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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BIFAN 조직위원장 "한국영화계, 삐딱한 상상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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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영 BIFAN 조직위원장 "한국영화계, 삐딱한 상상력 필요해"

    "조직위는 외치, 집행위는 내치…이원집정부 영화제"

    - 올해 20회, 첫 영화인 조직위원장
    - 정치권력 앞에 주눅든 영화계 자기검열, 위험하다
    - 부산영화제 갈등 "서병수 시장 실수…정치적 해방돼야"
    - 부산영화제 보이콧 "영화인들의 용기"
    - 사극·멜로…'정지영' 고정관념 깬 영화 만들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14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지영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

    ◇ 정관용> 국내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바로 다음 주 목요일 21일 개막합니다. 벌써 20회를 맞았는데요. 이제 성년을 맞은 영화제답게 그 규모도 역대 최대로 개최한다고 그러고요. 특히 이번 부천영화제는요, 처음으로 영화계 인물이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돼서 아주 화제를 모았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두고 불거졌던 지자체와 영화인들 사이의 갈등 사례를 떠올리면 참 시사하는 바가 크죠. 그래서 오늘 부천국제영화제 신임조직위원장 맡으신 정지영 감독을 스튜디오로 초대했습니다. 정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 정지영>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여기 이미 조직위원회에 가담하신 건 오래 됐잖아요?

    ◆ 정지영> 아니요, 올 초에.

    ◇ 정관용> 그러니까 금년 초였죠.

    ◆ 정지영> 부조직위원장을 맡았었죠.

    ◇ 정관용> 부조직위원장? 그러면 부조직위원장 맡으실 때에 조직위원장은 부천시장이었습니까?

    ◆ 정지영> 네. 시장님께서 그때, 그날 회의 때 ‘영화계에 조직위원장을 넘기고 싶다. 여러분이 좋은 분을 추천해 달라’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될 줄은 생각지 못했죠.

    정지영 BIFAN 조직위원장

     


    ◇ 정관용> 그런데 지금까지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거의 대부분 부천시장이 그냥 맡았던 거죠?

    ◆ 정지영> 그렇죠.

    ◇ 정관용> 그게 무슨 조례나 뭐가 있어요?

    ◆ 정지영> 아니요.

    ◇ 정관용> 그런 건 없어요?

    ◆ 정지영> 다른 영화제는 당연직이에요. 지자체 단체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인데.

    ◇ 정관용> 조례나 이런 걸로 정해져 있는 거죠?

    ◆ 정지영> 네. 부천국제영화제에서는 당연직이 아니고 처음에 상공회의소 소장인가 누가 조직위원장을 했었답니다. 그러다가 역시 원활하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이 예산도 집행하니까 단체장이 해야 된다, 이렇게 아마 바꾼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나 당연직은 아니었고 관행적으로 그냥 시장이 맡아왔더라. 그랬다가 이번에 영화인으로 바꿔보자.

    ◆ 정지영> 네.

    ◇ 정관용> 그리고 1월에 부조직위원장 되실 때 그때 부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영화인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 정지영> 네, 맞습니다.

    ◇ 정관용> 3분의 2가량을 참여시켰다, 조직위원회에. 그런 기사가 이미 났었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동안에는 영화인들이 그만큼 참여 안 했어요?

    ◆ 정지영> 어느 조직위원회든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대개 지자체 단체장이 임명하는 그 지역의 유지라든가 아니면 관공서의 국장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차지했어요, 반 이상을.

    ◇ 정관용> 절반 이상을?

    ◆ 정지영> 네. 그건 왜냐하면 그 영화제를 자기들 관할 하에 두고 싶어서 그런 거죠. 그러니까 일종의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서. 자기들이 예산을 주니까 그것을 자기들이 컨트롤 하는 범위 내에서 써라, 이런 의미였겠죠.

    ◇ 정관용> 조직위원회라고 하는 데는 하는 일이 뭐예요, 기본적으로?

    ◆ 정지영> 집행위원회를 조절하고 관리하고 그러니까 집행위원회의 상부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아마.

    ◇ 정관용> 집행위원회가 실제...

    ◆ 정지영> 실제 일하는 데고.

    ◇ 정관용> 영화들을 고르고 영화제를 기획하고.

    ◆ 정지영> 영화제 살림을 다 맡는, 실제로 일하는 데고 조직위원회는 아무 것도 안 한 채 명령만 하는 데입니다. (웃음)

    ◇ 정관용> 아. 법률상 일종의 이사회 같은.

    ◆ 정지영> 그렇죠. 너무 조직위원회가 위원이 많으니까 이사회를 부천영화제의 경우 또 그 안에서 추려서 이사진을 또 만들었어요.

    ◇ 정관용> 조직위원회 내에 또 이사진이 따로 있어요?

    ◆ 정지영> 네.

    ◇ 정관용> 복잡하군요, 영화제라는 게.

    ◆ 정지영> 그것도 역시 지자체 단체장이 임명한 쪽의 인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영화인들이 거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죠.

    ◇ 정관용> 제가 좀 아까 이사회라고 한 것이 예를 들면 대학과 같은 형태를 금방 떠올려보면 대학은 총장과 교수들에 의해서 쭉 움직이지만 그 위에 재단이사회가 꼭 있잖아요. 이게 그런 형식이에요?

    ◆ 정지영> 그런 형식이었죠.

    ◇ 정관용> 아. 그런데 그 조직위원회 별로 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지역 유지나 관공서 국장들이 들어가도 상관없었군요?

    ◆ 정지영> 네.

    ◇ 정관용> 그냥 감시만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그 기구부터 영화인을 대거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 정지영> 네. 물론 부천시장께서 그렇게 용단을 내린 거죠. 자기 권한을 내려놓은 거니까. 실제로 제가 그 정관을 들여다보니까요. 일은 집행위원회에서 다 하거든요. 집행위원장이 많은 책임을 져야 돼요. 일을 다 하니까. 그런데 권한은 조직위원장이 다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경우가 도대체 있을 수 있느냐. 다른 영화제에 물어봤더니 부천영화제만 특히 그렇게 만들었대요. 그래서 저는 아직 정관을 완전하게 개정하지는 않았어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정관 개정하는 건 제가 이번 영화제를 겪으면서 과연 조직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고 잘하는 게 뭔가. 그런 걸 잘 살펴봐서 그래서 바꿀 생각을 하는데 대체적으로 제가 아웃라인을 잡은 것은 조직위원장은 외치를 하고 집행위원장은 내치를 하면 되겠구나. 이원집정부제 비슷한 그런 생각을 했어요.

    ◇ 정관용> 그런데 좀 아까 말씀하실 때 부천시장이 자신이 갖은 권력 이런 걸 내려놨다, 이런 말씀을 하셨고. 지역 유지나 관공서 국장들도 다수 들어와서 뭔가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그랬잖아요. 그 권력이 뭡니까? 그걸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거예요?

    ◆ 정지영> 그 권력은 사실은 시의 심부름이겠죠. 시가 요구하는 것을 다수가 그쪽 편을 들어서 영화제가 지나치게 요구한다든가 영화제 쪽에서, 집행부 쪽에서 하는 걸 견제하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하겠죠.

    ◇ 정관용> 아니, 영화제의 내용에 시가 특별히 요구할 게 뭐가 있어요?

    ◆ 정지영> 저도 모르겠습니다. 돈을 자기들이 주니까 우리 말 들어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냥 막연하게 하는 게 아닌가.

    ◇ 정관용> 특별히 요구를 한 적도 있습니까?

    ◆ 정지영> 그런 경우가 없고 그런 사례가 지난번 부산영화제에서 나온 거죠.

    ◇ 정관용> 다이빙벨 상영 하지 마라, 이런 정도라도 그걸 하고 싶어 한다?

    ◆ 정지영> 좀 말이 안 되죠, 사실은. 말이 안 되는데 저는 그건 서병수 시장이 실수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실수를 아직 자기가 사과하거나 이러지를 않으니까 아직도 문제가 되는 건데. 사실은 서병수 시장께서는 그 이야기를 영화제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된다고 해서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지 마라, 이렇게 말을 했단 말이죠. 그런데 영화제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방된다는 얘기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지, 어느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 이건 정치적 중립이 아니에요.

    ◇ 정관용>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담은 영화가 다 등장할 수 있다. 그거 아니겠습니까?

    ◆ 정지영> 네, 그게 정치적 중립이죠. 그런데 시장님께서 말을 잘못하셔서 그걸 사실 취소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시네요.

    ◇ 정관용> 어쨌든 저는 도대체 시나 또 지역 유지들까지 나서서 무엇을 탐하길래 그렇게 권력을 안 놓으려고 했을까 했는데.

    ◆ 정지영> 영화제를 시장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죠, 쉽게 얘기해서.

    ◇ 정관용> 아니, 마음대로 어떻게 하자라고 제안할 내용도 없잖아요, 제 말은.

    ◆ 정지영> 전문가들이 아니니까.

    ◇ 정관용> 특히 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일반 영화매니아들도 잘 모를 정도로 전문적 영화가 많잖아요.

    ◆ 정지영> 예를 들어서 부천시의 경우도 한번 집행위원장을 커다란 잘못이 아닌데 갈은 적이 있죠.

    ◇ 정관용> 맞아요. 지난 2004년이었죠.

    ◆ 정지영> 그런 거죠. 바로 그런 것.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이렇게 교체할 수 있는.

    ◇ 정관용> 그 당시 기사를 제가 오늘 인터뷰하기 전에 잠깐 읽고 왔는데 보니까 조직위원장이었던 당시 홍건표 부천시장 그 이름을 개막식에서 집행위원장이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잘랐다면서요?

    ◆ 정지영> (웃음) 네, 내용은 뭐 그런데 부천시에서는 오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그것이 내용인데.

    ◇ 정관용> 도대체 무슨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싶어 하는 건지 우선 그것부터가 궁금해서 제일 먼저 여쭤봤고. 제가 볼 때는 이게 지극히 정상적인 형태로 가는 것 아닌가요? 영화인들이 주도하는 조직위원회.

    ◆ 정지영> 이제 제대로 가는 거죠. 제대로 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게 저희들 이번 부천영화제의 모습이어야 돼요.

    ◇ 정관용> 책임이고. 부산도 그 파란과 난리 끝에 결국 영화인 출신이라고 볼 수 있는 김동호 위원장을 결국 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막 그나마 삐걱삐걱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 정지영> 네.

    ◇ 정관용> 알겠고요. 이제 영화제 얘기 좀 해야죠. 국내 3대 영화제가 부산 그다음에 부천, 전주.

    ◆ 정지영> 네, 그렇게 보입니다.

    ◇ 정관용> 전주는 주로 어떤 영화를?

    ◆ 정지영> 전주는 대안영화제라고 할까? 실험영화나 독립영화 이런 것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개발하고 이런 영화제라고 봐야죠.

    ◇ 정관용> 부천은 판타스틱.

    ◆ 정지영> 판타스틱영화제인데 판타스틱 장르라는 게 몹시 커요. 호러, 미스터리, 또 SF. 크기 때문에 그것을 장르영화제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게 있어요. 그러니까 판타스틱 이름 자체가 또 판타스틱 영화 장르가 아니고 ‘굉장한’ 이런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영화제에서도 판타스틱장르영화제라고만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이 다른 섹션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예를 들어서 이번에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그 나라에서 흥행 3위까지 한 영화들을 모아서 상영을 한다든가.

    ◇ 정관용> 그래도 돼요?

    ◆ 정지영> 이런 섹션을 만들었어요.

    ◇ 정관용> 거의 부산영화제랑 큰 차이가 없네요.

    ◆ 정지영> 부산영화제하고 차이가 있다면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쪽에 외국 영화인들이 아시아 쪽에 무슨 새로운 영화 있는가 찾아서 발굴하는 그런 역할을 해줘요. 그런 역할을 해 주고 우리는 주로 아시아, 그러니까 우리 한국과 아시아의 네트워크 관계 이런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물론 어떤 면에서 경쟁적일 수 있어요, 부산영화제가.

    ◇ 정관용> 올해가 20회째. 모두 몇 편의 영화가 상영이 됩니까?

    ◆ 정지영> 320편의 영화가 상영돼요. 그러니까 320편이라는 편 수는 부천영화제 역대 최고로 많은 작품이에요. 이번에 하여튼 시에서 큰마음을 먹고 예산도 대폭 늘리고 여러 가지 조직을 키웠어요, 많이.

    ◇ 정관용> 기간이 어떻게 됩니까?

    ◆ 정지영> 열흘입니다.

    ◇ 정관용> 열흘 동안에.

    ◆ 정지영> 열흘 동안 하고 스페어로 이틀 동안 더 서비스를 해요, 시민들을 위해서.

    ◇ 정관용> 49개 나라, 320여 편이 열흘 동안 이렇게 부천을 장식한다. 여기까지 말씀 듣고. 우리 정 감독님 모신 김에 우리 영화계 전반에 대한 얘기 조금 해 봤으면 좋겠는데. 정 감독께서 지난 2010년 이후에 ‘한국영화의 미래가 암담해졌다’ 작년에 어떤 토론회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어떤 의미입니까, 이건?

    ◆ 정지영> 그건 아마 검열이라는 제도가 없어지긴 했는데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한 얘기 같아요. 말하자면 시스템은 없어졌는데.

    ◇ 정관용> 검열 제도는 없어졌죠.

    ◆ 정지영> 없어졌는데 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 상상력을 제한받고 있다. 그건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서가 아닙니까? 그런 것들.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얼마 전이 아니고 천안함 프로젝트 같은 영화가 상영이 되다가 중단됐거든요. 그건 중단이 어떤 보이지 않는 시민단체에서 극장에 압력을 넣어서 극장 가만히 안 두겠다. 이러는 바람에 극장이 간판을 내렸다는 것인데. 좀 납득이 안 가는 일 아닙니까? 그런 일들.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또 다이빙벨도 마찬가지죠.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정지영> 다이빙벨도 영화제에서 그런 영화를 상영을 못하게 하려고 한다는 자체.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영화감독들은요, 영화를 만들 때 ‘야, 이거 말썽 나겠는데?’ 이런 생각하면 검열이에요, 그게.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스스로 주저앉는 거군요.

    ◆ 정지영> 네.

    ◇ 정관용> 그리고 실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봐야지’라고 하면 돈이 안 모이죠, 또. 투자가 안 되죠?

    ◆ 정지영> 당연하죠. ‘그거 내가 볼 때 상영 못 할 것 같은데 왜 하려고 그래?’ 이렇게 되죠.

    ◇ 정관용> 그럼 감독, 시나리오 작가 스스로의 머릿속에 어떤 칸막이가 딱 쳐지는.

    ◆ 정지영> 그게 가장 상상력을 제한 당한다는 게 창작자한테는 가장 괴로운 일 아닙니까?

    ◇ 정관용> 직접적으로 간섭하거나 상영 중단 조치가 내려지고 하는 것들이 정말 몇 년에 딱 한 건이라 하더라도 그게 작용을 그렇게 크게 합니까?

    ◆ 정지영> 크게 합니다.

    ◇ 정관용> 크게 해요?

    ◆ 정지영> 크게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지영 감독이라는 사람이 영화를 한 동안 못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영화인들한테는 ‘정 감독은 당분간 영화하기 힘들 걸?’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거예요.

    ◇ 정관용> 왜요?

    ◆ 정지영> 왜 그럴까. 정 감독은 영화를 너무 정치적인 견해가 명확한 영화를 자꾸 만들려고 해. 그러니까 싫어하는 정치적 편에서는 정 감독한테 작품 가는 걸 싫어할 수도 있고 그것이 여러 가지 작용을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자기검열이에요.

    ◇ 정관용> 부러진 화살 그 영화 때문인가요?

    ◆ 정지영> 아니요.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다 어느 정도는 기존 질서나 기득권자들을 비판하고 있는 영화이니까. 그런 영화를 만들면 감독으로서 ‘정지영 감독처럼 손해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만약에 다른 감독들이 가지고 있다면 그건 엄청난 영화적 상상력의 자산 손해죠.

    ◇ 정관용> 실제로 감독님도 그런 영화들을 기획해서 하려고 하면 제작 투자 받기 힘드셨죠?

    ◆ 정지영> 힘들죠.

    ◇ 정관용> 매번.

    ◆ 정지영> 부러진 화살이나 남영동1985가 대기업의 투자 받은 것 아니에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어렵게 어렵게 투자를 받아서 영화를 만들어도 또 상영관 찾기도 어려우시죠?

    ◆ 정지영> 네. 그런 게 다 힘듭니다.

    ◇ 정관용> 그나마 그래도 정지영 감독님은 유명 감독이시니까 조금은 먹힐 거예요.

    ◆ 정지영> 아무튼 그래서요, 저는 말하자면 어떤 권력이 문화예술가들, 문화행위를 하는,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한테 어떤 형태로든 상상력을 제한시키는 것 자체가 그건 문화를 말살시키는 거예요. 말하자면 문화예술이란 상상력으로 키워지는 것이고.

    ◇ 정관용> 물론이죠.

    ◆ 정지영> 또 그것은 그 상상력이라는 것은 대부분 현실을 약간 삐딱하게 보거나 부정적으로 보거나 여기서 출발하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비틀어봐야죠.

    ◆ 정지영> 그런데 그 싹을 없애려고 하니까. 아무튼 지금 현재 영화인뿐만 아니고 문화예술인들은 상당히 상상력에 제한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저는 진단합니다.

    ◇ 정관용> 제가 이렇게 얼핏 얼핏 영화계에서 들은 얘기 중에는 말이죠. 심지어는 그냥 방금 말씀하신 사회성 짙은 그런 비판의식을 가진 영화를 기획단계에서부터 주저앉히게 하는 상상력 제한도 있습니다만 그냥 전혀, 오락영화인데 그 영화 내용 도중에 예를 들면 국회의원을 좀 비꼰다든지 그런 내용 장면이 포함됐다, 일부. 그렇기만 해도 뭔가 좀 문제가 된다던데요?

    ◆ 정지영> 그건 좀 지나친 자기검열 같아요, 제가 볼 때는. 그 정도는 용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런데 사실은 어떠한 현상의, 예를 들어서 천안함 프로젝트가 극장에서 어느 단체에 의해서 간판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모든 영화작업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약간 삐딱한 거 만들지 말자.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정치권력의 힘 앞에 영화계 전체가 좀 주눅 들어 있는 상황이군요?

    ◆ 정지영> 주눅이 들면 이제 영화는 서서히 내리막길 가는 거죠. 그래서 위험하다고 보는 거예요.

    ◇ 정관용> 지금 이미 그런 상황인 거죠?

    ◆ 정지영> 그런데 다행히도 조금 영화인들이나 특히 영화인들이 조금씩 조금씩 용기를 찾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어디에서 그런 조짐을 또 보십니까?

    ◆ 정지영> 예를 들어서 부산영화제 문제. 함께 우리가.

    ◇ 정관용> 총단결해서 ‘보이콧하자’ 이렇게 하고.

    ◆ 정지영> 이런 결의 같은 것. 이건 쉬운 결의가 아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지영> 그래서 조금 용기를 스스로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역설적이게도 부산영화제의 그 일련의 사태가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영화인들이 똘똘 뭉치고 ‘우리가 뭔가 해야 한다’ 이런 어떤 각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 정지영> 네. 사실은 그러한 힘들이 또 다른 문화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쳐주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지영> 연극계라든가. 그래서 그런 움직임이 계속 작가들한테 용기를 불러일으켜줬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자, 우리 정 감독님 감독으로서 다음번 영화 계획은 어떤 게 있으십니까?

    ◆ 정지영> 여러 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 정관용> 오.

    ◆ 정지영> 제가 할 수 있는, 그러니까 하고 싶은 작품이 많아서가 아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가. 그 동안 나는 왜 작품을 못 했나. 이런 것을 점검하면서 그래서 사극도 하나 지금.

    ◇ 정관용> 사극.

    ◆ 정지영> 사극도 하나 준비하고 있고. 멜로드라마를 하나.

    ◇ 정관용> 멜로?

    ◆ 정지영> 네. 그러니까 제가 그런 영화들을 하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정지영 감독은 사회성 짙은 영화밖에 못해’.

    ◇ 정관용> 고정관념.

    ◆ 정지영>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나도 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영화도 할 수 있는데 하면서. (웃음)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아무튼 학수고대하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주 대박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정지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맙습니다. 조직위원장 맡으신 정지영 감독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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