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측근이자 디에스온 대표인 이창하씨를 17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36억원 상당)과 배임(150억원 상당) 등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옥을 디에스온 소유 건물에 입주시켜 고액의 임차료를 지급하게 하는 수법으로 97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어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손해를 입힌 혐의다.
당시 직원들이 알아본 주변 임대료 시세는 평당 6~8만원 가량이었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평당 20만원 넘는 액수를 적용해 지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이씨는 회사 이사 신분으로 관계가 있는 회사와 거래를 할 때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현행법상 절차조차 무시했다.
이씨는 남 전 사장의 추천을 받아 2006~2009년 대우조선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관리본부장(전무급)을 지냈으며, 대우조선 오만법인 고문을 겸하기도 했다. 디에스온은 2007년 이씨의 지분 51%와 대우조선해양건설 지분 49%로 설립됐다. 이후 2008년 6월 유상 증자로 이씨의 지분이 67.5%로 늘었다.
이씨는 2010년~2012년 오만 선상호텔 사업 당시 추가공사가 필요한 것처럼 공사계약서를 허위로 꾸려 공사자금 316만 달러(한화 36억원)를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지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대우조선 오만법인은 2010년~2012년 오만 노후 선박을 선상호텔로 개조해 운영하는 사업에 투자했다가 400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 당시 대우조선은 선박 검정, 검선, 인수 등 사업 절차를 오만법인 고문을 맡던 이씨에게 일임하고, 선박 개조나 인테리어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이씨는 작은 형의 캐나다 일식집 자금 운영을 위해 설립한 캐나다 법인에 16억원을 지원하고 아들의 사업자금에도 돈을 끌어다 쓰는 등 26억원의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2012년 8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유엔빌리지를 62억원에 매입하도록 한 다음 이듬해 자신의 가족에게 구입가보다 11억8000만원 낮은 50억 2천만원에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에 대해 자신의 가족들로 하여금 이러한 정황 등을 포함해 17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챙기게 한 혐의(배임)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계열사 주요 직위를 갖게 하고 한편으로는 그 회사로부터 이득을 얻는 회사의 대주주로 만들어주는 이상한 구조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이는 남상태 전 사장이 모두 용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검찰은 이씨가 대우조선 측으로부터 특혜를 받는 대가로 남 전 사장에게 7억원~8억원 상당 금품을 건넨 정황도 파악하고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남 전 사장에게 돈을 지급한 경위, 공여한 다른 돈의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산동 사옥 매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씨는 대우조선건설 관리본부장이던 지난 2009년 특정 업체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