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발인식이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이인원 부회장은 지난 26일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 관련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경기 양평군 한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의 자살로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롯데가(家)의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소환으로 재개됐다. 검찰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소환 일정 조율에도 들어가는 등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다음달 1일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에 등기이사 등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거액의 급여를 챙겨온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불거진 계열사 간 부당자산거래, 총수 일가 소유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받아온 급여에 대한 부분, 그 외 롯데그룹 관련 여러가지 사항을 물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검찰은 신동빈 회장의 소환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황각규 운영실장, 이 부회장 등을 비롯한 이른바 신 회장의 '가신'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신 회장을 소환할 계획이었지만, 이 본부장이 지난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일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이 본부장의 장례는 전날 발인으로 모두 끝났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정책본부 '수장'으로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부정환급 소송 사기 등 롯데그룹 비리에 두루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6000억 원대 탈세, 비자금 조성,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혐의 등 수사망에 오른 굵직한 건의 배후로 신 회장이 지목돼 있다. 검찰은 정책본부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황 실장과 이봉철(58) 지원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구속기소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탈세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수사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청탁과 함께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35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달 26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다음달 2일 출석하라고 신 이사장에게 통보했으나 교도소 진료 문제로 일찍 소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6000억 원 가량 탈세한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일본에 체류 중인 서씨에게도 변호인을 통해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이날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가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사건을 심리한 결과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정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할 경우 지정되며, 후견인이 신 대리인으로서 법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 대리, 동의, 취소권 등을 행사하게 된다.
김 판사는 "신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해 한정후견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2010년과 2012년, 2013년 분당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 시 의료진에게 기억력 장애와 장소 등에 관한 인식 장애를 호소한 점, 2010년 정도부터 치매약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해온 점 등이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