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들어서는 패션그룹 형지의 쇼핑몰 허가 과정을 둘러싸고 주민과 시행사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패션그룹 형지의 쇼핑몰 교통평가 부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건축 승인을 내준 담당 구청 공무원의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 2일 사하구 하단동 형지 쇼핑몰 건축허가 승인 당시 사하구청 건축과 담당 공무원 3명의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영장을 신청했다.
담당 경찰은 "시행사인 형지나 교통분석을 맡은 업체와 공무원들 간에 검은 돈이 오고 간 정황이 있는지 비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를 추적하려고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 4월부터 검찰의 지휘 아래 사하구 하단동 5만 8096㎡ 부지에 들어서는 패션그룹 형지의 쇼핑몰 교통평가 부실 의혹에 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수사는 쇼핑몰 인근 상인과 주민으로 구성된 '형지그룹·CJ 건설 하단동 공사 피해 대책위원회'의 검찰 고소에 따른 것이다.
대책위는 지난 2013년 시행사가 의뢰한 교통영향분석이 사업자를 위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3월 검찰에 당시 교통분석을 맡은 업체와 형지 대표, 사하구청 건설과 공무원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우선 부실 의혹을 문제제기한 '형지 피해 대책위'의 고소인을 불러 사실 확인을 위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쇼핑몰 건축 승인 과정에서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교통학회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의과정 대한 조사도 펼쳤다.
현재 경찰은 피고소인을 차례대로 소환해 1차 조사를 마친 뒤, 그동안의 조사와 기록을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피고소인 중 형지의 대표는 위임장을 건넨 대리인을 통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조사를 받은 피고소인들에 따르면, 수사팀은 교통분석 업체 측에는 심각한 교통난을 야기할 수 있는 쇼핑몰 인근 이면도로의 분석을 최종보고서에서 싣지 않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축심의위원들이 심의한 내용과 다른 차량 동선의 도면이 업체의 최종보고서에 왜 갑자기 등장했는지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소인인 피해대책위는 "차량 동선이 바뀌는 것은 재심의 대상이다"며, "건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지 측에는 이면도로 분석 누락과 차량동선 변경에 대한 사항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공무원들을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승인을 해준 것인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를 통해 교통평가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교통분석 업체 측에는 사문서 위조의 혐의가 공무원은 직무유기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피고소인들은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고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하구청 건축과 담당 공무원은 "절차대로 건축허가를 승인했기 때문에 법적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교통분석을 맡은 업체 대표는 "심의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이 생각했던 차량동선이 최종 보고서에서 꼭 그대로 작성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형지 측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말을 아끼겠다"고 전해왔다.
경찰은 이번 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