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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폭발사고'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결론(종합)

사건/사고

    '남양주 폭발사고'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결론(종합)

    5명 영장, 14명 불구속 입건…은폐 시도 드러나

    지난 6월 1일 오전 7시 2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전읍 진접역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경찰이 1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 사고에 대해 총체적 현장 안전관리 부실로 결론지었다.

    경기북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현장 용단 작업자 A(53)씨, 원청업체 현장소장 B(50)씨, 하청업체 대표이사 C(60)씨, 현장소장 D(47)씨, 감리단장 E(63)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원청·하청·감리업체(건설사업관리기술자) 등 관계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 용단 작업자 A씨는 사고 전날인 5월 31일 오후 5시쯤 주곡2교 공사현장 지상에 있는 LP가스통과 산소통에 연결된 가스호스를 이용해 지하 약 12m 위치의 작업장에서 용단작업을 벌였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고 전일 가스호스와 가스 절단기를 지하에 그대로 둔 채 퇴근했다"며 "사고당일 절단기의 LP가스밸브를 열어 라이터로 점화 후 혼합가스밸브를 열고 용단작업을 하려고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사고전일 밸브 잠금 후 퇴근여부 및 사고당일 용단작업 개시여부 등'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및 최면수사를 거부했다.

    사고발생 후 현장에서 수거된 가스절단기 감식결과 LP가스밸브 및 혼합가스밸브 외에 산소밸브도 약 33° 개방돼 있는 등 용단작업 중의 밸브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지하작업장에 가스호스와 가스절단기, 지상에 LP가스통을 방치하고 각 절단기와 LP가스통 밸브의 잠금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퇴근한 것이다.

    "사고 전일 용단작업 후 A씨가 사용한 가스용기 밸브 잠김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라고 주장한 위험물 저장소 관리 정책임자이며 현장인부를 감독하는 하청 공사차장(41세)도 폴리그래프 검사결과 '거짓반응'으로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다음날 오전 7시 27분쯤 현장에서 A씨가 용단작업을 하다가 불꽃 또는 용융물 등이 떨어져 지하 저면에 누출돼 체류 중인 가스에 착화,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 폭발재연 실험…작업자들, 폭발 따른 구조물 충돌로 사망 추정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40여명은 지난 6월 2일 오후 합동 감식을 벌였다. (사진=고무성 기자)

     

    경찰은 LP가스가 폭발원인으로 확인됨에 따라 현장에서 누출된 가스량이 어느 정도이면 사고당시와 같은 폭발력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참여 하에 용단작업 시연 및 폭발재연 실험을 실시했다.

    사고 현장인 지하작업장에 약 8㎏정도의 LP가스가 체류할 경우 당시 사고와 유사한 폭발이 발생했다.

    현장 용단작업에 사용된 가스량을 고려하면 LP가스는 약 12㎏ 정도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현장의 LP가스 용기에는 약 6.8㎏의 가스가 남아 있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이 정도의 가스가 누출되려면 적어도 사고전일 작업을 마친 후부터 사고 당시까지 지속적으로 누출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현장 폭발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물질은 LP가스이고, 용단작업 중 발생된 용융물이 낙하하면서 하부에 체류하던 LP가스 증기운에 점화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장 작업자들은 폭발로 인해 내부 구조물(콘크리트 벽체, 서포트잭 등)과 충돌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고용노동지청 산하 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한 폭발 시뮬레이션 구현 결과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

    ◇ 사고 후 은폐 시도 드러나…위조 지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원청과 감리 관계자 일부가 '작업안전 적합성검사 체크리스트' 및 '안전보건 협의체 회의 참석 명부'를 위조한 사실을 찾아냈다.

    원청 안전관리팀 과장(36)은 하청 현장소장의 안전보건협의체 불참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4차례에 걸쳐 원청 회의실에서 안전보건협의체 회의 참석 명부 4부를 위조했다.

    감리(48)는 사고발생 후 LP가스 작업상의 화재·폭발위험에 대한 안전교육과 작업안전 적합성검사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원청 안전관리팀 팀원(28)에게 'TBM 활동일지' 및 '작업안전 적합성검사 체크리스트'를 사후조작 또는 위조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사고당일 원청 사무실에서 3명 명의의 '작업안전 적합성검사 체크리스트'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원청 안전관리팀장(36)은 사고발생 후 지하작업장의 가스농도를 측정하지 않았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소속 팀원에게 '밀폐공간 작업환경측정' 문건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 원청과 하청, 자격 없는 업체에 하도급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3명 등 총 6명을 건설기술진흥법 등 관련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원청 현장소장은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업무수행을 하지 않은 혐의(건설기술진흥법 위반)가 추가됐다.

    원청 공무과장(38)은 미장·방수공사업, 보링·그라우팅공사업, 포장공사업 등록이 정지 또는 말소돼 본 공사를 수급할 자격이 없는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가 적용됐다.

    하청 역시 자격이 없는 무등록 건설업체에 재하도급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3월 4일부터 지난 4월 7일까지 법정자격이 없는 현장대리인이 선임됐다. 결과적으로 건설기술자를 배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선임된 현장소장은 공사현장에 부재하는 등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원청과 감리원들은 현장에서의 이와 같은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현장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실태가 미흡했던 것이다.

    가스공급업체 운영자(53)는 지난 1월 5일부터 지난 6월 10일까지 액화가스판매업 허가 없이 현장에 LP가스 등을 공급한 혐의(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수사본부는 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 본부장 등 2명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장 안전관리의 책임을 감리에게 위임하고 있는 건설기술진흥법 등 현행 법규상 실질적 주의의무를 인정하기 어려워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사본부는 주요 입건 대상자들의 신병처리 결과에 따라 사건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향후 현장 안전관리실태 확인 등 필요 조치에 대한 유관기관의 협조 요청에 적극 공조할 예정이다.

    황홍락 수사본부 수사전임관은 "이번 사고는 감리단의 감리소홀과 작업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원청의 문서위주의 형식적 안전관리, 하청의 미흡한 현장안전관리 및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 등이 결합해 발생한 총체적 현장 안전관리 부실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1일 오전 7시 27분쯤 남양주시 금곡리 주곡2교 진접선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작업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사건 발생 후 남양주경찰서에 수사본부를 편성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 하에 과학적인 현장 감식과 증거물 감정, 폭발재연 실험 및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사고원인을 수사했다.

    수사본부는 2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부책류 276점과 컴퓨터파일 4,278개에 대한 분석 및 현장 관계자 72명에 대한 조사 등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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