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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위축' vs '영향 미미'…김영란법의 경제적 파장 진실은?

경제정책

    '소비위축' vs '영향 미미'…김영란법의 경제적 파장 진실은?

    (사진=자료사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민간소비 위축으로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룸살롱, 골프장, 고급 외식업 등 타격을 받는 업종이 있는 반면 대체 상품의 매출증가와 절감한 돈의 대체 집행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14년 전체 민간소비(748조2천억원)에서 기업의 접대비(9조3천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였다. 비중에서는 적어보이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이 매년 2% 초반 대인 점을 감안하면 접대비의 절대액 감소가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수 있다. 경제가 2.6% 성장한 지난해 만약 기업 접대비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경제성장률은 0.3% 안팎 감소한다.

    여기에 정부의 업무 추진비까지 감안하면 소비에서 차지하는 접대비의 비중은 더 커진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 감소의 정도는 추정 주체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연간 약 11조6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음식업 8조5천억원, 선물 관련 산업 2조원, 골프업계 1조1천억원 등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선물 분야에서 연간 1조원, 음식 분야에서 3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고, 외식산업연구원은 음식점 매출액이 4조2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농축산업계는 한우 선물세트의 99%가 김영란법에서 선물의 상한액으로 정한 5만원 이상이고 추석과 설에 8천300억원어치가 팔린다고 주장한다. 수산업계도 1조8000억원어치가 두 명절 기간에 소비된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선물로 팔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농수산물 선물의 경우 24∼29%가 감소하면서 1조6천억원~1조9천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접대비의 지출 측면만 고려한 것이고, 우리 경제 전체로 보면 셈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고가의 선물이나 향응, 접대 등이 감소한다고 해서 이 돈이 허공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액의 선물이나 접대는 상대적으로 저가의 상품과 접대로 대체될 것이고, 그로 인해 남은 금액도 또 다른 접대의 비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권익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 이 법으로 인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물 구입액은 고작 1% 안팎에 불과했다. 갈비세트 등 고액 상품의 매출은 감소하더라도 이들 상품을 대체하는 다른 매출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4년 국세청이 도입한 접대비 실명제 때 유사한 현상이 일어났다. 건당 50만원 이상 접대비로 지출할 경우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영수증 보관을 의무화한 것이다. 제도 도입 첫해 백화점 매출은 10% 정도 감소했지만 일반 소매업 매출은 그 만큼 증가했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선물과 접대 용도로 많이 선호되는 소갈비, 굴비 등의 제품과 골프장, 룸살롱, 고급 외식점 등의 업종은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이를 대체할 중저가의 음식점과 선물, 외식업종 등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쪽에서는 법 시행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사진=자료사진)

     

    더 중요한 것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접대비 총액이 감소하더라도 이 돈은 증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체 용도에 쓰이게 된다는 점이다. 다른 비용으로 사용되거나 투자에 이용될 수 있고, 저축을 할 수도 있다. 저축의 경우 비록 소비는 아니지만 은행을 매개로 누군가 이 돈을 빌려 투자나 소비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소비측면에서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김영란법이 시행 초기 경제에 미칠 파장의 정도에는 또 다른 주요 변수가 있다. 정부가 이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충격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지만 여러 여건을 보아가며 슬기롭게 운용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일부 상품과 업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비위축 등 의 부정적 영향은 우려할 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간과해서 안될 점은 김영란법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 의하면 부패 방지 노력으로 우리나라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 만큼만 높아지면 명목 성장률이 약 0.65%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RELNEWS:right}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평균(69.9점)에 훨씬 못 미치고, 34개 OECD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지하경제 비중은 OECD 국가 중 6위로 상위권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마치 경제가 침체의 수렁으로 빠질 것처럼 과도하게 우려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미래 우리 경제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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