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에서 6명의 자녀를 둔 남편과 아내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남편은 타살, 아내는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죽음을 둘러싼 의문도 일고 있다.
17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남편인 A(47) 씨의 시신은 지난 14일 거창군 마리면의 한 농업용 저수지에서 발견됐다.
A 씨는 지난 2월 1일 친구 5명과 술을 마신 뒤 밤 11시가 다 될 무렵 집 앞에서 자취를 감춘 뒤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A 씨의 아내 소유 농장 근처 저수지에서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내다 조수방지용 그물에 덮인 A 씨를 발견했다. 물 위에 떠오르지 못할 정도의 돌도 매달려 있었다.
경찰은 A 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부패정도가 심해 사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A 씨의 아내(46)가 거창과 가까운 합천군 합천호에서 돌을 넣은 백팩을 맨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는 살해됐을 가능성에, A 씨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풀리지 않은 의문이 여럿 제기된다.
부부의 시신은 모두 돌을 가진 상태로 발견됐다.
그리고 2월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긴 A 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6일이다. 5개월이 지나서야 큰 딸이 신고했다.
또 A 씨의 아내는 남편의 실종 신고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합천호 인근에서 사라져 역시 큰 딸이 실종신고를 했고 이틀 뒤에 발견됐다.
즉, 큰 딸이 함께 외출했던 어머니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다음 날에 아버지 실종신고도 한 것이다.
A 씨가 5개월 동안 연락이 끊겼는데도 가족들이 왜 실종신고를 안했는 지 의문이다. 경찰도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A 씨의 아내가 사라지기 직전 큰 딸에게 "기다릴 만큼 기다렸지, 이제는 신고할 때도 됐지"라며 남편의 죽음을 언급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또, A 씨의 아내가 숨지기 전에 유서에 가까운 내용을 쓴 노트도 발견해 분석중에 있다.
33페이지 분량의 노트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가 죽음에 이르게 된 단서가 나올 지 주목된다.
경찰은 부부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와 이 과정에 다른 사람이 연루됐는 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