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 조합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불법 파견을 사과하고 사내 하청 조합원들을 즉각 정규직화하라고 ㈜포스코에 촉구했다.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홍동기)는 17일 오후 1시 50분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 하청지회 조합원 16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앞서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1심 판결에서 지난 2013년 1월 25일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은 포스코 사내 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987년부터 1998년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포스코에서 크레인을 이용, 코일 운반과 정비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해왔다.
금속 노조 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은 자동차 회사들의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이 이어지는 중에 철강 업종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단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특히 이번 판결을 통해 철강 업체의 연속흐름 공정에서 근로자 파견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사용자들이 파견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규모를 키우고 마치 협력업체가 실질적 권한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더라도 업무의 성질을 고려하면 근로자 파견이라는 점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판단한 것으로 평가했다.
즉, 포스코 사내하 청 지회 조합원들이 수행한 크레인 작업은 정규직이 수행하는 개별 공정들(압연, 열연, 정정라인 등)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고, 포스코가 통제하는 제조실행 시스템, MES 및 진행반 등의 정규직 작업자의 지시에 따라 작업이 이뤄진 것이 인정된 것이다.
이는 크레인 업무가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물류가 아니라 크레인 업무 자체가 연속 흐름으로 이뤄지는 철강 제조 공정의 일부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는 고용 노동부 여수지방 노동사무소가 지난 2004년 불법파견에 대해 위반사항 없다고 결정 내린 이후 그 전에 없었던 협력업체 관리인을 두고, 협력업체에 일정 범위에서 작업변경 권한을 부여하며 불법 파견의 증거 들을 없애려 했다.
그러나 연속흐름 공정에서 MES의 지시나 정규직 근로자들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업무의 성질상 협력업체에 표면적 변화가 있더라도 근로자 파견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판결을 통해 거듭 확인했다.
노조 측은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2월 26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현대차 모든 공정의 사내 하청 노동은 불법파견이며 현대차의 정규직 노동자라고 한 판결이 모든 제조업 사내 하청에 미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2만여 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에 제동을 걸고 정규직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노조 측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지난해 4월 금호 타이어, 올해 2월 현대제철(구 현대하이스코)에 이어 포스코에서도 승소함에 따라 제조업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정부의 파견업종 확대 저지 투쟁과 불법파견의 근거인 파견법 철폐 투쟁을 확산할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포스코는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포스코에서 일하는 불법파견 사내 하청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불법 파견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또, 이번 판결에 따라 포스코에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포스코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불법파견 시정명령 등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