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써도 됩니다. 수령자는 귀책사유 없어 환수 안 해"복지부 "서울시 지급한 수당 환수 조치해야"
취업준비생 박향진(26·여)씨는 영상업 관련 취업을 준비하던 중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정부(고용노동부)가 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알아봤지만, 원하는 분야 취업과는 잘 맞지 않았다. 더욱이 스스로 짠 계획에 따라서 준비를 하고 싶었기에, '6개월간 매월 50만원'이라는 활동비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통장에 돈이 들어온 지 하루 만에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를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이 50만원으로 영상 아카데미에 등록하려 했지만, 혹여 돈을 썼다가 도로 돌려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박씨는 "복지부의 직권취소 소식에 실망했다"며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며 돈을 제대로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데,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3일 전격적으로 시범사업 대상자 3천명 가운데 2천800여명에게 개인당 50만원씩 총 14억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해당 사업을 직권취소해 청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가 직권취소를 발표한 4일 서울시 담당 부서로 '받은 돈을 써도 되느냐'는 취지의 전화 문의가 여러 통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급한 청년수당 50만원은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시 관계자는 5일 "청년수당은 3일 지급 시점까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지급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만약 대법원에서 서울시가 패소한다 하더라도 이는 수익적 행정(상대방에게 이득을 주는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소급효가 극도로 제한이 된다. 서울시가 행정적 책임을 질망정, 청년들이 받은 돈을 반환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수당을 받은 청년들은 귀책사유가 없어 부당이득이 아니기 때문에 돌려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률상 반환 의무도 없고, 환수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청년들의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이날 중으로 이 같은 내용을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로 청년수당 지원 대상자에게 공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직권취소로 대상자 선정과 대상자에 대한 수당지급 등이 소급 적용돼 무효가 됐다"며 "서울시는 지급한 청년수당을 원칙적으로 환수 조치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또 아직 수당을 받지 못한 청년 169명은 복지부의 직권취소로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수당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는 전날 브리핑에서 "정부와 갈등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모든 수단과 조치를 통해 청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