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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을 드로잉, 인간 내면의 본질을 건드리며 웃음을 자아내다

공연/전시

    김 을 드로잉, 인간 내면의 본질을 건드리며 웃음을 자아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전

    김을, '갤럭시'중 일부, 2016, 설치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김 을(1954) 작가의 드로잉은 인간 내면의 본질을 건드리며 웃음을 자아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 전시회가 서울관에서 8월 31일부터 열린다. 김 작가는 수상작 4명/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 '갤럭시'는 1,450개의 드로잉이 벽면을 가득 채우며 은하계의 형상처럼 드리우고 있다.

    김 을 작가는 드로잉 모음 '갤럭시'에 대해 자신의 거대한 자화상과도 같다고 했다. 하나 하나의 드로잉 역시 자기의 자화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자화상이란 무엇인가. 어느 특정 싯점에 자신의 내면에 깃든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김 작가는 생각이 물 흐르듯이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 흐르는 생각을 드로잉으로 포착해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정신을 표현하는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형상을 쓰지 않고 정신을 내보일 수 없는 것인가/ 붉은 심장이 뛰는 소리.../허긴 형상으로 정신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법/ 오늘은 형상으로서 나를 그린다."

    김을 작가는 드로잉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림의 본질, 화가의 본질을 도통한 칼잡이처럼 다룬다. 그 본질을 드러내는 데 뼈, 해골을 등장시킨다. '사후는 나의 뼈 한 조각'이라는 문구와 함께 뼈 한 조각을 그려넣는다. 자화상에는 작은 수채화 얼굴상과 해골 두상 조각을 배치한다. 그리고 등돌린 풍만한 여인의 누드화의 등 오른쪽 아래에 해골문신을 새긴다. '죽음을 기억하라'를 떠올리게 한다.

    김을, 갤럭시, 2016, 설치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슈미즈 차림의 육감적인 여인이 의자에 가로누워 있는 드로잉을 보자. 그런데 가려진 얼굴 위로는 원 안에 강변의 고층 빌딩숲이 있고, 배 위쪽 원 안에는 싱그럽고 푸른 배추밭이 있으며, 둔부 위쪽 원 안에는 높게 치솟은 잣나무 위로 하얗게 밝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여인의 욕망을 담은 것인가? 작가에게 부와 건강,성생활을 욕망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둘은 맞는데, 세 번째는 성생활이 아니라고 했다. 하얗게 밝은 하늘은 밤하늘의 별을 그린 것이고, 별은 꿈이라고 했다.

    '삶의 요소 넷'이라는 문구와 네 가지 그림이 그려진 작품이 있다. 작가에게 빵, 우유, 구름, 바다가 맞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눈물, 정액, 그림, 땅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작가의 의도와 달리 해석했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이라는 게 특이했다. 눈물은 고통,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아니겠는가.

    눈물과 정액은 김 작가의 드로잉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발가벗은 채 눈 앞에 펼쳐진 높은 바위봉우리들을 그리고 있는 남성 화가의 캔버스에는 풍만한 여자 누드화가 걸어나올듯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죽을 땐 말 없이'라는 문구가 적힌 드로잉이 있다. 작가는 살아 있을 때 온 정열을 다해 살아야 죽을 때 여한이 없다는 것이다.

    김 을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그림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드로잉 작품도 많다. 'Painting is Pain. 그림은 고통이다', '힘들다. 하지만 힘들면 나는 더욱 강해지고 변화하곤 한다'는 두 작품은 그림 작업이 힘들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림이 필요 없는 즐거운 세상'. 이건 무슨 뜻일까? 작가는 그림을 팔 고민을 하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화자유삼사 畵者有三思'는 작가의 이러한 고민을 잘 드러낸다. 먼저 화가아 아닌 화자라고 한 까닭은 家는 대가에게 붙이기 때문이란다. 화자로서 세가지 생각이란 첫째, 뭘 하며 살까. 둘째, 뭘 어떻게 그릴까. 셋째,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것이다.

    다시 뼈 얘기로 돌아가 보자. 화골(畵骨). 그림의 본질을 말한다. 작가는 그림의 본질이란 자연스럽게, 진정하게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기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젊어서 저 너머 트릭을 써서 사기성을 가미하고 싶은 유혹이 많았다고 했다. 작가는 자기가 콘트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본질적인 것만 표현하려고 했다며, 가치· 본질 · 본성에 관심이 있는 관객은 이번 드로잉 작품들과 소통될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드로잉의 본질은 무엇인가. 작가는 "정직하게 표현하라! 드로잉의 생명은 솔직함이다"고 했다. 드로잉의 본질은 현실이 아니라 태도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 그것을 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드로잉을 하려먼 첫째, 진취적일것. 둘째, 실험성(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셋째, 솔직함이다. 드로잉에서 그림 묘사는 잘하는 것, 전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잘못 가는 것이라고 했다.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덩굴연대기, 2채널 영상.

     

    조지은(1975), 양철모((1977)작가로 구성된 믹스라이스팀은 인간과 식물의 이주의 형태를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다양한 경로로 이식된 식물의 흔적을 쫓는 2채널 영상 '덩굴 연대기'(8분)는 시간과 공간, 역사와 개발의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 어느 지역이 개발되며서 옮겨 심은 조경수가 다시 이 지역의 개발로 옮겨질 운명이라면? 강남 재개발 지구의 1,000년 나이의 느티나무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면 이 1,000년 세월은 어디로 가는 걸까? 묻고 있다. 경북 댐 수몰지역에서도 고령수가 팔렸다. 그것은 결국 나무에 새겨진 400-500년 시간을 도시 사람들이 사간 것이라라고 작가들은 말한다. 도시에는 새로운 시간만 존재하기에.

    백승우, 설치전경, 국립현대미술관, 2016.

     

    백승우(1973)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과잉 시대에 사진의 의미를 묻는다. 수많은 인물 사진들을 크게 확대하여 배치했다. 각각의 인물사진은 원래 여러 인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지만 공간과 주변 인물들을 삭제하고, 단 한명의 인물만 확대한 것이다. 그래서 공간적인 배경과 시기,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윤곽이 흐릿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다. 작가는 사진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기억은 언제든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명한 것에 대해서 의심하라고 했던가.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이력만을 보고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정보로 인해 얼마나 타자에게 무례하게 대하는가. 상대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작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범인 몽타쥬를 대하듯이 정보를 유추하려는 태도에 대해 반기를 든다. 작가는 관객들을 이번 전시 작품들의 뒤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기록보다는 기억이 더 중요하기에.

    함경아(1966)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탈북과 정착'을 주제한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간 탈북자를 위한 경비를 지원하고 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미완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는 벽면에 설치된 굳게 닫힌 철제 셔터와 긴박한 상황을 암시하는 소음을 통해 확인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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