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우리경제에 수출부진 등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하고, 원화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 당분간 달러 약세 지속
1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0.7원 내린 달러당 1095.4원에서 마감됐다. 1년2개월만에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며 지난해 5월22일(1090.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환율을 결정짓는 각종 변수들이 모두 하락 쪽에 기울어져 있다.
우선 세계 금융시장은 유동성 장세의 흐름이 뚜렷하고, 우리 금융시장도 그 영향권의 한가운데에 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 등의 추가 완화조치로 유동성이 늘어난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로 투기성 자본들이 신흥국에 유입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한국의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외국인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조정하면서 외국 자본 유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유동성 장세 속에서 신흥국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그 중에서도 기초체력이 튼튼한 한국의 원화 가치는 특히 상승 압력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이어가며 코스피에서만 5조1천3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44.6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10일의 경우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과 개인은 각각 1044억 원, 1895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은 2,76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이처럼 환율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원화 강세 쪽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얼마나 더 떨어지나?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과거처럼 기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표가 다소 엇갈리기는 하지만 미국은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연내 금리를 올린다면 9월과 12월이 유력하지만 10일 나온 미국의 생산성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점,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추가 완화정책을 취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에 부담수러운 점 등을 고려하면 12월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 국내 유입된 단기 투자 외국자본은 그 속성상 미리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환율 급락세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외환당국의 의지도 환율 향배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최근의 환율 급락세에 대해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외환시장에서는 1100원선을 저지하기 위해 당국이 스무디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개입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당국의 개입은 없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정책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만큼 환율하락에 대한 당국의 개입은 환율 상승 때와는 달리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국의 개입이 없었던 데는 최근의 환율 급락이 국제금융시장의 단기 자본 이동에 따른 일시적 변동성에 의한 것이란 인식도 작용했다. 환율의 하방 압력이 더 강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주기를 두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는 하락세가 제한돼 있다는 전망을 깔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당국의 말 속에는 시장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릴 경우, 즉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하락할 경우 스무디 오퍼레이션을 통해 안정시키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방어에 나설 1차 저지선이 1070원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70원대는 지난해 연중 최저치라는 상징성이 있다. 시장의 쏠림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지난해 연중 최저치 아래로 밀릴 경우 하락심리가 급격히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선에서 당국이 1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 외국인 자본이 차액을 챙기고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큰 폭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