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외(院外)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의 모임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청와대와 당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했다.
당협위원장들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총선 패배와 관련, “지도부가 경고를 무시했다”,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는 등 격한 불만을 표출했다.
8‧9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총선 책임론’이 당 대표 경선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당협위원장들은 현장에서 실시된 즉석 설문조사에서 ‘공천 파동’을 4‧13 총선 패배의 핵심 패인으로 꼽았다. 전체 참석자 중 38.32%가 ‘공천 절차 및 과정의 문제’, ‘공천관리위 파행’ 등을 참패 이유로 들었다.
이어 ‘젊은 층의 반(反) 새누리당 정서’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 등이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경제민주화‧무상보육 등의 이슈에서 모호하게 접근한 결과 '젊은 표심'을 뺐겼다고 분석했다.
낙선자들이 총선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전달한 자유토론 시간에선 더욱 격한 비판이 제기됐다.
안홍렬 강북을 당협위원장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황진하 사무총장, 박종희 사무부총장, 김무성 대표 등에게 공천 파행을 정리하라, 경선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고 토로했다.
전직 당직자들에게 총선 참패의 징후를 미리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묵살됐다는 증언이다.
안 위원장은 지역구의 한 미용실을 방문했던 경험을 공개하며 “(손님들이) 하루 종일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데, 안홍렬씨를 어떻게 지지하느냐고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중앙당에 '공천 파동'을 막으라고 지시만 했어도 수도권 표심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인 김효재 전 의원은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한다’는 금언에 매달려 입을 닫고 있자니,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내 한 몸이나 챙기고 보자는 배반”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 선거를 지휘한 수뇌부로 청와대를 지목하며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를 당에서 했을 것이라는 말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는 말”이라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청와대에 대한 책임론은 친박계의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로 이어졌다. 김 전 의원은 “책임 있는 인사들은 석고대죄하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마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서청원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전직 지도부다.
그는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에 대해 ‘진박 마케팅’과 관련된 책임론을 제기했다. 특히 윤 의원에 대해 실명을 거론한 뒤 “당에서 나가야 한다”며 탈당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의 불만이 속출하면서 당초 하기로 했던 결의문 채택이 무산됐다. 현장에선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공천 실패'가 거론된 설문조사 내용을 총선 백서(白書)에 담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백서가 출간되면 ‘총선 책임론’이 주된 내용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럴 경우 친박계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당대회 표심에 있어 원내 의원들의 경우 친박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원외에선 비박계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