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게임 포켓몬 고
- 처음엔 어설프고 열악하지만, 순식간에 세상을 바꾸게 되는 ‘와해성 기술’이 핵심
- 한국은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에 4년 지연.. 따라잡기 쉽지 않아
- 구글은 30조 원을 게임산업에 투자.. 한국엔 여전히 안 좋은 시각 많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19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유창석 교수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 정관용>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GO 여러분 한 번쯤은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금 전 세계가 떠들썩하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아직 출시가 안 됐지만 속초 지역에서 일부 서비스가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속초로 몰려가고 있다, 이런 뉴스들 다 보셨죠.
우리가 게임강국으로 불렸는데 우리는 왜 이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게임을 못 만들까. 우리는 이미 게임시장에서 그럼 2순위 이하로 밀려난 것일까, 좀 진지하게 들여다 볼 대목이 있어서요. 게임 1세대로 불리는 초창기 벤처시절부터 게임 관련 투자전략가로 오랫동안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학계로 옮기신 분, 전문가 한 분 모셨습니다. 경희대학교 문화관광콘텐츠학과의 유창석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수님.
◆ 유창석> 네, 반갑습니다.
◇ 정관용> 물론 해 보셨겠죠? 포켓몬GO?
◆ 유창석> 제가 사실은 한국에서 속초를 못 가봐서 해 보지는 못했고요. 대신에 이 전 버전인 인그레스의 ‘광팬’입니다. 그래서 재작년에 이 게임을 들고 산과 들로 열심히 헤맸던 경험이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하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 유창석> 그 게임은 어떻게 구성됐느냐 하면 저희 현실 지도에다가 게임 세상을 바로 입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게임상에서 땅따먹기를 하는 게 사실은 게임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제가 서울역을, 제가 땅을 따먹기 위해서 뛰어간다든지 아니면 학교에 있는 여러 기물들을, 어떻게 보면 이 게임에 있어서 경쟁하면서 얻는 그런 것들이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 정관용> 이런 게임을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 이렇게 부르던데. 위치기반이라는 얘기는 지금 우리 스마트폰으로 게임들 다 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어느 지역을 가야만 되는 거군요?
◆ 유창석>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게 위치기반이고?
◆ 유창석>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 지역에 가서 증강현실을 한다는 건 뭐죠?
경희대 유창석 교수
◆ 유창석> 그 세상에다가 제가 지도나 카메라를 이용해서 그 현실에 있는 오브젝트랑 교감을 하는 것. 그래서 갑자기 어떤 지역을 가면 포켓몬이 등장한다든지 그래서 카메라를 보면서 포켓몬을 잡는 것.
◇ 정관용> 포켓몬이 실제 현실에 나오는 건 아니고 제 핸드폰 내에서만?
◆ 유창석> 휴대폰 안에만 있는 거죠.
◇ 정관용> 그 화면에 포켓몬이 뜬다, 이거죠?
◆ 유창석>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꼭 그 위치에 가야만 뜬다, 이거죠?
◆ 유창석>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그걸 잡는다는 거죠?
◆ 유창석> 그렇죠. 그래서 과거에는 저희가 게임을 할 때는 책상에 앉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 속초를 간다든지 아니면 다른 나라를 간다든지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거죠.
◇ 정관용> 게다가 그 포켓몬을 잡아서 그걸 또 키우고 하는 과정이 있다면서요?
◆ 유창석>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걸 하려면 또 계속 걸어야 되고?
◆ 유창석> 네. 게임 내에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한 2km에서 많게는 10km까지 사용자가 30km 이하로 움직여야만 이 포켓몬이 성장하고, 그다음에 알을 깨우는 그런 요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사실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산책을 안 하다가 산책을 하고 있어서 최근에 미국에서는 밤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런 위치기반 증강현실게임이라는 것이 이번에 포켓몬GO가 최초입니까?
◆ 유창석> 최초는 아닙니다. 이게 이런 류의 게임들은 한 20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시도가 됐었습니다.
◇ 정관용> 20년 전이요?
◆ 유창석> 네. 맨 처음에 GPS라는 기계가 나왔을 때 혹시 기억하시죠? 그 GPS를 가지고 게시판에다가 ‘내가 GPS 어느 지역에다가 무슨 선물을 숨겨놨어. 이 보물을 찾아라’ 하면서 그런 식으로 하는 초창기 게임부터 시작해서 그게 워낙 재밌으니까, 이걸 어떻게 보면 휴대폰으로 옮기면 어떨까 하는 굉장히 많은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그런 시도들이 재미요소를 잘 못 찾았습니다.
◇ 정관용> 재미가 없었다?
◆ 유창석> 네.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마니아들만 하는...
◇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 대박 성공의 비결은 뭐라고 보세요?
◆ 유창석>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첫 번째는 2013년에 나이언틱랩스가 만들었던 인그레스라는 게임에서 사실은 굉장히 많은 경험들을 가졌거든요.
◇ 정관용> 아까 언급하신 게임. 그것도 상당히 인기를 끌었나요?
◆ 유창석> 네. 저도 그 게임하느라고 산과 들로 다녔고요. 밤에 저도 이 게임 하느라고 10km, 15km 실제로 걷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게임이었죠. 굉장히 마니악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다가 포켓몬 IP를 씌우니까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좋은 게임으로 변화를 한 거죠.
◇ 정관용>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걸 ‘기술의 힘이냐 콘텐츠의 힘이냐’라는 질문을 던지거든요. 유 교수님은 어느 힘이라고 보세요?
◆ 유창석> 저는 사실은 기술 쪽에 좀 방점을 두고 있는데요.
◇ 정관용> 그래요?
◆ 유창석> 네. 맨 처음에 보기에는 열악해 보이는데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 기존에 있던 기술을 모두 압도하는 그런 기술들을 저희가 ‘와해성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disruptive technology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기술의 특징이 초반에는 굉장히 어설프고 기존에 있던 기술보다 훨씬 더 열악해서 사람들이 쳐다도 보지 않다가 이게 갑자기 세상을 바꾸게 되는, 그런 물건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그랬었고요. 또 과거에 플로피 디스크 대 하드 디스크라든지 여러 가지 이런 혁신들을 이뤘던 것들이 이런 식으로 불연속적으로 혁신을, 세상을 바꾸는 이런 건데 사실 지금 나이언틱랩스가 보여주는 증강현실과 LBS가 연결된 게임이라는 것이 사실은 그런 ‘와해성 기술’의 대표적인 특성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위치기반과 증강현실을 응용한 게임들은 그 동안 있었지만 이번에 구현된 기술이 월등하군요?
◆ 유창석> 그렇죠.
◇ 정관용> 오늘 이제 유 교수님을 모신 것은 포켓몬GO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한국이 한때 게임강국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게임업계에서의 위치는 어떻다고 봐야 됩니까?
◆ 유창석> 온라인은 여전히 지금 한 세계에서 2위 정도, 저희가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모바일 같은 경우는 시장 규모는 전 세계 4위 정도 됩니다. 중국이 지금 1위 시장이고요. 그다음이 일본, 미국, 한국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그중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은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게임 순위 중에서 한국 게임이 19위와 20위에 하나씩 있더라고요.
◇ 정관용> 모바일에서.
◆ 유창석> 네. 그래서 대부분의 1위부터 18위는 중국, 일본, 핀란드, 미국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고 저희는 지금 조금 밀려난 상태입니다.
◇ 정관용> 그럼 온라인에서는 꽤 시장주도력을 발휘하다가 모바일에서 밀린 큰 이유가 뭡니까?
◆ 유창석> 저희가 아이폰이 나온 다음에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한 2년 정도 갭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있었습니다.
◆ 유창석> 아이폰이 2009년에 들어왔는데 또 애플리케이션 게임이 열리는 데 2년 정도 지연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때 규제를 했나요?
◆ 유창석> 네. 게임 심의를 받아야 되는데 이걸 받아야 되느냐 마느냐, 열 수 있다 없다 이런 걸로 저희가 2년 정도 끌어서 총 저희가 모바일게임 시장이 열리는 데 한 4년 정도 저희가 지연이 벌어졌는데요. 저희가 그 4년 동안 외국 게임회사들은 먼저 들어가서 시행착오를 겪고 막 성장하는 와중에 저희는 뒤에 따라 들어가니까 이제 따라잡기 힘든.
◇ 정관용> 정부는 이렇게 정책실패를 했다손 치더라도 온라인게임에서 시장을 주도하면서 돈을 엄청나게 번 게임회사들이 있잖아요.
◆ 유창석> 네.
◇ 정관용> 그 회사들은 왜 못 움직였습니까?
◆ 유창석> 일반적인 한국 게임회사들은 굉장히 많은 R&D 비용을 투자합니다. 그래서 보통 일반적인 제조업들이 한 5% 정도 R&D에 투자하면 굉장히 많이 투자한다고 하는데 아까 보니까 엔씨소프트 같은 데는 매출의 21%를 R&D에 투자를 합니다.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던 와해성 기술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게 초반에는 시장도 작고 그다음에 어떻게 보면 기존에 있던, 기존에 지금 팔고 있는 물건보다 경쟁력도 낮으니까 웬만하면 이런 앞서나가는 기업들이 투자를 잘 안 하는 영역이 이 와해성 영역입니다. 놓친 어떤 블루오션인 거죠.
그러니까 이게 터지기 전까지는 저희가 알기 힘드니까 회사 내에서도 사실 제가 있었을 때도 이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서로 검토들은 있었지만 여기에 돈을 나이언틱랩스처럼 몇 백억씩 넣자 라는 결정들이 굉장히 쉬운 결정은 아니죠. 그러면서 사실 어떻게 보면 구글이 굉장히 대단한 회사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나이언틱랩스가 투자한 금액이 몇 백억이라고 하셨는데 몇 백억이면 사실 그렇게 큰 금액도 아니잖아요. 포켓몬GO의 열풍으로 비추어보면 대박을 친 것 아닙니까?
◆ 유창석> 지금 한 4일간 매출이 14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한 150억 정도 된다고 하니까 아마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안에 지금까지 투자했던 걸 본전을 다 찾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사실 이 게임이라는 게 굉장히 흥행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게 언제 어떻게 대박이 날지 알기 굉장히 힘든 거죠.
◇ 정관용> 구글은 이게 꼭 될 거라고 믿고 500억 이렇게 투자한 거라기보다는 여러 곳에 그런 투자를 하는 것 아니겠어요?
◆ 유창석> 네, 30조원 정도를.
◇ 정관용> 30조.
◆ 유창석> 구글이 이런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지금 투자를 이미 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계속 연간 굉장히 큰 규모를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요.
◇ 정관용> 그중에서 몇 개가 터지면.
◆ 유창석> 세상을 바꾸는 거죠.
◇ 정관용> 세상을 바꾸고. 우리는 왜 알파고 파문 한 번 나니까 인공지능에 앞으로 얼마를 투자한다. 가상현실이 앞으로 미래가 된다. 또 얼마를 어떻게 한다. 항상 그런 식으로 하거든요.
◆ 유창석>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좁기 때문에 미래에 나오는 먹거리 시장에다가 저희 내부시장으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잠깐 중국의 사례를 좀 들면 중국 같은 경우는 내수시장이 워낙 크다보니까 그 내수, 외국의 콘텐츠들이 들어오는 건 막고 자기네를 키운 다음에 다시 글로벌하게 나가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70년대, 80년대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전략을 그대로 카피해서 지금 중국 IT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거든요.
한국 같은 경우는 시장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까 저희가 그렇게 해서 무엇을 만들 때 세계적으로 먹히기 굉장히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저희는 그런 전략보다는 어떻게 보면 생태계, 인력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저희가 돈도 잘 안 흐르니까 모태 펀드라고 해서 정부가 돈을 좀 대 줘서 벤처캐피털이 정부 돈과 개인 돈 합쳐서 투자를 원활하게 한다든지 그러한 식으로 좀 환경을 만드는 데에 많이 집중을 했었고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효과적으로 많이 작동을 해서 현재 어떤 콘텐츠 산업이 굉장히 크는 데 일조를 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긍정적인 부분이고. 또 비판돼야 할 부분은?
◆ 유창석> 비판적인 부분은 어떻게 보면 과거에 규제 이슈인데요. 지난 4, 5년 동안 사실 게임산업이 게임중독이다 뭐다 해서 안 좋은 시각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그러다 보니까 좋은 사람들이 다른 산업으로 떠나거나 다른 산업으로 떠나면 감사한데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간 케이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유창석> 그래서 인력유출이 굉장히 심했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 게임산업에 많이 힘든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실 문화부가 게임화 진흥계획을 발표했지 않습니까?
◇ 정관용> 셧다운제 일부 완화도 하고 그랬어요.
◆ 유창석> 그게 사실은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과거에 저희 한국에서 이런 진흥계획을 발표하면 그 관점이 주로 산업진흥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돈을 더 많이 벌자, 정부가 투자해서 정부가 지원해서 돈을 많이 벌게 하자였는데 이번 진흥계획의 포인트는 그게 아니라 문화를 진흥하자라는 겁니다.
사실은 저희가 창조산업의 기반은 사실은 문화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문화가 융성해서 그다음에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면 그것들이 어떻게 보면 산업이 커지는 걸로 좀 오래 걸리지만 그렇게 되는데. 그 동안은 사실은 그런 거랑 상관없이 어떻게 보면 돈, 어떻게 보면 더 매출을 더 올리느냐, 산업이 커지느냐 수출만 하느냐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어떻게 보면 문화에 집중했었고요. 그런 것들이 일각에서는 그중에 여러 가지들은 아직은 미흡하다고 하지만 저는 개별적인 어떤 사업계획보다는 전체적인 시각이 바뀐 것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알겠습니다. 한때 1등이었다가 잠깐 뒤처졌지만 다시 따라가고 있는 한국, 새로운 대박을 칠 수도 있다?
◆ 유창석> 네. 그래야죠.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듣죠. 오늘 고맙습니다.
◆ 유창석>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문화관광콘텐츠학과의 유창석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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