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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욕과 외면'…장애 속에서 열연하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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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모욕과 외면'…장애 속에서 열연하는 배우들

    "표정연기로 다른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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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수가 약 250만 명이지만 이들을 대변하는 장애인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연극과 일부 뮤지컬에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표정연기를 무기로 무대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장애인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돌아오는건 차별과 기피, 그리고 일회성 관심 뿐이다.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는 배우 강민휘(35) 씨 (사진=김기용 기자)

     

    ◇ '필드'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들

    지난 9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연예기획사에서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35) 씨가 구슬땀을 흘리며 후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있었다.

    강 씨는 장애인배우로서 연신 '자신감'을 잃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가 비장애인 배우에게도 당당히 표정연기를 가르칠 수 있는 비결이다.

    하지만 배우의 길을 걸어오면서 강 씨는 동료 배우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무대에 서기 전, 다운증후군 배우들은 어눌한 발음 때문에 유독 입을 푸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강 씨도 무대 뒤에서 '가갸거겨…'를 열심히 외쳐댄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비장애인 배우들이 '니들 지금 웃기려고 그러느냐'며 비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강 씨는 말했다.

    10여 년 전 강 씨를 발굴한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김은경 이사는 "(강)민휘 씨가 상을 받으러 이번에 스페인에 가게 됐다"면서 "장애인 배우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해외에서 인정받고 돌아오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겠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활짝웃음'으로 응답한 배우 길별은(46) 씨 (사진=김기용 기자)

     

    ◇ "텔레비전에 우리가 나오면 채널 돌아간다던데…"

    뇌성마비장애를 앓고 있는 배우 길별은(46) 씨는 브라운관을 누비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는 "텔레비전에 장애인 배우가 나오면 시청자들이 한순간에는 집중한다"면서도 "계속 나오면 집중력이 떨어져 채널이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기사 댓글에서 이와 같은 반응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길 씨와 같은 장애인 배우들은 드라마에 출연해도 단역으로 1~2회 정도 나오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길 씨는 지난 2014년 TVN '갑동이'에서 뛰어난 표정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기찻길에서 자살하는 역을 맡아 한 회 출연(회상 장면 제외)에 그쳤다.

    그는 "당시 매니저가 스탭들한테 (길 씨가) 극중에서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매니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길 씨는 지난 2010년 SBS 단막극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 4년 동안 '갑동이'를 비롯해 한 작품에 더 출연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최근 3년간은 깜깜무소식이다. 장애인 배우가 한때 반짝 이슈몰이용으로 이용되고 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길 씨는 "배우이기 이전에 장애인으로 살면서 익힌 표정연기로 다른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 주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 "장애인이라고 해서 이슈화 돼선 안 돼" 인식 전환 필요

    전문가와 실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장애인이 대중매체 속에서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상파의 한 드라마 PD는 "대중매체가 상업화 되면서 무겁고 어려운 소재가 대중들로부터 소외되기 시작했다"면서 "장애인 역할 자체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9년 69만여 명이었던 등록 장애인 수가 2009년에는 242만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2014년엔 249만여 명이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지혜원 교수는 "장애인배우들이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면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외국에서처럼 장애인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게 오히려 이슈가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영화배우 숀 버디(23)와 왜소증으로 키가 135cm에 불과한 피터 딘클리지(47) 등 일반배우들 사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이 많다.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이대영 교수는 "장애인 연기를 비장애인배우들이 더 잘 할 수는 있겠지만 그곳엔 감동이 빠져있다"면서 "조연과 단역에 그치는 장애인배우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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