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가계부채가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은행대출을 억제하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 이용자들이 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층이나 고채무자란 점에서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무불이행자의 대량 양산과 함께 금융부실이 우려된다.
12일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인 에코스((ECOS, Economic Statistics System)에 따르면 올 들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 우체국예금)이 5월까지 가계에 추가로 빌려준 돈은 14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2천억원)보다 3.4배, 2014년(7조2천억원)에 비해 2배 급증한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올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제도를 도입하고 대출승인을 까다롭게 하자 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발생한, 일종의 풍선효과다.
제2 금융기관의 대출은 아파트 분양호조에 따른 집단대출과 함께 올 들어 가계부채 급증세를 이끌며 정부 대책을 비웃고 있다. 가계대출 문제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월 0.8%에서 2월 0.9%, 3월 1.3%, 4월 1.2%, 5월 1.4% 증가했다. 이는 2015년 1월의 0.1%, 2월 0.2%, 3월 0.4%, 4월 0.6%, 5월 0.6%와 비교해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올해 1월 10.7%, 2월 11.5%, 3월 12.5%, 4월 13.2%, 5월 14.1%로 매달 1%포인트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5월 증가율의 경우 지난 2011년 9월(14.3%) 이후 4년8개월만에 최대 폭이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1월 0.2%, 2월 0.2%, 3월 0.6%, 4월 0.8%, 5월 1.1%로, 전년의 1월 0.1%, 2월 0.7%, 3월 0.8%, 4월 1.7% 5월 0.3%에 비해 오히려 축소되는 추세여서 제 2금융권과 대조를 이룬다. 5월의 경우 지난해 5월보다 줄었으나 이는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가계대출 일부가 주택저당증권으로 유동화되면서 통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질적으로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248조6천억원에서 올 5월말에는 262조8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은행의 집단대출 뿐 아니라 비은행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예년 수준을 웃도는 빠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시에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 당국이 유의 깊게 보고 있으며 관계부처 간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