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옥시나 폭스바겐같은 글로벌기업들이 해외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그 나라의 소비자법제 정비 정도에 따라 대응 수위를 달리하고 있다.
이때문에 소비자 피해구제 법제가 허술한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참다못한 소비자들이 직접 집단소송에 나서는가하면 각계에서 집단소송제 같은 현실적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마저 외면하고 있다.
◇ 폭스바겐 미 소비자 18조 원 배상…한국 소비자는 한 푼도 없어폭스바겐은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미국 소비자엔 18조 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1인당 5100~만달러(약 591만~1160만 원)를 지급한다 .
이는 2014년 도요타의 급발진 사고 합의액 12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 배상액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금전적 배상을 하려면 위법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문제가 된 차량은 임의 설정 금지 법규가 생기기 이전에 정부 인증을 받아 팔린 것으로 법률상 문제가 없다"며 배상을 않기로 했다.
"다만 도의적 책임을 느껴 100억 원 규모의 사회은 공헌 기금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47만 500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850만 명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취약한 법규를 내세워 이를 거부하고 있다. EU도 소비자단체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허술한 소비자 보호와 배상 법체계에 그 나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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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술한 국내 소비자 보호체계…글로벌기업 법제따라 대응 달리해소비자피해 관련 법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미비한 소비자 구제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폭스바겐, 옥시 사태가 언제든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 소비자피해법제가 얼마나 정비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법률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소비자피해구제법제가 얼마만큼 허술한지 잘 알고 이에 대응하기때문이다.
한국소비자법학회장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서희석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해외의 소비자들의 대한 권리구제는 그 나라의 소비자법제의 정비 정도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48만대를 팔아 배상금 등 18조원을 물고 한국에서는 20만 9000대를 팔은 뒤 178억 원의 터무니 없이 낮은 과징금을 무는 것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이 피해를 제대로 배상받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환경부는 2일 폭스바겐에 대한 행정처분 내용을 발표하면서 소비자 배상·보상 대책에 대해서는 "환경부의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대해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인증 취소나 과징금 부과는 사실 소비자와 관련이 없는 조치이고 정작 피해자인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전혀 없는 점이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때문에 참다못한 소비자들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내고 환경부의 인증취소와 판매정지에 따라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자 추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각계 소비자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제 요구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야당과 학계와 소비자 단체 등이 '소비자 집단소송제도'같은 법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도 최근들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상당히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가 6월말 '국민의 생명 ·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 방안의 개선'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하기도 했다
천여명의 현직 변호사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되면 옥시나 폭스바겐 사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옥시와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등이 징벌적 배상법과 집단소송법, '자동차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성이 제기됐던 법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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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기업 경영 위축 우려…소비자피해는 '나몰라라'정부는 2005년 증권 분야에서 집단소송을 도입한 뒤 제조업 등으로 확대되는 방안에대해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관부서인 법무부는 10년이 넘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도 황교안 국무총리는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우리 민법의 실손해 배상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남용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 우려도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사실상 반대입장을 보였다.
전경련 등 대기업들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쏟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홍정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심포지움에서 "집단소송제가 확대되면 소송이 많아지거나 기업 경영에 피해를 줄것이란 논리는 기업이 다수에게 피해를 입혔더라도 복잡한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배상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옥시와 같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로 집단적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권리를 행사하기 힘든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누구나 제기할 수 있으나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소송을 원활하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2013년도에 소비자법을 개정해 받은 손해의 세 배까지의 배상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