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를 드는 데 성공해도, 실패해 떨어뜨려도, 이 남자는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한바탕 춤을 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그가 보여준 춤 세리모니는 대회 내내 전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키리바시의 다비드 카토아타우(32)가 그 주인공이다.
역도 남자 105kg급에 출전한 카토아타우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마지막 경기 직후에도 역기에 입을 맞추고 한바탕 춤사위를 벌인 뒤 경기장을 내려갔다.
출전 선수 17명 가운데 14위. 인상 3차 시기에서 145㎏, 용상 2차 시기의 204㎏까지 합계 349㎏을 들었다. 저조한 성적이지만 그는 여전히 춤을 췄고, 여전히 표정은 흥겨움 그 자체였다.
카토아타우가 경기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 건 사실 오래전 일이다. 2년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영연방경기대회 커먼웰스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순간부터 그의 춤과 사연은 널리 알려졌다.
그는 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키리바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기 때문에 역도와 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호주 북동쫑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키리바시는 33개의 산호섬과 바위섬 등으로 이뤄진 나라다. 그래봐야 면적은 730㎢로 대구광역시보다도 작다.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79년 독립했고, 인구는 10만여명에 불과하다.
키리바시를 이룬 섬들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시나브로 가라앉고 있는 현실이다. 카토아타우는 "우리나라가 언제 완전히 가라앉을지, 그 때까지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우리는 조국을 스스로 지킬 충분한 힘이 없다"고 했다.
이런 키리바시의 위태로운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년전에도 대회조직위원회에 "우리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섬나라에 관심을 호소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미 키리바시에선 사람이 살던 마을 한 곳이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져버렸다. 카토아타우가 2년전 받은 우승 상금으로 부모를 위해 지은 집 역시 사이클론에 파괴됐다.
이번 올림픽에 카토아타우를 비롯, 남녀 육상선수 2명까지 3명의 선수단을 보낸 키리바시. 전세계 사람들이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올림픽에서 키리바시도, 카토아타우의 흥겨운 춤도 사라져버리게 될 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