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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은 1점대, 韓은 3점대' 역대 최악 ERA왕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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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日은 1점대, 韓은 3점대' 역대 최악 ERA왕 나오나

    '나는 잘 하고 있는데...' 두산 니퍼트는 올 시즌 다승과 평균자책점 등 3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린다. 다만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다소 높아 역대 최악 타이틀 홀더가 될 가능성도 적잖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다. 팀당 144경기의 정규리그 일정이 올스타전을 맞아 잠시 쉬어간다. 전체 720경기 중 410경기를 치러 56.9%를 소화했다.

    전반기에는 의미 있는 기록들이 적잖았다. 두산은 역대 화요일 연승 신기록(13연승)을 세웠고, NC는 역대 3번째로 15연승을 달렸다. 최정은 역대 최다 몸에 맞는 볼 신기록(173개)도 세웠다.

    다만 전반기 달성 기록들을 보면 공격과 관련된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물론 마이클 보우덴(두산)의 노히트 노런(통산 13호)과 연속 이닝 무피안타 신기록(14이닝) 등 투수들의 기록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타자들이 득세하는 리그 상황을 드러내는 기록들이다.

    1년에 한번 나오기가 어렵다는 사이클링 히트(KIA 김주찬, 두산 박건우)가 2차례(통산 19, 20호) 나왔다. 또 롯데는 역대 2번째 3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 승리와 문규현의 사상 첫 2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만들었다. 반면 삼성은 역대 최초 3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의 불명예를 안았다.

    SK는 팀 통산 최장 연속경기 신기록을 달성했다. 21경기 연속 아치를 그려내며 2004년 KIA의 기록을 1경기 늘렸다. NC는 연속 이닝 득점 신기록(12이닝)과 한 경기 연속 이닝 득점 타이 기록(8이닝)을 수립했다.

    ▲ERA 1위 니퍼트, 2014년 밴덴헐크 넘을까

    올해 '타고투저' 현상은 가장 극심했던 2014년과 맞먹는다. 전반기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ERA)은 5.13, 타율은 2할8푼8리였다. 2014년 5.21과 2할8푼9리에 근접한 수치다.

    물론 화끈한 타격전은 관중을 부른다. 팽팽한 투수전도 쫄깃한 재미를 주지만 팬들은 대체로 뜨거운 난타전에 재미를 느낀다. 특히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치고받으며 마침내 끝내기 경기로 이어지는 상황은 관중을 열광시킨다.

    올해 전반기 관중은 지난해 대비 16%나 늘었다. 총 관중 489만7529명으로 평균 1만1945명이었다. 지난해 전반기 총 관중은 422만1308명, 평균은 1만296명이었다. 이렇게 간다면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736만 관중 기록을 넘어 최초의 800만 관중 돌파도 시간 문제다.

    지난 시즌 뒤 역대 불펜 투수 최고액인 4년 84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우람은 올해 4승2패 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도 6개로 1위를 달린다.(자료사진=한화)

     

    하지만 타격이 뜨거워지면서 마운드에도 불이 났다. 앞서 언급한 대로 투수들의 ERA는 역대 최악 기록에 가까워졌다. 감독들은 "타자들이 워낙 잘 치기 때문에 불펜 운영에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전반기 리그 블론세이브는 97개나 됐다. 거의 4경기에 1개씩 나온 셈이다. 이런 추세면 역대 최다였던 2014년의 145개를 훌쩍 넘긴다. 산술적으로 170개까지 나올 수 있다.

    ERA 타이틀도 역대 최악 기록에서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ERA 1위는 더스틴 니퍼트(두산)로 3.26이다. 역대 가장 높은 ERA 1위였던 2014년 릭 밴덴헐크(당시 삼성)의 3.18을 넘는다.

    당시 밴덴헐크는 역대 최고였던 2003년 쉐인 바워스(당시 현대)의 3.01을 넘어 역대 두 번째 3점대 ERA왕에 올랐다. 니퍼트가 후반기 ERA를 더 낮추지 못한다면 밴덴헐크의 기록을 깨는 것이다.

    ▲ERA 1위, MLB-日은 1점대…KBO는 3점대

    물론 ERA가 높은 게 나쁜 일은 아니다. 각 리그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형적으로 타고투저가 극심해진다면 리그의 품격이나 수준에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야구 상식이나 통설이 무색해질 정도로 경기 후반 투수들이 동네북 맞듯 난타당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메이저리그(MLB) ERA 1위는 내셔널리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1.79, 아메리칸리그 스티븐 라이트(보스턴)의 2.68이다. 일본은 센트럴리그 스가노 토모유키(요미우리)의 1.58, 퍼시픽리그 아리하라 코헤이(니혼햄)의 1.73이 1위다. 한국만 3점대 ERA 1위인 것이다.

    최근 KBO 출신 해외파들이 투수보다 타자가 많은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등이 각광을 받으며 미국으로 진출했지만 김광현(SK), 양현종(KIA) 등 국가대표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됐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꼽히는 SK 김광현은 지난 2014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에 빅리그의 꿈이 일단 무산됐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물론 개인 역량과 가능성, 적응력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투타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은 리그에 만연한 타고투저의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의도치 않게 상대적으로 투수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록에서 불리함을 안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늘어지는 경기 시간도 우려가 된다.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6분(연장 포함)으로 역대 최장이던 2014년의 3시간 27분을 거의 따라잡았다. 지난해부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KBO가 노력했지만 느는 시간을 잡을 수 없었다. 물론 심판 합의 판정(비디오 판독) 횟수 증가 등의 원인도 있지만 오랜 공격 시간이 주된 요인이다. "너무 타격전이 이어지면 재미를 넘어 질리고 지겹다"는 팬들의 반등도 심심찮게 나온다.

    전반기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는 후반기 진정세를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14년 전반기 리그 ERA와 타율은 각각 5.28과 2할9푼1리에서 시즌 뒤 5.21과 2할8푼9리로 조금 낮아졌다. 후반기에는 우천 취소 경기 배정 등 투수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올 시즌도 기록들이 소폭 하락할 확률이 있다.

    하지만 숱한 블론세이브와 핸드볼 스코어 등 리그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상황은 분명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KBO 리그는 다른 리그에 비해 스트라이크존의 높낮이가 지나치게 짜다는 의견이 적잖다. 화끈한 타격으로 리그 흥행을 부흥시키기 위해 2014년 조정한 존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심한 타고투저 양상의 '빛과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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