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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살 유족 "日, 6천명 죽이고 93년 외면…유골이라도"

사건/사고

    관동대학살 유족 "日, 6천명 죽이고 93년 외면…유골이라도"

    93년 만에 첫 추모행사…한·일 정부 외면에 시민단체 나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상복을 입은 시민 40여명이 관동대학살 희생동포를 위한 '상여 모심'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김광일 기자)

     

    "1923년 저희 할아버님은 만삭의 부인과 4살 된 아들, 두 분의 형제분들과 함께 일본 군대에 의해 몰살당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93년 동안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진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민족의 비극사는 오롯이 개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라도, 유골 한 조각이라도 고향에 안치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관동대학살 희생자 故 조묘송 씨의 손자 조영균 씨)

    조영균 씨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1923년 학살당한 재일한인 추도모임' 주최로 93년 만에 처음 열린 추도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동대지진 직후 일본에서 한국인 6천여명(독립신문 집계, 최대 2만여명)이 학살당한 지 한 세기 가까이 지났지만, 한·일 당국의 외면 속에 고통은 여전히 피해자 개인의 몫이었다.

    관동대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나온 故 조묘송 씨의 손자 조영균 씨(사진=김광일 기자)

     

    당시 도쿄 및 주변지역에서는 "조선인들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곧이어 일본의 군·경·민간 자경단이 한국인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모임 김광열 공동대표는 이날 "일본은 오늘날까지도 대학살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고 있고 한국 정부도 광복 이후 진상규명을 시도하거나 일본에 항의하지 않아 왔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진상을 밝히는 일은 민족과 정부의 역사적 책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추도사를 통해 "우리는 아직까지 이 억울하고 비참한 사건의 진상규명은커녕 피해자 확인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30˚C를 웃도는 폭염 속에도 유족과 시민, 개신교·성공회·불교·천도교 성직자,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관동대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나온 일본시민단체 '일본의 국가책임을 묻는 모임'의 다나카 마사타카 사무국장(사진=김광일 기자)

     

    일본시민단체 '일본의 국가책임을 묻는 모임'의 다나카 마사타카 사무국장은 "고향을 떠나 먼 이역 땅에서 목숨 잃은 피해자와 유족분들께 죄송스러울 따름"이라며 "일본 정부는 학살뿐 아니라 이를 계속 은폐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는 참석자들의 헌화와 헌향, 그리고 충남 무형문화재인 공주 상엿소리와 함께 상여를 모시는 '상여 모심'이 열렸다.

    상복을 입은 40여명은 상여를 들고 긴 행렬을 만들어 광화문 광장을 돌았다. 행렬 뒤에는 헌화를 마친 시민들이 뒤따랐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관동대학살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에 시민들이 헌화와 헌향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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