.

    ◇ 김현정> 이런 흐름 속에서 왜 기업은 그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는가? 부모 스펙을 요구하는 입사지원서가 그래서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꿈쩍도 않고 있는 기업이 있는 것도 현실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권민철>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방법 밖엔 없을 거 같습니다. 과거에도 인권위에서 이런 걸 금지하라고 금지 권고도 했지만, 유야무야 됐습니다. 최근에는 법으로 제한하자는 의견들이 있어서 19대 국회 때 더민주 박병석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가 자동 폐기가 됐는데, 이번 20대 개원에 맞춰서 다시 같은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박 의원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청년들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고,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들의 지위에 따라서 청년들의 입사지원이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모든 입사 시험에 부모의 직업, 학력, 재산, 지위 등을 일체 적지 못하는 '부모스펙 기재 방지법'을 힘 있게 밀고나갈 생각입니다."

    ◇ 김현정> 결국 이 문제도 국회로 공이 넘어간 셈이 됐네요?

    ◆ 권민철> 기업들 저항 때문에 결국 법을 바꿔 가면서까지 바로잡으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사실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3월 '능력중심채용 실천선언'이라는 걸 했거든요. 사람을 뽑으면서 지원자의 개인능력 및 수행업무와 관련이 없는 항목을 묻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선언 뿐 실천은 안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실행력, 또 국회의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 김현정> 앞서 박병석 의원 말대로 부모의 스펙이 자녀의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누가 봐도 출발부터 공정하지 못한 일이지요. 비정상이기도 하고, 박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거창한 거 말고, 이렇게 작은 거, 지극히 현실적인 거, 국민들 피부와 와 닿는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갔으면 합니다. 오늘의 훅뉴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 취재도움: 황현규 인턴기자(국민대 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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