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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만화가 올림픽 '만화 고시엔' 현장 가보니

공연/전시

    예비 만화가 올림픽 '만화 고시엔' 현장 가보니

    • 2016-08-08 08:48

    한국, 일본, 대만학생 150명 열띤 경쟁…우승은 日 이토우고

    '만화 고시엔' 대회 현장 (사진=이재길 기자)

     

    7일 오전 고치시 문화플라자 카르포트에서는 전국 고등학생 만화 선수권 대회 '만화 고시엔' 결승전이 열렸다.

    '만화 고시엔'은 일본 고치현이 문화청, 전국도도부현교육장협의회 등의 후원으로 주최하는 대회로 1992년에 처음으로 시작해 올해 25주년을 맞이했다.

    이번대회에는 한국, 일본, 대만의 총 319개의 학교가 참여했으며, 이 중 선발된 31개 학교의 출전 학생들이 현장에서 열띤 경쟁을 벌였다.

    현장은 만화대회 결승전을 보기 위한 수백여명의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출판사 관계자, 취재진들도 함께했다.

    고치 오자키 마사나오 시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이날 대회에는 1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참가 학생들은 출제된 테마를 B2사이즈 종이에 만화로 표현하며 제한시간내에 주어진 과제를 완수해야한다.

    대회장을 울리는 웅장한 징소리와 함께 테마가 발표됐다. 25회 만화 고시엔 본선 테마로는 '♪(음표)'가 선정됐다. 학생들은 테마에 맞는 만화를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그리기 시작했다.

    만화 테마는 주최측이 정한 것으로 총 5개의 후보 중 선정됐다. 테마 기준은 그 해에 유행하는 것이나 뉴스 시사에 맞춰 정해진다.

    테이블 앞에 앉은 학생들은 저마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만화 그리기에 열중했다. 옆에서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회장을 돌아다니며 그림그리는 학생들을 조용히 지켜보던 만화 고시엔 관계자 타무라씨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전대회와는 달리 이번 대회는 25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라이브 페인팅 등 여러가지 이벤트 더하면서 규모면에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선생님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은 모두 "대회를 통해 아이들의 꿈이 현실화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회에 참가한 전남예고 학생과 선생님 (사진=이재길 기자)

     

    ◇ 예기치 못한 악재 속, 우승 노린 한국 학생들 돋보여

    이번 대회에는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전남예술고등학교가 한국 고등학교로서는 처음으로 본선대회에 진출했다.

    전남예고 학생들은 지난 5일 일본행 비행기의 결항으로 예정된 도착일 하루뒤인 6일에 고치현에 도착했다. 예기치 않은 변수로 컨디션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하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은 연신 밝은 모습을 보이며 대회에 임했다.

    2학년 3명, 1학년 2명으로 구성된 전남예고 학생 5명은 출제된 '♪(음표)'라는 테마에 맞춰 8컷 만화를 선보였는데, '탄탄한 스토리', '돋보이는 그림 실력' 등을 앞세워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과시했다.

    전남예고 학생들은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청각장애 아이가 주변의 만류에 좌절하게 되던 중 '소리를 눈으로 보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들은 후 소리를 눈으로 느낄수 있게되는 내용의 만화를 선보였다.

    전남예고 학생들이 그린 대회 작품 (사진=이재길 기자)

     

    전남예고 조가영 학생(2학년)은 "흔히 음표라고하면 소리를 듣는다거나 음악을 떠오르곤 한다"면서 "소리가 눈에 보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내용을 담은 만화를 그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우연히 접한 대만의 광고중에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가 바이올린을 켜게되는 내용의 광고가 있었는데 그걸보고 영감 얻게됐다"고 덧붙였다.

    학교 내에서 '에이스'로 불린다는 전남예술고 김도현 학생(2학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영광"이라면서 "작년에는 팀 막내로 출전했었는데 이번엔 팀장 역할로 나오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만화산업에 대한 환경이나 대회 유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고치현으로 온 전남예고 최형수(47) 선생님은 "일반적으로 한국 학교에서는 만화를 입시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본은 만화를 대하는 인식자체가 많이 다르다. 일본은 만화에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고 있을 뿐만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존중해준다. 특히나 고치현의 경우 만화로 지역민과 어울리면서 행사를 이끌어가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 "만화의 대중화를 위해선 만화에 대한 좋지않은 선입견을 버리고 환경 시스템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예고 주성희(49) 선생님은 "한국은 공부 외의 다른 영역은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라고 꼬집으면서 "일본의 경우 생활 속에서 만화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렸을때부터 다양한 만화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수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예비 만화가들의 '등용문'

    만화 고시엔은 단순히 만화를 그리는 대회가 아닌 만화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대회의 우승자 및 유망한 학생들은 출판사들이 스카우트 해간다. 출판사에 의해 스카우트된 학생은 3번의 작품 제출과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만화가로 데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데인저러스 지산자'의 작가 소야마가 대표적인 이 대회 출신 만화가 이다.

    일본 유명 출판사인 소학관 관계자 후미토시 마메노 씨는 "실력있고 유망한 인재를 보기 위해 대회에 오게됐다"면서 "고치현은 만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지역인 만큼 실력있는 인재가 많은 걸로 알려져있다"라고 밝혔다.

    우승을 거머쥔 이토우고등학교 학생들과 오자키 마사나오 고치시장

     

    ◇ 일본 시즈오카현, 3년째 우승 이어가

    본선대회가 종료되고 진행된 결승전 테마는 '새로운 원소발견' 이었다.

    수백여명의 관심과 호응속 대회의 우승은 일본 시즈오카현의 이토우고등학교가 차지했다. 이토우고교는 3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팀으로 우승발표가 되자 연신 눈물을 쏟았다.

    이토우고교 학생들은 '원소 주기율표'를 신이 숨겨둔 퍼즐로 비유하는 작품을 그렸다. 이토우고교 오노아이리 학생(3학년)은 "주최측이 사전에 선정한 5개의 테마에 맞게 연습을 계속해왔다"면서 "대회에 우승하게되어 너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원소의 발견으로 퍼즐이 전부 맞춰면서 신에게 다가간다는 만화적 요소를 표현했다. 쉽게말해 새로운 원소의 발견으로 신과 인간의 영역을 무너지면서 인간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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