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정치권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국회 비준동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드 배치는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야권 일각의 주장이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헌법 제60조 1항에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성주는 지금 주한미군 기지가 아닌 한국군 미사일 기지"라면서 "돈도 들어가고 새로운 부지도 제공되는 일, 바로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줄곧 "헌법 60조는 국가안전과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사드배치와 관련, 협정에 준하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입장문을 내고 "사드배치는 부지 제공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우리의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므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힘을 실었다.
그는 "사드 배치 같은 중대사가 국회 동의 없이 SOFA 협정 내 정부 간 합의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국회는 차제에 협정의 개정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수를 뒀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사드 배치가 주한미군 주둔 결정을 양측의 합의 사항으로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허락)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학자들은 국회비준 동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 쪽으로 좀더 기우는 모양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준동의는 '조약'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주한미군이 배치돼 있는 가운데 미군 내 여러가지 무기체계 변경에 대한 사항이다. 미군 병력의 증감이나 미군 내 무기 변경이 있을때마다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지는 않는다"고 비준동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포함돼 따로 비준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도 1976년 퍼싱투미사일, 즉 핵무기를 배치할 때 내부의 극심한 반대를 겪었는데 미독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적으로 문제라기보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은 야권 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법조인 출신 더민주 의원은 "한미상호조약에 따른 무기 도입 문제이니 새로운 '조약'으로 보기 힘들고, 따라서 비준동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정치적으로도 그리 바람직한 주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개인적으로 국민투표나 국회 비준동의 요건이 아니라고 본다. 재정적인 부담이 우리 쪽에 지워진다고 해도 사드 배치 결정을 '조약'으로 볼 수 없으니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적 해석의 문제를 떠나 국회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일정 공감대가 형성된 형태다.
따라서 국민 여론에 따라 국회에서 사드 배치 여부의 적절성을 살펴보는 일정 형식의 절차는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 더민주 의원은 "당의 입장을 차치하고라도 야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다"면서 "우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태도와 불투명한 결정과정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또 사드 관련 예산을 살펴보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부담이 일어나고 안전보장에 관련한 사항이니 국회 비준동의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문제를 떠나서라도) 이같은 사안은 대통령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 국민의 이해를 구할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정신, 대의적 기본원칙을 생각하면 지금 대통령의 태도는 틀렸다"고 비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