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경험이 없는 40대 미혼 여성이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다 처녀막이 손상됐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49·여) 씨가 B 병원과 담당 의사 C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지난 2009년 11월 30일 어머니와 함께 B 병원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다. 당시 A 씨의 어머니는 의사 C 씨에게 "딸이 미혼이고 성경험이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검사를 받은 후 하혈과 함께 통증을 느낀 A 씨는 이튿날 동네 산부인과를 찾아 처녀막 손상 여부를 검사했다.
처녀막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받았음에도 A 씨는 10여일 뒤 또 다른 산부인과를 방문해 처녀막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A 씨는 "담당 의사가 자궁경부암 검사시 처녀막이 파열될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 당했다"며 병원 및 의사를 상대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자궁경부암 검사로 인해 처녀막이 손상되거나 파열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질경을 삽입해 자궁 경부의 분비물을 채취하는 방식의 자궁경부암 검사는 국립암센터에서 30세 이상 여성에게 시행하는 검사방법"이라며 "성경험이 없는 40대 미혼 여성인 A 씨에게 시행했다고 해서 주의 의무 위반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산부인과 두 곳에서 처녀막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자궁경부암 검사 때문에 A 씨의 처녀막이 손상됐거나 파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검사 과정에서 처녀막이 손상되거나 파열될 위험이 있었고, 이로 인해 처녀막에 아무런 손상이 없을 것이라는 A 씨의 기대가 상실됐다"며 "의사 C 씨는 처녀막 손상 위험성을 미리 설명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 씨가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불법행위인 만큼 기대 상실이라는 정신적 고통을 입은 A 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B 병원과 C 씨는 각각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C 씨가 처녀막 손상·파열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자료를 지급할 정도의 설명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처녀막 자체는 신축성이 있어 질경을 삽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파열되거나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며 "병원 측이 검사 후 출혈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통상적인 설명을 했고, 팬티라이너(패드)를 교부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