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진박(眞朴)'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친박 친정 체제를 공고화 하면서 협치 분위기로 시작한 20대 국회가 치열한 대결구도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를 주도하고 있는 두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신임 당대표에 선출되자 처음부터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전당대회 다음날인 11일 “청와대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그러한 첫 번째 길이 있을텐데, 첫 번째 길을 택한다면 참 순탄치 않을것 같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신임 지도부가 들어서면 덕담을 나누고 일정 기간 동안 강한 상호비방은 삼가는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으레 있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11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신임 여당지도부 오찬 회동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긍정적 평가보다 우려가 강했다.
회동이 있었던 이날 오후 산업통상자원부가 급하게 전기요금 감면 대책을 내놨지만 야당들의 평가는 차가웠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자기가 사용하는 만큼 정당하게 전기요금을 내는 것이지 깎아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애들 껌값도 못된다”며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더욱 우려한 것은 협상 파트너인 집권 여당 대표와 대통령간의 소통 방식이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정현 대표가 더 과감하게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지, 어제 김무성 전 대표는 5분 밖에 하지 못했던 독대를 25분이나 했다는 자랑을 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총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당선되는 순간부터 야당들은 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야권의 중진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나름대로 원만하게 국회가 돌아가게 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리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청와대를 설득해낼 수 있겠느냐”며 회의감을 나타냈다.
야당들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미 ‘이정현 호’ 새누리당과 ‘불안한 협치’보다는 실력대결 준비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2일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주기로 야당들이 합의한 것을 마냥 양보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12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소집과 22일 추경처리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야권이 강하게 추진했던 ‘先청문회後추경처리’안도 먼저 추경을 처리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겉보기에는 야당이 정부·여당 주장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여공세를 감안한 전략적 타협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는 추경 문제로 국회가 공전하는 것보다 추경을 통과시켜주더라도 국회 내에서 민생 이슈를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여당과의 타협이라기 보다는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로 잡은 기선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여권을 공격하겠다는 ‘결전의 의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도 정부가 내놓은 ‘일시적 감경’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누진제 철폐를 이끌어내겠다는 분위기다.
이번 달 25일 전기요금 고지서가 실제로 발부되면 전기료를 둘러싼 민심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고, 여론을 등에 업은 채 정부·여당에 대한 파상공세를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야당들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20대 국회가 극한 대치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