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사진=박종민 기자)
5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그야말로 '이변'이 벌어졌다.
'2강(强)'으로 꼽히던 송영길 후보가 컷오프된 것이다.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치러진 당 대표 예비경선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기초자치단체장, 고문단 등 전체 선거인단인 363명이 1인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에는 263명이 참석했다.
투표가 끝난 뒤 당 선거관리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은 차례로 컷오프를 통과한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순위와 득표수 등은 규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추미애, 이종걸 후보까지 호명되고 남은 한 사람의 통과자에 송영길 후보가 아닌 김상곤 후보가 이름을 올리자 청중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곳 저곳에서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거나 손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비경선 전, 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후보와 송 후보가 앞서 있고, 출마를 늦게 결심한 이종걸·김상곤 후보가 추격하는 입장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무난하게 본선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던 송영길 후보가 떨어진 것이다.
컷오프 직후 송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많이들 놀라신 것 같다. 아직 제가 모자란 탓"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보고 들은 현장과 배움, 허투루 쓰거나 혼자 갖지 않고 온전히 정권교체에 보태겠다"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불사하며 호남을 지키고 나라를 지킨 것처럼,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결과로 송 후보는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통과한 김상곤(왼쪽), 이종걸(왼쪽 두번째), 추미애(오른쪽) 후보가 노웅래 중앙당선관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탈락한 송영길(앞) 후보가 단상을 내려가고 았다. (사진=박종민 기자)
송 후보는 20대 총선을 통해 인천 지역 최다선 의원에 오른 4선 중진 의원이다.
16대·17대·18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구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고, 2010년 인천시장에 당선됐다가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던 이종걸 후보가 뒤늦게 합류한데다 원외여서 당내 세력을 제대로 구축하기 힘든 김상곤 후보보다 지지를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당내에서는 이번 결과는 당내 계파별 전략투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 세력이 추미애·송영길 후보로 양분되기 보다는 추 후보 쪽에 쏠렸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맡아 '文표 혁신안'을 주도했던 김상곤 후보 측으로 일부 주류 표가 이동하면서 송 후보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송 후보가 갖고 있던 비주류 표심도, 비주류 후보인 이종걸 후보가 경선에 합류하면서 이 후보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더민주 의원은 "송 후보가 주류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닌 모호성을 띄고 있어서 표심을 얻는데 실패한 것 같다. 주류도 비주류도 송 후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또다른 더민주 의원은 "비주류들은 이종걸 후보를 많이 선택했을 것"이라면서 "친노·친문 쪽 후보가 많아 표가 갈리고 혼전이 거듭되면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설문에서 자치분권, 당 혁신을 주장했던 김상곤 후보의 전략이 선거인단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당 자치단체장들에게 어필하면서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더민주 소속 한 자치단체장은 "한쪽으로 몰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치분권' 이런 것을 말했던 김상곤 후보에게 더 표가 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이변이 일어나면서 밋밋했던 더민주 당대표 경선은 전대를 20여일 앞두고 이전보다 이목을 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