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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 전 판사 "스폰서 판사가 한 명 뿐일까"

사회 일반

    문흥수 전 판사 "스폰서 판사가 한 명 뿐일까"

     

    - 승진탈락 구조, 박탈감이 유혹 퍼지는 토양
    - 대법관 단임제, 전관예우에 승진 집착 구조 원인
    - 한 달 1000건의 사건, 합의제는 이미 형해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흥수(전 부장판사)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은 현직 부장판사까지 구속이 됐습니다. 변호사에 이어서 검사장이 잡혀갈 때도 놀랐습니다마는 그래도 판사만큼은 믿고 싶었는데 결국은 판사까지 구속이 된 겁니다. 인천지법의 김수천 부장판사인데요.

    네이처 리퍼블릭 화장품의 정운호 전 대표로부터 수입 중고차를 공짜로 받고 수백만 원의 부의금을 받는가 하면 해외여행도 다녀오는 등등 해서 1억 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답니다. 그리고는 그 대가로 정운호 대표의 요청대로 재판을 해 준 거죠.

    이 일로 내일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입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지 좀 짚고 가야겠습니다.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사법개혁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분이죠. 문흥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만나보겠습니다. 문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문흥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 상황을 보는 심경이 어떠십니까?

    ◆ 문흥수> 안타깝기 짝이 없고요. 사법불신에 대한 큰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보면 정운호 대표한테 받은 게 여러 가지인데요. 정운호 씨가 타던 수입차를 5000만 원을 주고 일단 샀어요. 그런데 얼마 후에 그 돈을 돌려받는다든지, 또 부의금으로 수백만 원 수표를 받는다든지 베트남 여행을 함께 갔는데 그 여행 경비는 정 대표가 다 치렀다든지. 이 여러 가지들 중에 들으시면서 참 가장 기막히고 놀라웠던 건 어떤 겁니까?

    ◆ 문흥수> 하여튼 모든 일들을 믿고 싶지 않고 참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일탈행위인데요. 우리 법원이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탈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 김현정> 결국은 스폰서 사이였다고 봐야 됩니까?

    ◆ 문흥수>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래도 판사인데, 양식이 있는 판사들인데요?

    ◆ 문흥수> 그 원인을 이분 연세가 57세인가 그렇더라고요. 법관으로 한 거의 30여 년간 근무를 한 분인데 긍지를 갖고 이런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상황, 제도, 시스템이 되지 못한 데에 큰 원인이 있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법조계 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무슨 말씀이신지 좀 알쏭달쏭하네요.

    ◆ 문흥수> 같은 경력의 법관은 같은 처우를 해 주게 법원조직법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법원조직법을 단일호봉제라고 하는데요. 우스운 얘기인데 법원조직법을 가장 지켜야 될 대법원이 법원조직법의 취지를 반하게, 계급제도를 지금 운영하고 있는 거 아시잖아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이라든가, 법원장 승진이나 대법관 승진.

    ◇ 김현정> 승진이란 게 있죠, 네.

    ◆ 문흥수> 그게 사실은 법원조직법의 취지에는 맞지 않습니다. 법원조직법은 같은 경력의 법관은 같은 처우를 해 줘라, 그렇게 규정이 돼 있기 때문에 김 부장판사 정도의 경력의 법관은 거기에 맞는 예우를 해 줘야 되는데요. 제대로 안 되고 그런 상황에서 유혹이 몰려오니까 일탈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저는 그렇게 진단합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말입니다. 판사님. 판사들 사이에 어떤 승진제도가 있다는 게 지금 이 김수천 판사의 일탈을 설명하기에는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는, 승진제도가 있기 때문에 일탈을 했다라는 게 언뜻 이해는 안 가요.

    ◆ 문흥수> 법관들이 양식과 의식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기를 바라죠.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우리 대법관부터 말단 법관까지, 말단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습니다마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볼 때는 굉장히 불안하게 돼 있습니다. 굉장히 요동할 수 있는, 흔들릴 수 있는 시스템 하에서 있기 때문에 승진 못한 법관들은 박탈감에서 얼마든지 이런 일탈이 가능한 것이 우리 사법시스템이지 않은가 그런 걱정을 합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그러면 지금 김수천 부장판사 한 사람이 구속된 거지만, 표면상으로는. 지금 암암리에 안 드러나고 벌어지는 이런 스폰서 청탁관계 같은 것이 더 있을 수도 있단 말씀이세요?

    ◆ 문흥수> 그건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 김현정> 물론 그걸 알 수는 없겠지만, 수사한 것도 아니고요.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가 이 말씀인데요?

    ◆ 문흥수> 저는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제 근본적인 진단은 이러한 일탈행위가 있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그걸 제대로 분석하고 개선할 때에 사법부 신뢰가 회복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조금 개선을 했습니다마는 지금도 대법관을 비롯한 모든 법관들이 정년퇴임하는 법관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도 아마 99%가 정년 전에 다 퇴직해서 변호사를 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변호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탈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고요.

    ◇ 김현정> 아니, 정년퇴임까지 안 가고 중간에 변호사로 개업을 한다는 것하고 일탈하고는 무슨 상관인가요?

    ◆ 문흥수> '정말로 나는 법관으로 내 일생을 마치겠다', 이렇게 의식을 만들어주는 게 선진국의 법원시스템입니다.

    ◇ 김현정> 어떤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건가요?

    ◆ 문흥수> 당연하죠. 그리고 퇴직 후에도 변호사를 하지 않고 끝까지 법관으로 일생을 마치도록 해 주는 것이 선진국의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될 때에 법관들이 일반 기업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변호사들하고 어울리지도 않죠.

    최유정 변호사 문제도 법관이 중간에 그만두고 전관으로 행세하는 그런 시스템, 홍만표 변호사 경우도 그런 데서 일어나는 건데요. 사법시스템이 굉장히 아직도 후진적이고 그것을 개선해야 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왜 대법관 단임제 식으로 운영이 되냐면요. 대법원장 책임이 큽니다. 대법원장이 대부분 자기 사람들을 대법관을 시켜주고 싶으니까 전임 대법원장이 임명한 대법관들 임기 끝나면 '당신 그만두시오', 이런 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거기에서 승진이 광범위하게 문제가 되고 그 승진에 탈락한 법관들이 박탈감, 내지는 긍지를 잃고 이런 일탈이 일어나는 것으로 저는 진단합니다.

    문흥수 전 부장판사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알겠습니다. 좀 제도적인 문제점 지적해 주셨는데.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김수천 부장판사의 일탈은 제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좀 과한 거 아닌가요, 판사로서?

    ◆ 문흥수> 저는 의식이 중요하다 그런 얘기들 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하나마나한 얘기입니다. 의식이 중요한 거 누가 모릅니까? 그런데 그 의식을 제대로 갖는 시스템이 뭔가를 우리가 알면서도, 그건 대법원장의 욕심이죠.

    ◇ 김현정> 내일 대법원장이 사과를 한다고 합니다, 대국민 사과. 이게 그러니까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문흥수> 네, 당연히 사과해야 되고 제가 말씀드린 그런 가까운 원인과 근본적인 원인 또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마는 그런 원인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이야기를 조금만 앞으로 돌려보죠. 그런데 이게 지금 사실 김영란법 시행 전이기 때문에 대가성이 없이 받은 뇌물은 무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부장판사, 구속된 부장판사의 경우도 그 대가성 여부를 입증해내야 되는데 짝퉁 네이처 리퍼블릭 화장품을 만들어 판 업자들한테 1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줬는데 2심을 맡은 이 김 판사가 실형을 준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운호 씨 부탁을 듣고 재판을 한 게 아니냐, 이게 지금 검찰이 생각하는 혐의인데요. 만약 김 판사가 그 요청하고는 상관없다, 내가 스스로 그렇게 판단한 거다 그렇게 주장할 경우, 이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문흥수>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이러이러한 인과관계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2심 재판, 항소심 재판이죠. 이건 전부 세 사람 합의제로 재판하게 돼 있습니다.

    합의제라는 것은 사건이 전부 다 중요하고 어렵기 때문에 3명의 법관으로 하여금 심사숙고해서 편파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합의제입니다. 합의제를 통해서 법관들 상호간에 견제할 수 있도록 어떤 법관이 일탈행위를 한 결과 잘못된 결론을 내려고 할 때, 편파적인 재판을 하려고 할 때 다른 두 사람 법관이 그걸 견제해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의제 재판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게 합의제가 형해화 돼 있습니다. 합의제는 이름뿐이고 특히 대법원재판은 대법관 12명이 1년에 4만 건을 처리하거든요. 1부에서 1만 2000건 정도를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법관들이 한 달에 1000건씩을 처리하라는 얘기 아니에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1심 법관 단독제로 재판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심각한 문제가 대법원도 그렇게 하고 있고, 하급심 2심 재판도 그런 경향이 농후합니다.

    ◇ 김현정> 그럼 이번 건 같은 경우도 합의제라는 원래 취지가 제대로만 살았더라도 이렇게 청탁을 받아가지고 재판할 엄두도 못 냈겠네요?

    ◆ 문흥수> 당연합니다. 그래서 사법시스템이 굉장히 후진적이라는 것을 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게 개인의 일탈문제. 한 현직판사 구속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대법원장 사과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허점은 없었는지. 그 과정에서 제2, 제3의 이 부장판사 같은 사람이 더 있는 건 아닌지 찾아내고 개선하고 이런 식으로 이번이 계기가 되어야겠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문흥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문흥수 전 중앙지법 부장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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