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270억원대 소송사기에 연루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기 준 전 롯데물산 사장이 국가를 상대로 2백억 원대 소송 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급 가운데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기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23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 전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 전 사장은 지난2006년 롯데 계열사인 케이피케미칼(현 롯데케미칼) 사장을 지내면서 허위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을 내 법인세 207억 원을 부정환급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가산세와 주민세 등을 합치면 총 환급액은 25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소송의 실무책임자였던 롯데케미칼 전 재무이사 김모 씨를 동일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 전 사장이 깊숙이 개입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기 전 사장은 "기억이 안 난다", "보고 받은 일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 전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사기를 벌인 경위와 함께 신동빈 당시 대표가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기 전 사장을 상대로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기 전 사장으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이끌어낸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특혜 의혹으로도 수사가 뻗어나갈 수 있다.
검찰은 줄곧 제2롯데월드 관련 수사와 관련해, "현재까지 수사할 단서가 없다"고만 반복해 왔다.
기 전 사장은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의 또다른 축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기 전 사장이 롯데물산 대표로 있던 시절 공군 중장 출신 천모(69)씨가 회장으로 있던 공군 항공기 부품업체 B사와 13억원대 용역 계약을 맺은 뒤 로비 자금을 형성해 공군 고위층에 로비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 전 사장과 함께 장경작(73)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이미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수영(65) 현 롯데홈쇼핑 사장을 조만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정부 관료 등을 상대로 한 금품로비 혐의로 영장이 기각된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도 보완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