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스팩, 기업인수목적회사를 통한 합병상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스팩에서는 합병대상 기업이 정해지기도 전에 주가가 급등하고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팩시장도 과열돼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그 실태를 집중조명한다. [편집자주]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은 기업의 인수합병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먼저 상장한 후 일정기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과의 합병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주로 증권사가 설립해 운영한다.
스팩 합병상장에서 포인트는 스팩이 아니라 합병되는 비상장 우량기업이다.
비상장 우량기업을 상장시키는 한 방법으로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비상장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할 수도 있지만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문도 열려 있다.
비상장 기업에게 스팩합병상장이 갖는 장점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한 청약절차가 필요없고 공모금액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미 상장된 스팩과 합병하는 것이고 스팩은 상장하면서 이미 일정 규모의 공모금액을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기업은 스팩과 합병하면서 합병가치를 얼마나 받을 것인가 하는 점만 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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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6개 가운데 1개 스팩합병상장…"주요한 상장루트"스팩 합병상장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2009년말이다.
이 제도 도입 이후의 기간은 통상 2013년까지를 경계로 1기와 2기로 나누는데 2기에 크게 활성화되는 모습니다.
1기까지만 해도 상장된 스팩은 4년 동안 21개에 지나지 않았는데 2기에는 지금까지 2년 반동안 상장예정을 포함해 모두 90개에 이른다.
가장 많은 스팩이 상장된 해는 2015년으로 45개나 상장됐다.
올해는 지금까지 9개가 상장됐거나 상장예정이다.
법에 정한 스팩의 존립기간은 3년으로 상장된 지 3년 안에 합병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되도록 돼 있다.
현재 상장돼 운영중인 스팩은 모두 60개로 집계되고 있다.
스팩 가운데 합병상장에 성공한 것은 1기에 7개, 2기에 합병상장예정을 포함하면 26개이다.
스팩과 스팩을 통한 합병상장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규상장 기업 가운데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코스닥 신규상장 122개 사 가운데 스팩과 합병해 상장된 기업은 13개 사였다.
2016년에는 지금까지 신규상장 60개사(상장예정 23개사 포함) 가운데 11개사(상장예정 7사 포함)가 스팩합병상장기업으로 집계됐다. 새로 상장되는 기업 6개 가운데 한 개꼴이다..
스팩합병제도가 비상장기업의 주요한 상장루트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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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팩, 합병대상기업 정해지기도 전에 주가 급등락…"증시 체질개선 필요"스팩합병제도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팩은 합병대상기업이 정해지면 바로 공시하고 합병상장예비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받는 2달 정도의 기간에는 주식은 매매거래 정지가 된다.
스팩은 상장된 이후 합병대상기업이 정해질 때까지 주가가 크게 변동할 이유가 없다.
스팩은 상장 때 대부분 주식공모가격이 2천원으로 합병대상기업이 정해져 공시될 때까지 2천원선언저리에 머물러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스팩은 합병대상기업이 정해지기 전에도 주가가 급등락으로 춤을 추고 있다.
거래소는 일정한 기준이상으로 주가가 급등하면 급등할 만한 중요공시사항이 있는지 조회공시하도록 요구했는데, 대부분 그런 사항이 없다고 공시한다.
2015년 7월 상장된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은 상장 직후 8거래일 사이에 상한가를 4번이나 치는 등 주가가 급등해 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요구를 받고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은 주가가 급등할 만한 공시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아무 근거없는 루머에 주가가 오르고 묻지마 투자가 가세하면서 주가급등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문제는 아무런 이유없이 주가가 오를 경우 급락이 불가피해 뒤늦게 좇아간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당시 6천원선까지 치솟았던(8월7일: 5980원) 엘아지이에스스팩의 주가도 천원 후반에서 2천원초반대로 주저앉았다.
이 스팩은 지난 7월에도 두 차례나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3천원대까지 치솟아(7월12일: 3230원) 조회공시요구를 받고 또다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으나 이번에도 주가급등과 관련해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조회공시했다.
26일 현재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의 주가는 전날보다 390원(13.93%) 떨어진 2,410원이다.
이와 관련해 모 투자증권의 IB담당 임원은 "루머에 따라 주가가 춤추는 경우도 있지만 증권사의 내부정보가 밖으로 새 나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4년 8월 콜마비앤에이치와 미래에셋제2호스팩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합병정보가 새나가 회사 관계자들이 상장발표 직전 주식을 샀다가 되팔면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스팩주가의 이상급등 현상은 기관투자자 기반이 취약한 우리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개인투자자 위주의 주식시장에서는 스팩이 아닌 다른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시되었을 때도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자 기반을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체질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합병대상법인이 정해지기 전 스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라가게 되면 합병과정에서 가격산정에 왜곡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하미양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팀장은 "스팩과 비상장기업의 합병 때 스팩의 가격산정은 합병직전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돼있는데 스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라가게 되면 스팩의 가격은 올라가지만 이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기업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실제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게 되고 합병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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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 너나없이 스팩만들어 과열경쟁…"시장원리로 풀어야"업계에서는 스팩의 수가 너무 많아 스팩들간에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합병대상기업이 실제보다 고평가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합병대상법인을 찾지 못한 스팩 50개가 비상장 우량기업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나서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비상장 우량기업의 수는 한정돼 있어 한 개 기업에 여러 스팩이 달라붙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 기업의 가치는 실제보다 올라가 고평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팩의 수가 너무 많고 과열경쟁이 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스팩들의 수를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스팩은 기업인수합병에 특화된 증권사가 나서서 설립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돈이 된다고 너나없이 만들어 우리 시장규모에 비해 스팩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정부가 무리하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로 푸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스팩이 도태되는 식으로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몇몇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스팩합병상장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작됐다고 할 수 있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스팩은 우리나라에서 진화중에 있다. 스팩공모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법 시대에 만들어진 가장 성공한 금융투자상품의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근거없는 루머에 따라 부화뇌동하면서 묻지마 투자를 하기보다는스팩공모투자의 성격에 맞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팩공모투자는 정석대로만 투자하면 손해볼 가능성이 낮다.
스팩이 3년 동안 합병을 못해 상장폐지되면 투자한 공모금액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을 수 있고 우량기업과 합병이 성공되면 주가가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비상장우량기업을 찾아내 합병으로 이끌 수 있는 전문화된 스팩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팩의 목적은 공모주를 얼마나 파느냐가 아니라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상장시키는 것이고 그것에 의해 투자자의 신뢰를 얻들 수 있고 다른 스팩과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