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처럼 건실한 사업가를 대상으로 수년간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 무려 40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공장을 팔게 해주겠다'며 내기 골프를 빙자해 1타에 억대에 이르는 골프를 치면서 돈을 챙겼고,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부산지검 형사3부(박억수 부장검사)는 대기업 임원 접대용 내기 골프를 빙자해 4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A(53)씨 등 2명을 구속기소(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 사기)하고, 나머지 일당 3명을 불구속 기소, 달아난 공범 3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충남에서 건축자재 공장을 운영하던 김모(65)씨는 2009년 8월쯤, 공장을 매입하는 데 큰 도움을 준 A씨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수출 수주 건으로 공장 확장 이전이 시급한 상황인데 공장을 쉽게 팔 수 있도록 대기업 임원과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것.
20여억 원에 산 공장을 무려 140억 원에 팔수 있는데 로비 자금 40억 원만 있으면 문제없다는 A씨의 말에 김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국내 내로라 하는 굵직한 대기업 임원들이어서 현금은 절대 받지 않으니 내기 골프를 가장해 퍼팅 실수를 하는 수법으로 돈을 일부러 잃어주라는 것이었다.
평소 A씨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던 김씨는 그의 제안대로 전국 주요 골프장에서 A씨가 소개해준 '자칭' 대기업 임원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
2009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A씨가 꾸린 골프팀 3팀에게 김씨가 준 돈은 무려 40억 원.
1타당 50만 원에서 최고 1억 원에 이르는 거액 골프였지만 대기업 임원들은 자신의 공장을 직접 둘러보거나, 이전 부지를 함께 보러 다니는 등 부지 매입에 적극 나서는 제스처를 보여 김씨는 꼬박꼬박 내기 골프에서 진 비용을 A씨에게 입금했다.
하지만, 부지 계약은 요원하고 수년이 지나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그때야 사기임을 알아챈 김씨는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심복을 통해 이른바 '사기 설계'에 능한 '선수'들을 쉽게 모집했으며, 평소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남달리 두터운 김씨는 이들의 '연기'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A씨 등은 "내기 골프에 불과할 뿐, 속이려는 행위는 없었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 사건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 공범들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서로 입을 맞추는 등 40억대 접대 골프 사기가 실제 벌어졌는지 의아할 정도였다"면서 "피의자들은 단순 골프 도박 행위로 은폐를 시도했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