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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고투저는 다시 KBO 리그를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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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타고투저는 다시 KBO 리그를 지배하는가

    '올해도 타자 세상!'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타고투저 현상은 올해 역대 가장 현저했던 2014년에 육박할 만큼 기승을 부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NC 에릭 테임즈가 롯데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뒤 상대 투수와 함께 타구를 바라보는 모습.(자료사진=NC)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타고투저 현상이 다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역대 가장 극심했던 2014년을 뛰어넘을 태세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를 앞둔 가운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는 타자들이 득세하고,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기가 죽었다. 11일 현재 리그 평균 타율은 2할8푼8리, 평균자책점(ERA)은 5.11에 이른다.

    평균 타율이 2할8푼8리면 어지간한 수준급 타자 9명이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위 두산의 팀 타율은 무려 3할이다. 가장 떨어진다는 케이티가 2할7푼1리다.

    다른 리그와 비교해볼 때도 월등하다. 전반기를 마친 메이저리그(MLB) 30개 팀의 평균 타율은 2할5푼7리였다. KBO 리그가 3푼 이상 높다. MLB 전체 2위 마이애미의 팀 타율 2할7푼3리는 KBO 최하위 케이티와 비슷하다.

    ERA도 마찬가지다. 5.11이면 어지간한 경기의 두 팀 합계 점수가 10점을 넘는다는 것이다. MLB 전체 ERA는 4.23이다. KBO 리그가 1점 정도 높다. 팀 ERA 1위(4.26) 두산은 MLB에서는 중간 정도인 14위에 오를 기록이다.

    일본은 더하다. 11일 현재 리그 평균 타율이 2할5푼7리고 ERA는 3.71이다. 케이티의 타율은 일본에서는 1위인 니혼햄과 같다. 두산의 ERA는 일본에서는 12개 팀 중 10위다.

    ▲'2014년 정점' 타고투저, 지난해 주춤-올해 부활

    올해 KBO 리그 타율과 ERA는 역대 최고였던 2014년에 육박한다. 2014년 리그 타율은 2할8푼9리, ERA는 5.21이었다. 이전까지 최고였던 1999년 타율 2할7푼6리, ERA 4.98를 훌쩍 넘었다.

    이대로면 역대 2위는 떼논 당상이요, 어쩌면 2014년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외국인 투수들도 KBO 리그의 뜨거운 방망이를 견디지 못해 줄줄이 퇴출당했다. 사실 올해 외인 투수들이 일본으로 떠난 앤디 밴 헤켄(세이부) 등과 비견될 만큼 수준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14년 타고투저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타자의 가세였다. 류현진(LA 다저스)이 MLB 센세이션을 일으킨 2013년 이후 KBO 리그는 이대호(시애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등 간판 스타들의 유출로 외인 야수 제도를 부활시켰다. 감독들은 "4번 타자급의 가세로 투수들이 쉬어갈 타순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타자들 세네!' 삼성 최형우(오른쪽)가 지난달 26일 케이티와 홈 경기에서 케이티 피노를 상대로 홈런을 때리고 그라운들 도는 모습.(자료사진=삼성)

     

    그와 동시에 스트라이크존도 좁아졌다. 화끈한 타격으로 리그 흥행을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13년 2할6푼8리던 리그 타율은 2푼 이상 높아졌다. 4.32던 ERA도 5.21까지 1점 가까이 급등했다.

    그랬던 타고투저는 지난해 주춤했다. 리그 타율 2할8푼, ERA 4.87로 여전히 높았지만 그래도 2014년보다는 떨어졌다. 스트라이크존이 살짝 넓어졌고, 스피드업 삼진 등 타자들에 대한 규제가 원인이었다. 외국인 타자들에 투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한 점도 원인이었다. 단일구 적용도 있었다.

    그러다 올해 다시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지난해 뒤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빠졌는데도 그렇다. 오히려 두산은 김현수 때보다 홈런과 타점이 늘어난 양상까지 보였다.

    ▲"타자들 공격 성향과 발전, 투수들이 못 따라가"

    여러 요인들이 꼽힌다. 지난해 투수들이 그랬듯이 올해는 타자들이 단일구나 스트라이크존 등에 적응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무엇보다 리그 전체적으로 공격적 성향이 주류를 이룬 분위기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요즘은 타자들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기다리지 않는다"고 최근 트렌드를 짚었다. 이어 "3볼이나 3볼-1스트라이크에서도 노리는 공이 오면 여지없이 방망이가 돌아간다"면서 "그러니 투수들이 버텨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형 타자들 몇몇이 아니라 리그 전체 타격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타격 1위 최형우(삼성)는 3할5푼7리로 지난해 에릭 테임즈(NC)의 3할8푼1리에 다소 못 미친다. 올해 3할 타자는 무려 37명으로 2014년 36명보다 1명 더 많다.

    전반적으로 타격 기술과 장비의 발전 속도가 투수들의 기량보다 빠르다는 의견은 이미 나온 바다. 웨이트 훈련으로 타자들의 힘이 좋아졌고, 투구 분석도 현미경처럼 이뤄지는 데다 배트의 반발력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에 비해 투수들의 구종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감독들은 "고교 주말 리그의 정착 등으로 선수들이 프로 입단 전 실전이 적어 좋은 투수들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너무 낮나?' 올해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벌어지자 LG 양상문 감독 등 일부에서는 마운드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은 LG 우완 류제국이 지난 3일 SK전에서 역투하는 모습.(자료사진=LG)

     

    때문에 마운드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명 투수 출신 양상문 LG 감독 등 은 "마운드를 조금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자들이 느낄 압박을 더해야 그나마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타고투저와 투고타저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팬들은 타격전에 열광하는 반면 감독들은 투고타저를 선호한다. 김경문 NC 감독은 "팬들이야 화끈한 경기가 좋으시겠지만 사실 감독들은 불펜진 운용 등 계산이 되지 않아 속이 탄다"면서 "명품 투수전 같은 쫄깃한 긴장감도 또 다른 야구의 재미인데 요즘 잘 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MLB는 투고타저를 바꾸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을 좁히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팬들의 재미를 위해서다. 그러나 타격이 활발해지면 공수가 길어지고 투수 교체 등으로 경기 시간이 는다. 팬들이 지루해질 수 있어 KBO나 MLB나 경기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올해 KBO 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5분(연장 포함)으로 역대 최장인 2014년(3시간27분)에 육박한다.

    다시 리그를 지배한 타고투저 현상. 과연 역대 가장 현저했던 타고투저의 2014시즌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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