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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산업 구조조정, 부처 간 엇박자…생산조정제 예산 티격태격

경제정책

    쌀산업 구조조정, 부처 간 엇박자…생산조정제 예산 티격태격

    농식품부 '쌀 생산조정제 시행 900억 필요' vs 기재부 '어림없는 소리'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농식품부가 쌀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쌀 산업 보호를 위해 연간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으나,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쌀 재배면적을 과감하게 감축하는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논에 벼를 심는 대신 배추나 콩 등 다른 작목으로 대체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생산조정제 도입으로 또 다른 정부 지원 체계가 만들어지면 오히려 정부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쌀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나면서, 국내 쌀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보인다.

    ◇ 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정부 농가 지원금 3조 넘어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433만 톤으로 연간 신곡 수요량 397만 톤 보다 36만 톤이나 초과 생산됐다.

    이렇다 보니, 2015년산 산지 쌀값(80kg 기준)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 15만 2158원에서 이달 초에는 14만 1896원으로 6.7%나 떨어졌다.

    정부가 쌀 시장 안정을 위해 각종 지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가 된 지 오래됐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쌀 생산 농가에 1ha당 100만 원씩 고정직불금과 쌀값 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고정직불금 8천400억 원과 변동직불금 7천250억원 등 직불금으로만 1조5천650억 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70여만 톤에 달하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용 쌀 매입에 1조4천억 원을 투입했고, 쌀 보관비용으로 850억원을 지출됐다. 결국, 쌀과 관련된 정책자금으로 연간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GS&J 이정환 이사장은 "쌀의 과잉공급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농민들도 스스로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대체작목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쌀농사 대신 대체작목 유도…식량 정책 수정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오는 2019년에 57.4kg까지 떨어져 2014년에 비해 8kg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 연평균 28만 톤의 쌀이 초과 공급된데 이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24만 톤이 남아돌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쌀 수급 관리를 위해선 쌀의 생산량부터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를 위해 쌀농사를 밭작물로 전환하는 ‘쌀 생산조정제’를 내년부터 본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쌀 생산조정제는 1ha당 300만원을 현금 지급하는 지원책이다. 이를 통해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 산지 쌀값은 오르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줄어들 게 돼 예산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 80만ha에서 2018년에는 71만ha까지 9만ha(11%) 감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논 1만ha에서 5만톤의 쌀이 생산되기 때문에 재배면적을 2018년까지 9만ha 줄이면 45만 톤 정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전체 쌀 생산량의 10% 이상이 줄어드는 만큼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농식품부, 내년도 생산조정제 국비 900억 편성…기재부 전액 삭감 입장

    사실 쌀 생산조정제는 올해부터 시행됐다. 농식품부는 올해 3만ha의 벼 재배면적을 줄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해마다 각종 개발 등으로 평균 1만7천ha가 자연 감소하고, 여기에 생산조정제를 통해 1만3천ha를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이미 올해 계획했던 타 작목 전환 면적이 1만3천70ha로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쌀 생산 농가들이 과감하게 작목 전환을 통해 생산조정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시행 첫해인 올해는 정부 지원금 없이 전남과 전북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지방비를 투입하고 생산자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가능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의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내년 감축 목표치로 잡고 있는 5만ha 가운데 인위적인 생산조정 면적 3만ha 감축에 필요한 지원금 900억을 확보할 계획으로 기재부에 예산편성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쌀 생산조정제가 옥상 옥 구조로 또 다른 정부 지원 체계가 될 것이라며 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생산조정제를 시행하면 쌀값이 올라서 변동직불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최근 기후 등의 영향으로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배면적만 줄인다고 쌀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구나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생산조정제를 통한 쌀 과잉공급 해소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생산조정제가 또 다른 정부지원 체계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기재부는 쌀 생산조정제가 예산 부담만 늘어나고 쌀 산업 구조조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촌경제연구원 김태곤 박사는 "일본의 경우 수십년 전부터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해서 쌀 공급량을 줄여왔다"며 "하지만 일본도 예산 부담 등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생산조정제는 폐지하는 대신 민간 주도로 쌀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도 생산조정제를 통해 일단 수급조절을 한 뒤,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쌀시장의 혼란을 막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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