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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화마에서 노부부 구한 순천 대학생

    "겁도 났지만 못본채 갈 수 없어 즉시 행동으로"

    순천 제일대학교 정문. (사진=고영호 기자)

     

    화재 현장에서 신속한 초동 대처로 노부부를 구한 대학생의 선행이 귀감이 되고 있다.

    순천 제일대학교 산업안전관리과 2학년 김찬호 군은 개인적인 일이 있어 25일 저녁 6시 50분쯤 여수의 한 주택가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20m 가량 떨어진 주택 안쪽에서 갑자기 "불이야 살려주세요"란 비명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

    이미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고 곧바로 달려갔을 때 대문이 열려 있었고 창고 같은 작은 건물 앞에 앉은 60대 남성의 등과 허리에는 불이 붙어 타는 급박한 모습이 펼쳐졌다.

    순천 제일대학교 산업안전관리과 학생들이 조끼를 입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일대 제공)

     

    부인이 물 호스로 불을 끄려 했지만 힘이 달렸고 김 군은 물 호스를 이어 받아 남성의 몸에 정신없이 물을 뿌리며 진화하느라 안간힘을 다했다.

    김 군은 남성의 부인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말했으나 부인은 경황이 없는 나머지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해 김 군이 직접 전화기를 들었지만 김 군도 당황스런 상황에서 119가 아닌 112에 신고했다.

    김 군은 112에, 화상이 심하다며 119와 함께 출동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수화기를 든채로 계속해서 몸에 물을 끼얹는 등 필사의 구급에 나섰다.

    다행히 남성의 몸에서는 불길이 사라져 갔다.

    김 군은 또 주택 밖으로 뛰쳐나가 119가 쉽게 진입하도록 안내하는 등 구조·구급과 신고 ·안내를 동시에 해내며 1인 3역을 했다.

    119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몸에 붙은 불이 진화된 상태였다.

    정신없이 구급활동을 한 김 군은 힘이 풀려 한동안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 있어야 했다.

    순천 제일대학교. (사진=고영호 기자)

     

    김 군은 "지난해 4월 광주광역시 소방학교에서 1박 2일 교육을 수료하는 등 평소 전공과 관련해 학교 안팎에서 익힌 학습이 위기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불을 본 당시에는 겁도 났지만 그렇다고 못본채 하고 도망갈 수는 없어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제일대학교 산업안전관리과 박노춘 교수는 "최근 이틀간 응급조치 교육을 시행했는데 김 군이 교육 직후 실제 구조현장에서 뜻깊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여수경찰서는 "60대 남성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2~3도의 화상을 입어 부산의 화상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 측에서 앞으로 2~3일이 고비라고 한다"며 "김 군의 재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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