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학술

    과학이 말하는 섹스 그리고 사랑

    신간 '큐피드의 과학'

     

    과학은 사랑을 해석할 수 있을까?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고,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결과는 물론 흥미로울 뿐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신간 '큐피드의 과학'에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과학자들이 시도했던 수많은 실험과 사례들이 등장한다. 남녀 성별에 따른 언어 능력과 공간 능력의 차이는 과연 타고난 것일까, 만들어진 것일까? 인터넷 시대의 온라인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방식은 현실 속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연애를 할 때 유머는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오르가즘은 신경화학적으로 어떻게 분석되는가?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사랑에 빠져 있는 남녀에게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겠지만, 남녀 성별의 차이를 감안한 올 바른 육아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동성애와 동성 결혼, 성매매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과학의 입장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이처럼 '큐피드의 과학'은 사랑과 섹스라는 문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다루고자 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총망라했으며, 생명과학ㆍ사회학ㆍ교육학ㆍ심리학 등 여러 관점에서 사랑과 섹스의 문제를 따로 또 같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 장에서는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은 '그냥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중심으로 남녀의 성적 차이를 탐구한다. 남녀 아이들의 뇌 구조와 행동 차를 연구하고, 남녀의 언어학과 대화 양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고찰하면서 남녀 의 간극이 과연 화성과 금성만큼 먼 것인지 밝히고자 한다. 성차가 진화에 따른 것인지 연구 사례를 통해서 알려주며, 남성은 섹스를 중시하고 여성은 사랑을 중시한다는 통념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도 살펴본다.

    ◇ 현대 세계에서 데이트하기

    '온라인 데이팅'이라는 새로운 데이트 풍속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미국에서는 몇천만명이 온라인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는 10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발달했다. 이처럼 활성화되어 있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진정한 파트너 찾기에 성공하려면? 사람들은 왜 온라인에서 몸무게와 나이를 줄이는 식으로 자신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걸까? 이런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장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로봇과의 결혼을 예측하는 과학자나, 온라인상에서 개발 중인 가상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 사랑을 찾고 지키기

    사람들이 파트너를 선택하는 방식과 이유를 살펴보고, 사회적 인습이 로맨틱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실험을 통해 서 연구한다. 또한 남성은 유머를 만들어내고 여성은 그 유머를 듣는 등 남녀의 유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왜 유머러스한 남성이 그토록 매력적인지를 진화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며, 웃음 코드를 해독하기도 한다. 과학 을 통한 사랑의 연습을 통해 실제로 친밀감을 증가시키는 과정과 중매로 결혼해서 사랑을 키워가는 인도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있다.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 뇌의 섹스와 사랑

    사랑에 빠질 때 뇌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살펴보며, 사랑이 중독적 약물 과 동일한 신경 경로를 자극하는 기전, 사랑과 창의력의 연관 관계, 사랑과 마약의 유사성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르가슴을 일으키는 요소가 사랑인지 섹스인지, 남성과 여성의 오르가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또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키스, 키스할 때 인체의 신경화학적 반응, 키스가 전달하는 메시지 등 키스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도 수록되어 있다. 뇌의 쾌락중추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과 페로몬과 비밀신경에 대해 과학이 밝혀낸 이야기들도 나온다.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선택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동성애가 선택적인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 등을 분석하고 인간의 선택보다는 유전자와 환경이라는 양쪽 요소가 성적 성향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풍부한 과학적 증거를 통해 증명한다.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트랜스섹슈얼리티와 성적 연속성 같은 주제의 과학적 밑바탕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도 살펴본 다. 이러한 성적 지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

    ◇ 사랑과 섹스의 어두운 면

    심리적인 유대를 성매수에서 찾거나, 여성을 물질화하거나, 성매매에 중독되는 등 일부 남성들의 행태를 통해 각국의 성매매 실태를 알아본다. 나르시시즘이나 사이코패시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와 이들의 성격 특성도 살펴본다.

    책 속으로

    소년이나 소녀로서의 성장이 어떻게 뇌를 조형하는가? 이들이 태생부터 다르다는 건 명백하다. 유전적·호르몬적 차이로 인해 남녀는 뇌의 발달 경로가 처음부터 다소 다르다. 그런데 초기 경험이 세포 내 유전자들의 화학 구성과 기능을 영구적으로 변화시켜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맥길대학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미니(Michael J.Meaney)와 동료들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은 모자보건의 질이 태아의 뇌세포 생성부터 스트레스 반응의 변화와 기억 기능 등에 다양한 신경적ㆍ심리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부모가 아들딸의 양육 방식을 달리하는 것 역시 발달 중인 뇌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1-2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 관한 진실' 중에서)

    "외로워하면서도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두려울 때 기계와의 관계는 외톨이면서도 결코 혼자가 아니게 해줍니다. 우정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동반자의 존재는 환상적입니다. 축하할 일은 아닙니다. 로봇과의 관계에 이끌린다는 건 인간관계에서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뜻이니까요." (2-3 '리부팅이 필요한 파트너' 중에서)

    유머가 지성의 좋은 지표임을 보여주는 연구는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지성은 모두 우러러보는 좋은 특성이며 유전되기도 한다. (…) 여성이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란기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 유머를 성선택으로 설명하는 가설을 한층 섬세하게 검증할 수 있다. 대규모 연구 결과, 배란기 여성은 단기적 파트너를 찾을 때 신체 균형, 남성적 이목구비, 지배적 행동 등의 좋은 유전자 신호를 보이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장기적 파트너를 찾을 때는 신체 사이클이 어떤 상태든 앞서의 선호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자원(요즘 같은 시대에는 돈)이 풍부하고 성격이 가정적인 남성을 택했다. 달리 말해 좋은 아빠를 찾았다. 만약 유머가 창의력과 지성의 신호이고 질 좋은 유전자의 지표라면, 재미있는 남자들은 배란기 여성에게 호감을 살 것이다.(3-2 '사랑을 찾고 지키기' 중에서)

    사랑과 섹스가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나 욕망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모든 것에 관한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다른 실험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증명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여러 가지 특성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틀림없이 성격도 다정할 거야!"라는 식으로 한 가지 특성을 통해 다른 특성까지 멋대로 짐작한다. 흔히 후광효과(halo effect)라 불리는 현상이다. (4-3 '뇌의 섹스와 사랑' 중에서)

    왜 부모는 자녀가 혹시 게이일까봐 그토록 우려하는 걸까? 특별한 조건이 없는 한 실제로 동성애자 자녀를 선호하는 부모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진화적으로 말하면 부모가 호모포비아(homophobia : 동성애 혐오)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이 아들과 레즈비언 딸은 생식을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별다른 수가 없다면). 그렇지만 부모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시라. 여러분 자녀는 그 흔한 유성 생식이 아닌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유전자의 전반적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1-5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선택' 중에서)

    성매수 남성은 대체로 심리적 문제가 있고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 만손의 견해다. 스웨덴의 많은 성매수 남성이 이와 유사하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통제 불가' 또는 '심리적 중독'으로 본다. 일부 과학자는 그러한 자기규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적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매매 금지국인 미국 등의 나라에서 성매수 남성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고 이들을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남성에게 얼마나 중독적 행위이건 심각한 상처를 받는 쪽은 여성이다. 성매매 여성은 최소한 친밀감을 상품으로 팔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성매수 남성에게 육체적 학대를 당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6-1 사랑과 섹스의 어두운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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