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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그늘...가계부채 급증이 위험한 이유?

경제정책

    저금리의 그늘...가계부채 급증이 위험한 이유?

    <솔로몬의 경제>

     

    가계빚이 정부대책을 비웃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3월말 가계부채는 1천224조원.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천200조원을 돌파하며 1천203조원을 기록한 이후 석달만에 20조원 넘게 불어났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연말이 되기 전에 1천3백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00조원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올 2월부터 여신심사 강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분양에 수반된 집단대출이 대책에서 빠져있었고, 시중은행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발표할 예정인 6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3월 말에 비해 2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 급증 이유

    한국은행은 지난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춘 결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의미다. 이는 은행 입장에선 빌려줄 돈이 많아 졌다는 것이고, 경제 주체들은 돈을 쉽게, 부담없이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낮은 이자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 보니 가계는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된다. 저리의 돈을 활용해 사업을 하려는 사람도 많아진다. 가계부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이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이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하는 주범은 부동산이다.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아파트 선분양 방식이 가계부채 급증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차익을 남기고 팔 목적으로 당장 돈이 없어도 중도금 분양을 통해 분양아파트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의 경우 분양권을 담보로 개인의 신용이나 상환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에 집값 하락 시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저금리가 주택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이에 편승해 늘어난 분양물량이 집단대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지금의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경기 활황과 가계부채 급증은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산시장 활성화가 투자와 소비로 연결돼 실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른바 마중물 효과다. 그런데 최근의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까지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실물경기를 진작시키는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산버블(거품)'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실물경기가 살아나면 가계 소득이 증가해 부채 상환능력이 높아지고, 물가상승률도 올라가 부채 부담도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만 높아질 뿐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계의 부채부담과 그로 인한 경제 전반의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 부작용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안정을 위협한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구조적 한계에 다다르거나 , 금리인상 등의 외부충격으로 인해 은행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면 은행경영이 부실해지고, 이것이 금융시스템을 위협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아직은 금융시스템 위기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가계 대출의 7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고, 부채의 대부분이 소득 상위 40% 이상에 몰려 있다. 담보나 상환능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이 와도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개연성은 아직 낮다는 것이 당국의 평가다.

    실제 한국은행이 여러 상황을 가정해 위기발생 가능성을 알아보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심각하게 걱정할 수준을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증가 속도는 심상치 않다. 당장은 금융시스템 등의 측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워낙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위기의 임계치에 접근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언젠가 오게될 금리인상 시기, 또는 어떤 충격으로 인해 금리를 급작스럽게 올려야 하거나, 집값이 급락할 경우 빚에 몰린 한계가구와 영세자영업자들의 대량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은 조사에서 빚이 자산보다 많고, 처분 가능한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한계가구'가 158만 가구에 이르렀다. 이들이 도산에 내몰리게 되면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된다.

    ◇ 저성장의 함정

    가계부채 문제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성장여력이 잠식된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2분기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1년새 0.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2010년(77.6%)과 비교하면 7% 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다.

    소비성향은 사용할 수 있는 소득, 즉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사용된 돈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가 지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낮아진 까닭도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탓도 컸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지난해 가처분소득에서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의 비중은 24.2%를 차지했다. 2012년 17.04%에서 두배 가까이 높아졌다. 원리금 상환을 위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가 70.1%였고, 78.7%는 원금과 이자 상환부담으로 가계의 저축이나 투자,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 기반의 약화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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