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가입자 8만7000여 명을 거느린 국민상조 대표가 경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상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 '지난달 폐업' 국민상조 대표 스스로 목숨 끊어
경기 김포경찰서는 "국민상조 대표 A(47) 씨가 31일 아침 8시 5분쯤 김포시 고촌읍 국민상조 건물 옥상에서 목을 매어 숨져 있는 것을 공동대표 B(39) 씨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고객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면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다른 상조회사와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상조는 7월 5일 갑작스럽게 폐업을 선언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10시 김포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월 13일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했기 때문이다.
국민상조는 가입자로부터 받은 선수금 수십억 원을 회사 운영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한 의혹을 받아왔다.
폐업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입자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공정위 등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국민상조는 한 때 잘 나가는 상조회사였다.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특히 2005년에는 퇴직 경찰 단체인 대한민국 재향경우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현직 경찰 6600여 명을 가입자로 끌어들였다.
2009년에는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한 '상조 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비교정보' 평가에서 최우수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 과당경쟁과 도덕적 해이로 결국 '몰락'하지만, 국민상조는 이후 상조업계의 과당경쟁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국내 상조업체 회원 수는 419만 명에 달한다. 우리 국민 12명 가운데 1명꼴로 상조서비스에 가입된 셈이다.
그만큼 상조회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013년 297개에 달하던 상조회사 수는 올해 214개로 3년 사이에 80개 이상 줄었다.
국민상조도 이런 환경 속에서 부실이 급속히 가속화됐다는 것이 상조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국민상조의 부실한 회사 운영도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국민상조는 지금까지 회원들로부터 선수금 940억 원을 걷어 들였다. 하지만 국민상조가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예치한 돈은 90여억 원밖에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상조의 폐업은 전형적인 '먹튀'라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현행 할부거래 관련법상 모든 상조회사는 회원들에게서 받은 회비의 50%를 공제조합 등에 예치하게 돼 있다.
공제조합은 회원사가 폐업할 경우 이 예치금으로 회원들이 낸 선수금의 절반을 보상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속출하는 상조회사 폐업으로 공제조합의 부실도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