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계복귀를 앞두고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랜 고심 끝에 당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을 통한 국민의당 입당을 당장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당적은 유지하되 당 외곽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으며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넓혀갈 예정이다. 야권에서 제3지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손 전 대표의 측근 인사는 "당적은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정식 복귀 시점은 당초 9월로 구상됐으나 책 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10월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 전 대표측 중진 의원은 "손 전 대표가 탈당하는 것은 정치적 데미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적은 유지할 것"이라며 "당의 외곽에 머물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본인의 정치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손 전 대표는 '저녁이 있는 삶'에 이어 미래 비전과 구상을 담은 새 책의 탈고를 마친 상태이다. 책 제목과 출간 시기, 방식을 두고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다.
손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총선 이후 몇차례 모임을 갖고 향후 전략과 행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계 의원들이나 경선 캠프를 도왔던 참모들 상당수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조정식, 양승조, 이찬열, 전혜숙, 고용진, 김병욱, 강훈식, 임종성 의원을 비롯해 이낙연 전남도지사 등 10여명이 모임에 참석했다.
손 전 대표가 당적을 유지하기로 한 데에는 탈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새겨진 주홍글씨로 야권에서 오랜기간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링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주홍글씨를 새길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
손 전 대표가 당적을 버리면 더불어민주당 내 현역 의원들이 함께 움직이거나 힘을 실어주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적을 둔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는 야권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벗어나 제3지대에서 새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손 전 대표 측 의원은 CBS에 "제3지대는 거창하게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손 전 대표가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당 바깥에 있는 것 그 자체가 제3지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