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공기업을 비롯해 주요 금융권 CEO들이 줄줄이 임기 만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신한카드를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예탁결제원,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기술보증기금, 한국수출입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잇따라 끝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신한카드와 우리·기업은행 수장들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마다 관전포인트가 제각각이어서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 신한, 카드 사장 "살아남느냐 vs 물러나느냐"당장 다음 달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지주에서 서열 2위여서 위 사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회장 후계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내년 3월이면 현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한동우 회장은 2년 6개월 전 첫 번째 연임에 성공했을 때 "더는 연임은 없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회장 승계는 기정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회장 후보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유력한 회장 후보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유력한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지주 내 서열 1위와 2위의 결승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위 사장이 내달 연임에 성공할 경우 차기 회장 구도는 이들 두 CEO 구도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보통 2개월 전 후보 선출이 마무리된다. 즉, 내년 1월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될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심사를 하고 3명의 후보군으로 추리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낙하산이 된 적은 없었다"며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두 명이 현 신한은행장과 현 신한카드 사장"이라고 귀띔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 관전포인트, "민영화 하느냐 vs 관치로 남느냐"올해 12월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 행장은 '임기 내 민영화 달성'이란 미션을 받고 우리은행장으로 낙점됐다는 게 금융가의 통설이다. 실제로 이 행장은 2014년 말 취임하면서 “2년 안에 민영화를 하겠다”며 3년이었던 임기를 본인 스스로 줄였다.
우리은행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적 악재를 뚫고 민영화에 성공하면, 연임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위태로울 수 있다고 금융권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을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출신 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행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BH내정설에 휘말리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부담 탓인지 이 행장의 연임을 향한 행보는 거침없다. 취임 후 민영화 발판 마련을 위해 실적과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는 세 차례의 '해외 기업설명회' 출장을 다녀오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실적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실적발표일도 예년 보다 일주일 앞당겼다. 민영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중요한데, 최근 윤창현 공자위 위원장의 난데없는 '유상증자'설로 우리은행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이 행장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25일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가 잡혀 있다"며 "실적이 공시되면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테고 이런 우호적 기류 속에서 공자위가 열리면 민영화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 기업은 관전포인트, BH의 의중?'여성 최초의 은행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현재 안갯속이다.
권 행장의 경우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등이 거론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권 행장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 공공부문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핵심과제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급기야 지난 6월 9일에는 노조가 권선주 은행장 등 임원 42명을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고발하며, 권 행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심상치 않다.
중소기업은행법에는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소기업은행장의 자리는 그만큼 BH의 의중에 충실해야 하는 자리라는 얘기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난 50년 동안 단 2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낙하산 인사였다.
통상적으로 기업은행장 후보 물색은 3개월 전쯤부터 이뤄진다. 9월쯤에는 기업은행장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장 자리는 90% 이상이 외부인사였다"며 "사실상 국책은행 성격을 가진 기업은행이 최근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면서 잡음들이 나오고 있어 행장 리더십이 의심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외에도 내년 1월과 3월에는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의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이들 역시 교체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덕훈 행장은 기업 구조조정 실패 책임론으로 뭇매를 맞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