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올림픽 남자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구본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양궁 대표팀의 구본찬(23·현대제철)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슛오프에 약한 모습을 보인 그가 2번의 슛오프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이뤄낸 값진 우승이었다.
세계랭킹 2위 구본찬은 13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 무대에서 4위 장 샤를 발라동(프랑스)을 세트스코어 7-3(30-28 28-26 29-29 28-29 27-26)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하기까지 쉽지 않은 경기의 연속이었다. 구본찬은 8강부터 2경기 연속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슛오프는 5세트까지 승점이 같을 경우 화살 한 발로 승부를 겨루는 것을 말한다. 슛오프에 나서는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매우 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본찬은 이 힘든 상황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두 번이나 이겨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실 구본찬의 슛오프 승률은 그리 좋지 못했다. 국제양궁연맹의 통계를 살펴보면 구본찬은 국제 대회에서 총 6번의 슛오프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승률은 17%로 저조했다.
그러나 이날 구본찬에게 이전 기록은 의미가 없었다. 구본찬은 2번 치른 슛오프에서 모두 승리하며 승률 100%를 뽐냈다. 단순히 상대가 흔들린 탓도 아니었다. 구본찬이 잘 쐈다.
남자양궁 구본찬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후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구본찬은 8강전 테일러 워스(호주)와 팽팽한 승부 끝에 슛오프에 돌입했다. 구본찬이 먼저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 꽂혔다. 기선제압에 확실히 성공한 것이다. 심리적 압박감을 받은 워스는 결국 9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4강에 오른 구본찬은 '한국 천적'으로 불리는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상대했다. 앨리슨은 지난 5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메데진월드컵2차 대회에서 구본찬을 따돌리고 결승에 올라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당시 구본찬은 엘리슨에 슛오프에서 졌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 기회를 잡았다.
구본찬과 엘리슨은 이날 무승부만 3차례 기록할 만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5-5 상황에서 맞이한 슛오프. 엘리슨이 먼저 나서 8점을 맞췄다. 구본찬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9점을 맞춰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슛오프 승률 65%에 달하는 엘리슨을 승률 17%에 불과한 구본찬이 잡아낸 것이다.
2번의 슛오프를 겪은 구본찬은 결승 무대까지 기세를 이어가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슛오프의 약자에서 강자로 변모한 구본찬. 그의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