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기대를 받았던 한국 유도가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김원진, 곽동한, 안바울, 안창림 등 세계랭킹 1위만 4명이나 포함돼 '판타스틱4', '어벤져스'라고 불렸던 리우 올림픽 한국 남자 유도 대표팀.
대회 전에는 남자부에서만 금메달 2개 이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 결과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에 그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16년만에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심지어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거뒀던 시드니 올림픽보다도 더 낮은 성적이다. 이번 대회보다 성적이 나빴던 대회는 40년전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1, 동2)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운도 나빴다. 안바울은 준결승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입었고, 박지윤과 조구함은 대회 직전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유도대표팀 내부에 구조적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유도대표팀의 문제점은 역설적이게도 지나치게 높은 세계랭킹이다.
상위랭커 8명은 올림픽 토너먼트 대진에서 시드를 미리 배정받아 초반부터 만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1진급 선수들이 중소 국제대회까지 출전하면서 전력이 집중 분석당했다.
일부 선수에 대해서는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등 주요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없이, 대회를 자주 출전하거나 포디움 입상 등의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세계랭킹 1위를 달성해 국가대표를 몰아줬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너무 젊은 대표팀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남자부 송대남, 최민호와 여자부 이원희, 조준호 코치는 선수로서는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지도자로서는 충분한 검증을 받지 않았다.
김성민과 김잔디를 제외한 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인데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줬던 김재범, 왕기춘 같은 노련한 고참 선수들마저 없었다.
이처럼 허술한 선수단 운영의 배경에는 유도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용인대 파벌' 문제가 있다는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남자 유도대표팀의 경우 송대남 코치 외에는 선수·코치진을 통틀어 모두 용인대 동문이고, 여자 유도 선수들도 정보경을 제외하면 모두 용인대 출신이다.
용인대 파벌 논란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에서는 대한유도회 임원 28명과 전문위원 19명의 과반수(57.4%)가 용인대 출신이어서 개선 요구를 받았다.
그동안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엽이나 뛰어난 실력에도 올림픽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던 윤동식, 추성훈 등은 용인대 파벌 문제를 공공연히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용인대 출신 유도인들은 "용인대 출신이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모인 것뿐"이라며 펄쩍 뛴다.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전에서 구본찬 선수가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응원단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대한유도회가 철저한 실력 중심 선발로 정평이 나있는 양궁협회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널리 알려진대로 양궁협회는 8개월에 걸친 대표선발전 결과로만 대표팀을 구성한다.
반면 대한유도회는 2014년 강화위원회를 열고, 당시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왕기춘을 기초군사훈련 후 곧바로 선발전에 임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추가 발탁해 3차 선발전에 도전하게끔 했다.
대표팀 코치진이나 강화위원회 등을 통한 주관적인 대표 선발 방식에 용인대 출신이 주요 임원진의 과반수를 차지한 상태와 맞불려서는 '썩을 수밖에 없는 고인 물'이라는 비난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