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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별장 위험한 보트놀이…안전기준이 없다

사회 일반

    재벌가 별장 위험한 보트놀이…안전기준이 없다

    • 2016-08-04 06:00

    개인 소유 보트, 안전 단속은 제로

    지난 주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양평 현대가 회장 별장 땅콩보트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난 3일 북한강변.

    사고 소식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폭염탓인지 인근 수상레저사업장은 수상레저를 즐기려는 물놀이객들로 붐볐다.

    사근 인근에서 수상레저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사장(52)은 사고 내용을 묻자 대번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가보트' 문제점을 흥분된 목소리로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 사장은 "수상레저사업장은 안전시설을 갖추고, 점검도 받고, 수시로 교육도 꾸준히 한다"며 "하지만 개인 소유자들은 대부분이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무작정 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 "별장관리인은 별장 관리가 적합한 사람이지 보트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냐"며 "자동차처럼 브레이크를 밟아 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숙한 사람이 운전하면 큰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사고가 난 별장이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문호리 주변에는 고급 별장들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 끝에서 만난 H대기업 회장의 별장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고 철문 왼쪽 위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선착장은 오직 별장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철저한 개인 사유지이다.

    10년 넘게 별장 인근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모터보트 2대하고, 제트스키 1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땅콩보트는 올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국내 모 대기업 회장이 소유한 양평의 한 별장에서 회장 아들이 친구들과 땅콩보트 놀이를 하다가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발생했던 선착장.(사진=구민주 기자)

     

    ◇ 수상기구 조종면허 취득 기준도 강화해야…

    사고는 별장 관리인이 운전한 보트에 매달린 땅콩보트가 선착장과 충돌하면서 벌어졌다.

    땅콩보트에서 튕겨 나간 일행 중 한 명이 선착장에서 구경하던 김모(24)씨와 부딪히면서 의식을 잃은 김씨가 물속에 빠져 숨진 것.

    경찰 조사 결과 관리인은 보트 조종면허를 소지했지만 땅콩보트를 매달고 운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보트 뒤에 땅콩보트를 연결하면 그런 만큼 간격을 두고 돌아야 되는데, 그런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며 "(관리인도) 운전미숙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수상레저업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한결같이 예견된 사고였다는 반응이다.

    한 수상레저업체 사장은 "면허가 있다고 다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며 "사업장에서도 플라이피쉬 같은 기구는 경력이 30년 넘는 직원들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트를 조종할 수 있는 면허증만 있으면 땅콩보트를 달아도, 바나나보트를 달아도 자동차 트레일러처럼 길어져 운전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지만 맘대로 운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3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년간 보트에 매달고 타는 땅콩보트나 바나나보트 등과 같은 워터슬레드에 의한 사고는 2014년 4건에 2015년 1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바다에서 발생한 사고만 센 것이고, 강이나 호수 등 내수면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아예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처럼 견인 면허를 별도로 따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워터슬레드의 형태가 상당히 다양해지면서 운전미숙으로 인한 안전사고 늘고 있는 것 같다"며 "견인하는 형태의 조종 면허 취득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 개인 소유 보트, 안전 단속은 '제로'

    또 수상레저업체는 당국으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지만 개인별장 소유 보트는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북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 양평과 가평에는 이같은 개인 소유 보트가 무려 322대나 되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 점검이나 안전수칙 미준수 등으로 단속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평군 관계자는 "관계 공무원이 단속을 하도록 돼 있지만 (안전수칙을 위반해서) 정지 명령을 내려도 그냥 가버리면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며 "자가 기구의 경우 안전점검에 협조가 거의 안되고, 사업장에 하듯이 강경하게 단속할 수는 없고, 주로 지도나 계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땅콩보트를 매달고 모터보트를 운전하던 중 선착장과 충돌사고를 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별장 관리인 전모(55)씨에 대해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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